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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유전가스전 후보지 개발과 관련한 브리핑이 열렸다. 사진은 개발에 자문을 맡고 있는 미국 업체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 연합뉴스
정부가 동해의 대규모 유전·가스전 후보지(‘대왕고래’ 등 7곳) 개발을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으려는 가운데 국부 유출 우려가 나온다. 현행법상 해외 기업이 국내 심해 자원개발에 참여할 경우, 해당 기업이 채굴량의 88% 이상을 가져가게 하는 구조라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원개발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동해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는 탐사시추 비용만 최소 5000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고위험 고수익’ 사업 특성상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야권이 중심이 된 국회가 예산 협조에 소극적인 점도 투자 유치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또한 국내 기업만으로는 바닷물 아래 땅까지 1㎞가 넘는 심해 개발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도 해외 기업을 데려와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런데 현행 법령을 그대로 둔 채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으면 국부 유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걱정이다. 해외 기업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주는 대가로 정부가 거둘 수 있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적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해저자원광물법 18조 등에 따르면 해저조광권자는 해저조광구에서 해저광물을 채취했을 때 조광료(租鑛料)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내야 하는데, 생산한 석유·가스 판매가액(가공·저장·수송 비용 등을 공제)의 최대 12%에 그치도록 돼 있다. 돈 대신 현물로 낼 수도 있다. 해외 기업 입장에선 생산량의 88% 이상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앞서 대왕고래 등 유전·가스전 후보지 7곳이 포함된 6-1광구·8광구에서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가 한국석유공사와 50대 50 지분으로 탐사를 하다 내부 사정으로 철수한 적 있다. 이후 정부가 우드사이드의 지분을 흡수한 뒤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의 자문을 받아 2000조원 안팎 가치로 추정되는 대왕고래 등을 발견, 개발을 본격화한 것이다. 만일 우드사이드가 철수하지 않은 채, 탐사에 성공해 상업생산으로 이어졌다면,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드사이드가 단순 계산으로 880조원(2000조원X50%X88%) 안팎을 챙겨갈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법령이 이렇게 돼 있는 이유와 관련해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과거엔 지금과 다르게 대규모 유전·가스전 후보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공사가 그동안 해외 유전·가스전에 참여했을 때는 조광료나 세금 등의 명목으로 생산량의 70%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외에 지불하고 나머지를 챙겨왔다고 한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를 지낸 이철규 강원대 특임교수는 “해외 주요 산유국들은 보통 자국 외 기업들의 생산량에서 85~90%를 떼어간다”고 소개했다.

이런 배경에서 산업부는 조광료 부과요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다. 생산 시점에서의 글로벌 원유 가격 등이 고공행진을 할 경우 부과요율이 올라가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산업부는 해외 기업이 들어왔을 때 사업이 진척되는 주요 포인트마다 추가로 돈을 내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지 염두에 두고 있다. 주요 포인트는 ▶계약 시 ▶탐사시추 통해 정확한 매장 규모 확인 시 ▶상업생산 착수 시 등이 될 수 있다. 해외 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이 특정 수준을 넘어가면 추가로 과금을 하는 것도 국부 유출을 막을 장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프로젝트 참여에 관심이 있는 해외 기업들을 위해 로드쇼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오는 19일 해외 기업 투자 유치 진행 현황을 브리핑할 계획이다. 21일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석유공사 경영진,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회의를 열고 해외 기업 투자 유치 전략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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