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학 세운다며 1억3050만원에 산 시유지
폐교 뒤 ‘개발 계획’ 홍보하며 고가 매물로

“사리사욕 눈 멀어 394배 폭리” 여론 비판에
속초시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초강수
경동대가 옛 동우대 땅과 건물 등을 매각하려고 하자 속초시민들이 ‘땅 환수 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하는 모습. 옛 동우대부지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속초시에 이만한 땅이 없습니다. 40년 전 대학 짓겠다고 하니 속초시가 헐값에 내줬어요. 그러더니 그 땅을 수백억원에 팔고 떠나겠답니다. 이런 게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뭡니까?”

김덕용 옛 동우대부지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상임대표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경동대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바꿔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 헐값에 내어준 속초시 땅을 온전히 시민 품에 돌려받을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법인 경동대가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에 있는 옛 동우대 땅과 건물 등을 매각하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땅 환수 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주민 반발은 지난달 8일 경동대가 학교 누리집을 통해 옛 동우대 땅과 건물 등을 팔겠다는 공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매각 대상은 땅 30만2390㎡와 건물 4만8574㎡로 대학 쪽이 제시한 예정가격은 855억2659만원에 이른다. 경동대는 입찰 공고에서 “본 물건 인접지역에 2027년 케이티엑스(KTX) 2개 노선(동서·동해북부) 속초역사가 들어설 예정이며, 속초 역세권에는 2030년까지 연간 25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미니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라는 설명까지 달았다. 낙찰자는 다음달 4일 결정된다.

문제는 이번에 경동대가 팔려고 하는 옛 동우대 땅의 60.2%가 대학 설립 당시 속초시로부터 ‘헐값’에 넘겨받은 시유지라는 점이다. 당시 속초시는 지역에 대학을 유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1980년 시유지 18만2280㎡를 1억3050만원에 팔았다. 그 덕분에 1980년 속초경상전문대학이 설립됐으며 1998년 동우대학 등으로 교명을 바꿔 운영하다 2013년 경동대와 통합되면서 문을 닫았다. 엄정용 속초상공회의소 회장은 “시로부터 1억3050만원이란 헐값에 산 땅을 514억8700만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지성의 산실이어야 할 대학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394배가 넘는 부동산 폭리를 취하고 ‘먹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동대가 옛 동우대 땅과 건물 등을 매각하려고 하자 속초시민들이 ‘땅 환수 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옛 동우대 땅과 건물 모습으로, 뒤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인다. 옛 동우대부지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속초시도 경동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옛 동우대 땅 30만2390㎡에 대해 국토계획법 63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개발행위를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심인철 속초시 역세권개발팀장은 “옛 동우대 땅은 신설될 속초역 인근이자 도심의 중심으로 체계적인 공익 개발을 통해 시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공감하는 개발만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교육 용도인 사립대의 남는 땅이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보다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교육부 탓이란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 개정안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시행했다.

윤민섭 정의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지방 사립대 가운데 동우대처럼 설립 당시 지자체 땅을 헐값에 사들여 지은 곳이 많다. 교육부 지침이 존재하는 한 ‘제2의 동우대 사태’가 불 보듯 뻔한 만큼 문제의 지침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동대 쪽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902 주4일 대세에도 ‘주6일’ 근무 강행한 그리스 역행일까?[일당백] 랭크뉴스 2024.07.07
34901 곳곳에 비‥충청·남부 매우 강한 비 랭크뉴스 2024.07.07
34900 베테랑 운전자가 초보보다 사고 더 많이 낸다…'15년 이상' 60% 랭크뉴스 2024.07.07
34899 "저 때문에 사과 안 했다?"‥"해당 행위" 랭크뉴스 2024.07.07
34898 검사 탄핵에 김건희 수사까지…‘내우외환’ 檢 [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랭크뉴스 2024.07.07
34897 "평생 자녀 지원"한다는 부모... 노후 자산 희생하는 무리수는 그만 [부자될 결심] 랭크뉴스 2024.07.07
34896 결국 '불송치' 되나?‥내일 수사 결과 발표 랭크뉴스 2024.07.07
34895 음식물 쓰레기통에 왜 볼링공이?…걸핏하면 파쇄기 고장 랭크뉴스 2024.07.07
34894 “가스 냄새 난다” 강남서 대피 소동…집수정 악취 가능성 랭크뉴스 2024.07.07
34893 전공의 사직 처리 기한 임박… 복귀 위한 ‘파격 지원책’ 나올까 랭크뉴스 2024.07.07
34892 [연금의 고수] “가만 두면 손해?”… 퇴직연금 수익률 10% 넘은 김 과장의 비결은 랭크뉴스 2024.07.07
34891 강남구서 화학물질 누출 의심 신고…천안서 탱크로리 전복 랭크뉴스 2024.07.07
34890 수능영어 절대평가한다더니…사교육 안 줄고 난이도만 '널뛰기' 랭크뉴스 2024.07.07
34889 대전·세종·충남 최대 100mm 비…소방당국 비상근무 돌입 랭크뉴스 2024.07.07
34888 3주 앞둔 파리올림픽…정부, 파리 현지에 신속대응팀 파견 랭크뉴스 2024.07.07
34887 '웃찾사' 개그맨서 경찰로…성남 모란시장에 뜬 고동수 근황 랭크뉴스 2024.07.07
34886 '횡단보도 덮쳐 2명 사상' 20대 무면허 이륜차 운전자 법정구속 랭크뉴스 2024.07.07
34885 ‘수상한 현금 뭉치’ 울산 아파트 화단서 수천만원 돈다발 잇따라 발견 랭크뉴스 2024.07.07
34884 째까닥 찍고 핸드폰 내렸지? 그게 사진 망친 이유다 랭크뉴스 2024.07.07
34883 정면돌파 바이든 “주님이 그만두라면 사퇴”…민주당 우려는 확산 랭크뉴스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