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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첫날 허탕 친 환자들 많아
‘개인 사정’ ‘대청소’ 휴진 이유 설명
처벌 피하고 환자 눈치보는 ‘변칙 휴진’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오전 단축진료에 나섰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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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일부 동네 병의원들이 집단 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현장에선 휴진 소식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가 허탕을 친 환자들의 모습이 적잖았다. 상당수 병원은 집단 휴진 참여가 아닌 ‘원장님이 아파서’ ‘원장님 학회’ ‘대청소’ 등 다른 사정을 휴진 이유로 설명하거나 하루 중 일부만 휴진하는 등 ‘변칙 휴진’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유가 소명되지 않은 휴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그 진위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늘 무릎이 너무 아파서 바로 집 앞의 신경과 의원에 왔는데 휴진이네. 옆 병원은 조금 더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거기도 휴진이면 어떡하죠? 잠깐 여기 벤치에서 쉬었다 가야겠어요.” 이날 오전 11시께 김정희(57)씨는 퇴행성 관절염이 도진 아픈 무릎을 이끌고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 신경과 의원을 찾았으나 병원이 문을 닫아 헛걸음했다. 포털 누리집 등에 휴진 소식이 공지됐지만,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김씨는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휴진 뉴스는 봤지만 큰 병원들만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일부 소아과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오전 한때 문을 연 소아과 의원에 대기 환자가 몰리기도 했다. 9개월 난 아들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소아과를 찾은 박선영(35)씨는 “원래 다니던 소아과가 문을 닫아서 여기로 왔지만, 아무래도 아기 약 처방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원래 선생님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며 “아기들은 예고하고 아픈 게 아니라 동네 병원까지 휴진하는 건 걱정된다”고 했다.

한겨레가 이날 찾은 서울 서대문구와 중구, 광주 동구, 강원 춘천 등의 동네 병원 상당수는 집단 휴진 동참 대신 ‘원장님 개인 사정’을 휴진 사유로 강조했다. ‘원장님이 아파서’ ‘원장님 치과 진료’ ‘원장님 학회’ 등으로 안내문을 내걸거나 설명하는 식이었다. 광주 서구의 한 피부과 안내 창구에서 만난 직원은 대뜸 “오늘은 에어컨 청소 때문에 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루 2~3시간, 오전만 진료를 하는 등 부분 휴진만 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변칙적인 휴진 방법이 동원된 데는, 정부가 이날 전국 모든 병의원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따른 처벌을 피하고 동네 환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맘카페 등에선 이날 휴진하는 병의원을 앞으로 불매하겠다며 자체적으로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만 휴진하는 단축진료 역시 사전 휴진신고 대상이며 ‘불가피한 사유’가 소명되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면허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단 방침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에만 휴진해도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한 의료기관도 불가피한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3만6천개가 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실제 휴진 여부와 휴진 사유의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병원에서 시작된 집단 휴진 흐름이 동네 병원까지 이어지며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으로 서울 서대문구의 동네 내과를 찾았다는 방양일(73)씨는 “뉴스에서 병원들 휴진한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왔는데 다행히 열려 있어서 진료를 받았다”며 “휴진이 퍼질까 봐 우리 딸아이가 계속 아프지 말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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