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태원이 대법원에서 취할 전략은?]
①노소영 기여 줄여 35%를 더 낮추거나
②SK주식 자체를 분할 대상에서 빼거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회장 개인의 이혼 송사에 그룹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SK 측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
최태원 회장이 회사 성장에 미친 영향을 법원이 과대평가했다"
는 것이다. 부친(최종현 선대회장) 생존 당시 재계 서열 5위(1997년 선경)였던 그룹을 '서열 2위'까지 키운 대기업 총수가 자기 성과를 축소한 것이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이 아버지 성과를 높이고 자신을 낮춘 것은 결국 자기가 불린 재산 액수를 최대한 축소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기여분 또는 기여 비율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나온 SK그룹의 입장문에서 법조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1998년을 기준으로 비교한 SK 주식 가치 변동이다. 재판부가 판단한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전후 상승폭 변화'(125배→160배) 대비 최 회장의 경영 기여도가 과도하게 높게 인정됐다는 주장을 펼쳐,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 비율(35%)을 줄이려는 게 SK 측 의도
라 추정하는 것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혼 전문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재산분할의 변수는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을 어떻게 볼 것이냐'와 '각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라면서 "배우자 한쪽 명의로 된 재산이라도 혼인생활 중 유지에 기여한 상대방 지분을 인정하는 게 판례라, 노 관장의 내조하에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끈 1998년(최종현 사망) 이후 실적을
일부러 평가절하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2심에서 뒤집힌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및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분할대상 아님) 여부를 다시 쟁점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1심이 최 회장의 SK㈜ 주식 1,297만여 주를 '결혼 전 증여' 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적이 있는 만큼, 최 회장 입장에선 대법원에서 재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SK㈜ 주식이 최 회장 재산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재산분할 액수를 가장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이기도 하다. 전날 SK그룹 역시 증여세 납부 사실을 근거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에서 대패한 최 회장 입장에선 이렇게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을 바꿀 수 없다면 판결 확정 시점이라도 최대한 뒤로 미뤄야 소송비용에 대한 지연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1조3,808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일 이자만 2억 원에 육박한다. 이혼 전문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어떻게든 상고 이유를 만들어서 2, 3년이라도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런 SK의 계산이 대법원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혼 사건을 여럿 맡은 경험이 있는 이인철 법무법인 리 변호사는 "SK그룹 재산 형성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이후 주식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재산분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파기환송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점쳤다.

특유재산의 인정 여부와 입증 책임의 소지, 또 판결문 정정이라는 이례적 사건이 있었던 만큼,
대법원이 판단의 영역을 확장해 사건 자체를 깊이 살펴볼 가능성
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 고법의 부장판사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기업 운영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대법원도 기왕 가사소송의 법리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려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779 손흥민 '신도림 조기축구회' 파격 입단…선배들 사이 주눅, 뭔 일 랭크뉴스 2024.08.03
33778 협박, 사기, 성폭행까지…가지가지한 아버지뻘 기사 폭행 20대男의 최후 랭크뉴스 2024.08.03
33777 금메달 뒤 피 흘리며 동성 파트너에 키스…“그럼 누구에게 하나요?” 랭크뉴스 2024.08.03
33776 이니시스·카카오페이, 티메프 환불 시작… 해피머니는 언제? 랭크뉴스 2024.08.03
33775 패배 후 대성통곡한 女선수…"일본의 수치" 자국팬 악플에 결국 랭크뉴스 2024.08.03
33774 미국 현지 직접 가보니…‘원사이즈 논란’ 브랜드 멜빌 랭크뉴스 2024.08.03
33773 술 취해 도로 가운데서 '취침'…음주 측정 거부·도주 운전자 집행유예 랭크뉴스 2024.08.03
33772 광안리 백사장 누워 폰 만지더니…'비키니 몰카' 찍어대던 70대 랭크뉴스 2024.08.03
33771 잃고 애타는 마음, 읽고 챙겨준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이다의 도시관찰일기] 랭크뉴스 2024.08.03
33770 ‘괴도 뤼팽’은 ‘유도가’? 리네르의 프랑스는 유도의 나라 랭크뉴스 2024.08.03
33769 한-중-일 함께 한 시상식‥그런데 끝나고 "꺄!" 탄성? 랭크뉴스 2024.08.03
33768 인니, 경찰에만 '강간 피해자 낙태 승인권' 부여 논란 랭크뉴스 2024.08.03
33767 ‘선수 성별 논란’ 뒤에 푸틴 있다…친러 복싱협회 통해 ‘대리전’ 랭크뉴스 2024.08.03
33766 ‘밥상물가 좀 내리려나…’ 세계식량가격, 5개월 만에 하락 전환 랭크뉴스 2024.08.03
33765 앞코 내린 양궁화로 金 쐈다…국대 선수 용품의 비밀 [비크닉] 랭크뉴스 2024.08.03
33764 39세 청각장애 미국 배구선수, 네 번째 올림픽서도 맹활약 랭크뉴스 2024.08.03
33763 트럼프 "해리스와 내달 4일 대선토론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 랭크뉴스 2024.08.03
33762 피로회복제 좋아하는 당신..."피로를 회복하면 죽습니다" [책과 세상] 랭크뉴스 2024.08.03
33761 경찰, 숭례문 지하보도서 환경미화원 살해한 70대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4.08.03
33760 ‘한때 자산 380조원’ 中 안방보험, 파산 절차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