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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에스피씨(SPC) 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는 모습. 허 회장은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된 허영인 에스피씨(SPC)그룹 회장의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1차 공판에서 허 회장쪽은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탈퇴를 강요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된 황재복 에스피씨 대표 쪽은 “허 회장 지시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18일 오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황 대표를 비롯해 에스피씨·피비파트너즈 임원 등 19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2022년 8월 피비파트너즈 소속 제빵사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에스피씨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노조파괴 행위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지난 4월21일 구속기소됐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50분간 공소사실 등을 설명했다. 검찰은 허 회장, 황 대표 등이 노조법을 위반해 △(한국노총 소속 노조인) 피비파트너즈가 과반수 노조가 되도록 조합원 모집에 관여하고 △직원들이 파리바게뜨지회 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하고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조합원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했으며 △피비파트너즈 노조를 이용해 언론과 국회에 사쪽 입장에 대응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영인에서 시작된 탈퇴 종용 작업은 황재복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며 “체계적,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다. 반헌법적 노조 파괴 행위이자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파란색 수의를 입고 등장한 허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해당 노조 소속이어도 근무 태도가 좋거나 회사 정책 수용을 잘하면 승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회사 지시로 조직적으로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수노조를 처음 겪는 회사 입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지, 노사 관계를 형해화하는 등의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와는 결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대체로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피고인 중 마지막으로 의견을 밝힌 황 대표 쪽은 노조 탈퇴 강요나 노조원 불이익 취급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허 회장 지시에 따라 탈퇴 종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허 회장을 보호하는 것이 그룹의 이익이라고 생각해 지시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증거가 확보되어 있었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수많은 선후배 임직원들을 위해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추가 불이익을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실제 관여한 당사자들이 법이 정한 처벌을 받고 잘못된 노사 관행을 바로잡는 게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승진 불이익과 관련해서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은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인지하지 못했으며, 최종 결재만 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허 회장 쪽 변호인은 내달 2일 열리는 재판에서 공소 사실과 관련해 3시간 동안 의견 진술을 추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파리바게뜨 노조원 등 민주노총 조합원 20여명이 재판 방청에 참석했다. 공판이 끝난 후 피고인들이 퇴장하는 과정에서 재판 중 발언에 항의하는 노조원과 임원 간에 충돌이 일기도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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