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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 도착했다.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푸틴을 태운 전용기는 18일 자정을 훌쩍 넘긴 19일 오전 2시 22분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아무리 ‘지각 대장’으로 유명한 푸틴이지만,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하면서 자정 넘어 도착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반응이다.

푸틴 전용기는 앞선 행선지인 극동 지역 야쿠츠크에서 오후 10시 35분에야 이륙했다. 크렘린궁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과 사진 등에 따르면 푸틴은 정보통신(IT) 전시회를 방문하고, 시민을 만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크렘린궁은 푸틴이 거리에서 인파에 둘러싸여 악수를 나누는 영상도 공개했다. 타스통신 등은 이런 과정에서 일정이 전반적으로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은 자리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지각을 일삼는 것으로 워낙 악명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 차례 만나면서 세 차례 모두 한 시간 내외 늦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당시에는 먼저 나와 그를 기다리기도 했다. 푸틴의 지각은 자신이 더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데, 당시엔 김정은을 극진히 맞으려는 취지로 이해됐다.

그랬던 푸틴이 특히 전세계가 주목하는 24년 만의 방북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한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푸틴이 늦게 도착하면서 당초 양국이 공식 발표한 1박2일 방문 일정(18~19일)도 1박1일로 줄어들었다.

단순히 일정 문제가 아니라, 북·러 간 쳬결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등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사전 협의에서 양 측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러시아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야쿠츠크에서 일부러 늦게 출발하는 식으로 김정은의 애를 태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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