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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남도 북창에 위치한 ‘18호 관리소’가 여전히 운영 중인 상태라며 미국 내 대북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위성사진. 관리소 지역 내 시멘트 공장, 소규모 경공업 시설, 돼지 농장, 행정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여전히 수용자 구금시설로 가동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HRNK는 분석했다. 사진 HRNK 보고서 캡처
북한이 2006년 폐쇄했다고 발표한 ‘18호 관리소(정치범 수용소)’가 여전히 상당 규모의 구금시설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 DC의 대북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미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ㆍNGA)과 함께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다.

18호 관리소는 북한 평양에서 북동쪽으로 66㎞ 떨어진 평안남도 북창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로 운영됐었다. 그간 일부 탈북자 등을 통해 18호 관리소가 현재도 운영되며 수용자가 중노동에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미 인권단체와 국가지리정보국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1956년 종파사건 이후 숙청된 사람들을 가둬두기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만든 이후 적대적 계층, 정치범ㆍ경제범 등을 강제 수용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론 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HRNK는 17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18호 관리소’를 통해 “북한 당국은 2006년 관리소 18호 폐쇄를 발표했지만 2012년까지 핵심 시설이 계속 운영 상태였고 이후에야 일부 인프라 시설이 폐쇄에 들어갔다”며 “18호는 아직도 가동 상태인 대규모의 구금시설”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2~2024년 대략 830개의 구조물이 해체된 반면 225개의 새로운 구조물이 들어섰고 약 90개의 잔여 구조물은 개ㆍ보수를 마친 상태라고 했다.

또 2012년 이후 위성사진 분석 결과 경계경비대 5곳, 내부 경비대 1곳, 경비 막사와 구금시설 3곳이 새로 세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소 주변에 35~40개의 소형 감시초소도 식별됐다고 한다.

HRNK는 “18호 관리소는 여전히 활성화된 상태로 잘 관리돼 있고 농업ㆍ경공업ㆍ광업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고 밝혔다. HRNK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18호 관리소 지역에 시멘트 공장, 소형 경공업 공장, 돼지 농장, 가축시설 등이 식별되며 집단 거주지가 새로 형성된 사실도 파악된다.

미국 워싱턴 DC의 대북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17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18호 관리소(북창)’ 표지. 사진 HRNK 보고서 캡처
HRNK는 보고서에서 “북한 최고위급 탈북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1958년 북창 탄광에서 18호 관리소가 맨 처음 생겨났다”고 전했다. 1997년 북한 ‘심화조 사건’ 때 농업정책 실패 책임으로 공개 처형당한 서관희 전 농업담당비서도 18호 관리소에 수감됐었다고 했다. 심화조 사건은 1990년 후반 북한 김정일 정권이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다스리고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으킨 대규모 숙청 사건이다.

HRNK 보고서에 따르면, 18호 관리소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정보ㆍ방첩 기관인 국가보위성이 아닌 치안 기능을 담당하는 사회안전성 관할이다. 18호 관리소 지휘 책임자는 리태섭 사회안전상이며, 리태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보하는 체계다. 관리소 14호(평남 개천)ㆍ15호(함남 요덕)ㆍ16호(함북 명간)ㆍ18호ㆍ25호(함북 청진)를 북한의 ‘5대 관리소’라 부르는데 18호를 제외한 나머지 관리소는 국가보위성이 관리ㆍ통제를 맡고 있다. HRNK는 “18호 관리소가 사회안전성 관할이라 해서 수용소의 잔학성과 수감자 인권 착취 현실이 덜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18호 관리소에는 정치범과 이들의 가족을 포함해 대략 5만 명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약 3만 명은 노역형에 처해졌고 나머지 약 2만 명은 노약자들인 것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2020년 수감자가 약 2만4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장성택 사건 연루자와 이른바 ‘하노이 노딜’(2019년 실패로 끝난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책임자 등이 18호 관리소에 대거 수감되면서 수용 규모가 다시 늘었다는 소식이 북한 전문 매체 등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HRNK는 정확한 수감자 규모와 관련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구체적인 수감 인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4월 22일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사진 화상 인터뷰 캡처
HRNK는 보고서에서 “18호 관리소 일부 시설을 가동 중단하면서 수용 인원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 정권은 구금시설로 계속 활용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성업 중인 광업ㆍ경공업ㆍ농업 활동은 수용자들의 강제 노역과 인권 착취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RNK의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수감자들이 중노동과 영양 부족, 열악한 작업 환경에 시달리며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 수용소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기구의 전면적 접근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18호 관리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제안했다. HRNK는 연구ㆍ조사ㆍ저술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미국의 비정부 기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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