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정부 “법인 해산도 가능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경기 수원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앞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업무개시명령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수원/연합뉴스

18일 서울 행당동에 사는 정아무개(40)씨는 콧물감기에 걸린 4살배기 딸을 데리고 동네 소아과 의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니던 소아과가 ‘집단 휴진’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다른 소아과로 왔는데 여기도 오전만 진료한다고 한다. 얼른 진찰받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는데, 사람이 몰려 30분은 더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집단 휴진에 일부 의원이 동참하면서 상당수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의협의 애초 예고와 달리 전국 모든 지역에서 휴진율이 14.9%에 그쳤다. 그럼에도 임현택 의협 회장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돌입을 예고했다. 이에 정부는 법정단체인 의협의 해산을 경고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이날 전국 병의원의 휴진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휴진율은 14.9%였다. 대전이 22.9%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6.4%로 가장 낮았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오전·오후 휴진 여부를 조사하고 휴진율이 30%가 넘으면 지자체 공무원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휴진 사실을 채증하고, 이를 토대로 업무개시명령 위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휴진율 30%에 미치는 곳이 한 곳도 없어 이런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의협은 지난 4∼8일 설문조사 결과 73.5%의 높은 찬성률을 근거로 높은 휴진율을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원의 휴진율은 2020년 8월14일 의협 집단 휴진 때(32.6%)의 절반 수준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동네 장사’를 하는 개원의들이 휴진하기 어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단 휴진으로 문을 닫은 동네 의원 명단이 공유되고, 휴진한 의원에 가지 않겠다는 ‘불매 선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한겨레에 “진료비로 직원 월급 등을 벌어야 하는 의원 입장에선 하루 쉬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일부 대형 병원의 경우 진료가 줄어든 곳도 있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수술이 76건으로 1주 전인 지난 11일(149건)의 절반 정도였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외래 진료나 수술이 평소보다 줄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외래 진료·수술 모두 지난주와 차이가 없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루 8500여명 정도 외래 진료를 하는데, 오늘도 비슷했다. 이날 휴진하거나 연가를 신청한 교수는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어 강경 대응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료 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의대 정원 증원과 전공의·의대생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강력한 법적 대처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지역 필수의료를 바로 세우고 의료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의료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해나갈 것”이라며 “진정한 의료개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의료 현장 의견이 중요하고 의료계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의료계를 향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라고도 촉구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해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진료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법정 단체인 의협에 대해선 “시정명령과 임원 변경을 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법인의 해산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사들이 끝내 불법 집단 휴진에 들어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개쳤다” “불법 행위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강경 대처를 촉구했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집단 휴진과 관련해 ‘의사 불법행동 환자피해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동시에 의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혹은 형사 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165 아시아증시 이어 뉴욕증시도 급락 출발… 미 S&P500 개장 초 4% 내려 랭크뉴스 2024.08.05
30164 무안에 시간당 102mm​…폭염 속 집중호우 랭크뉴스 2024.08.05
30163 “의견 표명 과정에 불과”…경찰, ‘넥슨 집게손’ 피해자 고소 각하 랭크뉴스 2024.08.05
30162 아시아증시 이어 뉴욕증시도 급락 출발…미 S&P500 개장초 4%↓ 랭크뉴스 2024.08.05
30161 '전기차 화재' 청라 아파트 감식‥닷새째 이재민 생활 랭크뉴스 2024.08.05
30160 일 닛케이 등 아시아 증시도 폭락…비트코인도 급락 랭크뉴스 2024.08.05
30159 美 증시강세론자 “연준 긴급히 금리 인해해야” 랭크뉴스 2024.08.05
30158 "어, 이거 점 아니었어?"…한국인 잘 안 걸린다는 ‘이 병’ 갑자기 증가 왜? 랭크뉴스 2024.08.05
30157 ‘1957년 노벨물리학상’ 중국계 美학자 리정다오 별세 랭크뉴스 2024.08.05
30156 유도 허미미, 독립투사 현조부 기적비 찾는다…“메달 보여드릴 것” 랭크뉴스 2024.08.05
30155 금메달 안세영 "부상 대처 협회에 실망, 국대 힘들듯" 폭탄 선언 랭크뉴스 2024.08.05
30154 강남지역 '로또 청약' 또 흥행…레벤투스 특공 경쟁률이 무려 랭크뉴스 2024.08.05
30153 용산 한 아파트 단지서 차량 인도 돌진...1명 사망, 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8.05
30152 용산 개입 의혹 번진 세관 마약수사 포인트 셋 [시사종이 땡땡땡] 랭크뉴스 2024.08.05
30151 대폭락의 날…코스피 2,500선 붕괴 랭크뉴스 2024.08.05
30150 의사가 초4 아들에 차려준 '저속노화 식단'…"아동학대" 시끌 랭크뉴스 2024.08.05
30149 격한 반대에도 도입한 대표선발전 결선, 금빛 총성 밑거름으로 랭크뉴스 2024.08.05
30148 이란 "침략자 벌해야" 보복 불사…이스라엘은 선제타격설 초강수(종합) 랭크뉴스 2024.08.05
30147 은메달 딴 조영재, 조기 전역 가능한데 "만기 제대 하겠다" 랭크뉴스 2024.08.05
30146 증시 최악의 날…‘R의 공포’에 시총 235조원 증발 랭크뉴스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