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사협회가 주도한 18일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의사가 훨씬 많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불참했고, 이 중 집단휴진의 실효성이나 정당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의 한 개원의는 “집단휴진을 하려면 의대 증원 논란이 달아오르던 3,4월에 했어야 효과를 극대화 했을 텐데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 한다니 참여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의사협회나 의대 교수가 의대 증원 재논의를 주장하는데, 이미 끝난 마당에 뭘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이 '의료농단' 등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의사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집단휴진까지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고,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화난다고 환자 곁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며 “나갈 때(집단휴진에 동참하는 것)가 됐다고 판단되면 그러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18일) 문을 열었더니 환자가 ‘원장님 문 닫을 줄 알았는데 열었네요’라고 반기더라. 환자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휴진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협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서울 구별로 구 단위 의사 모임을 하고 시 단위로도 하고,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결속력을 다져야 하는데 지금의 식으로는 안 된다”며 “대열을 잘 갖추지 않고 싸우면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의사도 있다. 지방의 한 원장은 “2월부터 매달 적자가 쌓인다. 보험 해지 등으로 겨우 버티는데 하루 쉬면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다”며 “게다가 인근의 병의원이 문을 여는데 우리가 문을 닫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주변에서 욕을 먹어도 내코가 석자라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집단휴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18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소병원 의사는 더 싸늘하다. 50대의 한 월급쟁이 의사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국민이 보기에는 밥그릇 지키기처럼 비칠 것이어서”라고 했다. 그는 “의사인 내가 봐도 밥그릇 문제처럼 보인다”며 “국민 눈에는 ‘어떻게 공부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의사들이 분노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이 야기할 문제점을 공정성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 국민 공감을 사야 하는데, 의협에 전략가가 없다. 고함쳐서 뭘 얻으려는지 모르겠다. 국민과 더 멀어지는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 의사 50여명 중 연차휴가를 낸 사람이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환자를 두고 나서는 데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607 [법조 인사이드] 주가조작 577억 챙겨도 벌금은 고작 3억... ‘솜방망이 처벌’에 ‘범죄자 놀이터’ 된 韓 증시 랭크뉴스 2024.07.06
34606 [미술로 보는 세상] 화장하는 여인들, 몰입의 시간 랭크뉴스 2024.07.06
34605 ‘아웅산 테러’ 묻자 ‘5.18’ 꺼낸 북한…그래도 만난 남북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4.07.06
34604 "나를 탄핵하라" 檢 연일 강공 메시지…'검란'의 데자뷔 [서초동 야단법석] 랭크뉴스 2024.07.06
34603 한번 터치로 ‘화상 회진’…보호자, 병원 못 가는 부담↓ 랭크뉴스 2024.07.06
34602 경찰 수사심의위, '채상병 사건'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의견 랭크뉴스 2024.07.06
34601 [단독] '수요포럼' 멈춘 통일장관...'新통일담론' 의견 수렴 마무리? 랭크뉴스 2024.07.06
34600 뇌졸중 장애 母에 “빨리 죽어라”…상습폭행 아들 실형 랭크뉴스 2024.07.06
34599 [차세대 유니콘](32) AI 컨택센터 솔루션 고객 1000개사 유치한 페르소나AI… 유승재 대표 “日·美 시장 진출 추진” 랭크뉴스 2024.07.06
34598 오늘도 벌어지는 ‘미디어 재판’···당신은 언론을 믿으십니까[오마주] 랭크뉴스 2024.07.06
34597 바이든 “트럼프 이길 것”…방송 인터뷰로 교체론 진화? 랭크뉴스 2024.07.06
34596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랭크뉴스 2024.07.06
34595 "삼청교육대 '보호감호' 피해자들에 국가배상…공권력 남용" 랭크뉴스 2024.07.06
34594 美軍 100년 운용할 전략폭격기…‘B-52H’ 핵 재무장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4.07.06
34593 만취한 지인 업었다가 넘어져 사망케 한 20대 집유 랭크뉴스 2024.07.06
34592 모두 쓰는 공간을 '나 혼자' 독점… 노매너·이기심에 공공장소는 '몸살' 랭크뉴스 2024.07.06
34591 [저출산을 읽는 새로운 시각] ②“美 세계화 수혜 클수록 저출산 직격탄” 랭크뉴스 2024.07.06
34590 '도박 쓸 돈 안 줘서'…모친 집 가전제품 깨부순 40대 패륜아들 랭크뉴스 2024.07.06
34589 '2.4%' 한숨 돌린 물가라는데…'가스요금' 결국 인상[송종호의 쏙쏙통계] 랭크뉴스 2024.07.06
34588 [지방소멸 경고등] "인삼 부자도 많았는데…" 어르신만 남은 금산 마을 랭크뉴스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