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100원 위자료 청구합니다"… 충북 청주시 공직사회 발칵

충북 청주시 소속 7급 공무원인 최 모 씨는 지난해 3월, 상급자인 청주시장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초 손해배상 청구액은 단돈 100원.

오히려 소송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 뻔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지만 최 씨는 진지한 태도로 소송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100원이던 소송가액은 1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액도, 재판부와 원고, 피고의 태도도 더 이상 가볍지 않은 재판이 된 겁니다.

무려 1년 3개월의 재판 끝에 법원은 피고 청주시가 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청주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불공정 인사·직장 내 괴롭힘 탓 정신적 고통" vs "사실과 달라"

2007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최 씨는 지난해 청주시의 6급 승진 인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최 씨는 "일과 성과 중심이 아니라, 청주시 내부의 기득권층에 의해 인사가 좌우됐다"고 불공정 인사를 주장했습니다.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가택 수색 등의 징수 방안을 제안해, 약 200억 원의 체납 세액을 징수하는 성과를 올렸는데도 인사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같은 부서의 직속 상사가 최 씨의 보고서 등을 제대로 결재하지 않거나, 무시·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이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면서, 청주시의 최고 책임자인 이범석 청주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조직 문화의 개선을 촉구하는 상징적 의미로 손해배상 청구액은 '100원'으로 정했습니다.

최 씨는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는 정말 재판에서 이겨보겠다, 싸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와 대화, 소통을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청주시는 소송 사실이 알려진 뒤 "불공정한 인사는 없었고, 직장 내 괴롭힘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고, 지난 4월 법원의 화해 권고도 청주시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 법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처리 절차 부적절...정신적 고통 줘"

청주지방법원 민사8단독 송경근 부장판사는 피고 청주시가 원고인 최 씨에게 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청주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소속 공무원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이 일부 인정된 겁니다.

송 부장판사는 일단 최 씨가 주장한 '불공정 인사'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의 승진 인사는 업무성과뿐만이 아니라 인사 대상자의 성품, 공직자로서의 자세, 유·무형적인 자질과 역량, 조직원과의 소통, 조직에 대한 기여도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평가로 이뤄지고,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씨가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것은 "인사권자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이뤄진 위법·부당한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최 씨가 문제삼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처리에 대해서도 "감사관이 결과를 시장에게 보고했을 때는 이미 원고가 병가에 이어 휴직한 상태이고, '구청으로의 전보'라는 근무장소 변경도 제안하는 등 원고와 직속 상사의 분리를 비롯한 보호 조치는 별다른 문제없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유무'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신고에 대한 조치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만든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처리했을 때는 그 결과에 대해 신고자의 동의를 얻고, 만족도 평가를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주시는 최 씨에게 이런 만족도 평가 등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최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만족도 평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관한 처리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조사의 충실도, 처리결과의 적정성 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의 하나"라면서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신고자인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청주시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처리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린 겁니다.

원고와 피고 모두, 100%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양측 모두 항소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 씨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합리적인 인사 평가로 모두에게 기회가 보장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없는
청주시가 되길 바란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1년 넘게 휴직했던 최 씨는 곧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측의 긴 공방이 이어질지, 미처 하지 못한 '화해'가 극적으로 이뤄질지, 법정 밖의 시간은 이제 시작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932 HBM 수요 치솟자 가격도 폭발… 2분기에만 14.4% 급등 랭크뉴스 2024.07.28
30931 [오늘의 천체사진] 태양 표면에서 포착한 ‘불기둥의 춤’ 랭크뉴스 2024.07.28
30930 바빠지는 日 자동차 동맹…“혼다·닛산에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 랭크뉴스 2024.07.28
30929 역사적 금 생산지에서 오욕의 ‘강제동원’ 현장 된 사도광산 랭크뉴스 2024.07.28
30928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미스터리…군무원이 왜 보유? 北 넘어갔나? 랭크뉴스 2024.07.28
30927 머지포인트 피해자 또 승소했지만…법원 “티몬·위메프는 책임질 필요 없다” 랭크뉴스 2024.07.28
30926 친윤 정책위의장 바꿔야 ‘친한 과반’ 최고위···한동훈 ‘숙고’ 랭크뉴스 2024.07.28
30925 [영상] 예선 끝나고 망했다던 김우민, ‘마법의 6시간’ 이후 동메달…그 비밀은? 랭크뉴스 2024.07.28
30924 [단독] 공정위, 티메프 사태 직전…“숙박·여행 빼고 실태조사” 랭크뉴스 2024.07.28
30923 ‘시청역 참사’ 운전자 신발에 액셀 자국…그날 시속 100km 랭크뉴스 2024.07.28
30922 한미일 국방장관,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서명…훈련 정례화 랭크뉴스 2024.07.28
30921 이재용, 파리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현장서 응원했다 랭크뉴스 2024.07.28
30920 형량 반토막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3분’이 판결 갈랐다[판결돋보기] 랭크뉴스 2024.07.28
30919 '의대 쏠림' 더 심해질까... 내신·수능 최상위권 모두 의·약대 갔다 랭크뉴스 2024.07.28
30918 네이버페이·토스 등 간편결제사 티몬·위메프 ‘선환불’ 시작 랭크뉴스 2024.07.28
30917 환경단체 “휴대용 목 선풍기서 전자파 과다 발생” 랭크뉴스 2024.07.28
30916 수업 중 촬영하고, “가만 안 둔다” 협박… 경기교육청 “교권침해” 4건 고발 랭크뉴스 2024.07.28
30915 폭염 속 휴가철 맞아 해수욕장·물놀이장 피서객 '인산인해' 랭크뉴스 2024.07.28
30914 "5억~20억 차익 기대"…반포·목동·동탄 '수퍼 청약데이' 온다 랭크뉴스 2024.07.28
30913 '오상욱' 이름을 '오상구'로? "실수 맞냐" 네티즌 폭발 랭크뉴스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