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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최근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와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KT 임직원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KBS가 확보한 이 사건 공소장에는 KT 임원들이 하청업체를 이용해 각종 이익을 취하는 모습이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특정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반대 의견을 내는 자회사 임원에게 "해고하겠다"며 욕설을 퍼부었고, 특혜를 받은 하청업체 측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수천만 원을 쓰거나 가족을 하청업체에 취업시켜 급여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 KT 임원들 하청업체에 꽂는 관행…검찰 "하도급법 위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용성진)가 지난달 30일 구 전 대표를 기소한 혐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입니다.

구 전 대표가 KT의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돼 있던 2020년 초, KT 상무 출신인 계열회사 임원 A 씨를 하청업체 대표이사에 선임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신 모 KT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은 부사장은 구 전 대표에게 A 씨가 KT그룹의 건물관리 용역업체 중 KSmate의 차기 대표이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보고했습니다.

A 씨는 KT의 이른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신 부문장의 보고를 받은 구 전 대표는 A 씨가 기업집단 KT를 퇴사하고 KSmate의 차기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것을 승인했고, KSmate 측도 이사회 등에서 KT가 내정한 A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A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 KT 측의 건물관리 용역 물량이 유지되거나 늘어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대표로 세우면 물량이 축소되는 등 하도급 거래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기업집단 KT 내에는 건물관리 용역 수급사업자 중 KSmate가 KT에스테이트 등 KT 계열사에서 발주하는 하도급 거래에 의존하는 사업자임을 악용해 KT에서 퇴직할 예정인 임원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도록 결정해 통보하는 등 경영에 간섭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 전 대표와 신 모 전 부사장 등을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내부 반발에는 "시키는 대로 안 하면 해고" 협박

검찰은 KT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수사했는데, 이와 관련 해선 KT 수장 구현모 전 대표를 제외한 KT 전·현직 임원 4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선 '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내부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신 전 부사장이 문제를 제기하는 자회사 임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협박했다고 보고 강요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KT는 2010년경부터 KT가 보유한 시설의 건물 관리를 자회사 KT텔레캅에 위탁하고, KT텔레캅이 건물 관리 물량을 4개 용역업체에 분배해 다시 위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3월 돌연 용역업체들과 맺는 계약을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개 업체 가운데 KDFS와 KSmate 등 2곳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건물 관리 물량을 집중시키고, 나머지 2개 업체가 맡고 있던 수도권 물량을 그만큼 줄이기로 한 겁니다. 수도권 물량은 업무 관리가 편하고 이익률이 높아서 용역업체로서는 꼭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었습니다.

KT는 원래 이들 4개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서비스 품질평가결과 90점 미만일 경우 물량을 축소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담았습니다. 갑자기 수도권 일감을 잃게 된 나머지 2개 업체는 평가 결과가 90점을 넘어서 물량조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KT텔레캅 기업사업본부장(상무) 김 모 씨 등이 2021년 계약부터 "품질평가 1, 2위의 2개 업체에만 수도권 물량을 배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부하직원은 김 씨에게 "품질평가 결과가 90점 미만인 업체가 없어서 물량 조절이 어렵다"며 "그런 방식으로 물량을 축소할 경우 계약위반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가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식으로 물량을 조절했던 전례도 없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씨 등은 KDFS와 KSmate에 물량을 집중시키는 재배분을 강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은 판단입니다.

2020년 12월, 새로 부임한 KT텔레캅 대표이사와 경영기획총괄 등 임원들도 이런 식의 물량 재배분을 재검토했습니다.

그러자 물량 재배분을 강행하려던 임원들이 KT텔레캅 새 임원들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신 전 부사장이 KT텔레캅 임원에게 "왜 KDFS의 물량을 늘리지 않느냐? 이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욕설을 퍼부었고 "야 이 XX야, 시키는 대로 안 해? 이 XX들 그딴 식으로 하면 너도 그렇고 너네 사장도 그렇고 다 해임시킬거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말하자 "네 일도 아닌데 왜 네가 난리냐, 그냥 시키는 대로 해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는 겁니다.

신 전 부사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서 KT텔레캅에 찾아가 이런 뜻을 재차 전달하게 했습니다. 부하 직원에게 KT텔레캅 임원들을 찾아가도록 한 뒤 "계속 이렇게 나오면 해임할 수밖에 없다고 전달하라고 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KT텔레캅 측은 KDFS와 KSmate에게 돈 되는 일감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물량 재배분을 실행했습니다.

나머지 2개 업체는 기존에 수행하던 수도권 물량 100억 원어치 만큼 손실을 봤고, 그만큼 KDFS와 KSmate는 이익을 봤습니다.


■ 일감 몰아준 업체서 '법카' 받아 '골프' …아들·아내 취업시켜 수천만 원 급여도

돈 되는 일감을 몰아서 받은 KDFS는 KT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상납하고, 가족을 채용해서 급여를 지급해주며 보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KT 출신으로 KT텔레캅 하청업체인 KDFS와 그 자회사 KDFJ의 대표이사인 황욱정 씨.

건물 관리 용역업체들과의 계약 내용을 바꾸고 물량을 재배분하는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에 KT 임원들을 찾아가 "용역 물량 증대와 관련해 KDFS의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을 하며 법인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카드를 받은 임원은 총 3명이었습니다.

안전운영팀장(부장)을 지냈던 이 모 씨는 경기 광주시 골프연습장 사용료와 레슨비 등으로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년 동안 6,042만 원을 KDFS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안전보건담당자(상무보)로 일했던 홍 모 씨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KDFJ 법인카드로 3,355만 원 상당을 결제했습니다. 결제 내역은 스크린골프장 이용대금 등이었습니다.

홍 씨는 아들을 KDFS의 마케팅 사원으로 취직 시키기도 했습니다. 법인카드를 이용하던 시기였던 2022년 2월 황 대표에게 "실업계 고졸인 아들이 군에서 제대한 뒤 두 달 간 집에서 놀고 있다"며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 씨의 아들은 실제로 KDFS에 취업했고 2023년 6월까지 1년 여 간 급여 3,893만 원(세전)을 받았습니다.

KT텔레캅 기업사업본부장이었던 김 씨도 비슷한 청탁을 받고 각종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KDFS의 법인카드를 받아서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 간 1,535만 원을 결제했고, 같은 시기에 경기도의 한 공유오피스를 사용한 대금 1,136만 원을 KDFS의 법인 자금으로 대납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KDFS 직원인 것처럼 형식상 등재해 2021년 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년여 간 아내의 급여 명목으로 4,163만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KT 임원들에게 법인카드와 가족 채용 등을 제공한 황 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이를 받은 KT 임원들은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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