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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신고된 휴진 비율 4% 그쳤지만
동네의원 곳곳 '오전만 진료' 변칙 운영
의사 커뮤니티엔 각종 꼼수 공유되기도
의료계 집단 휴진이 시작된 18일 한 어머니와 아이가 서울 중구의 한 병원 입구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자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정다빈 기자


“여기 진료하나요?”


“오늘 접수 마감됐어요, 죄송합니다.”


18일 오전 서울 강북구의 한 의원 문을 두드린 노삼숙(67)씨는 이날만 두 번째로 병원 문전에서 퇴짜를 맞고 발걸음을 돌렸다. 점심시간 시작인 오후 1시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남았고, 대기 환자도 두어 명밖에 없는데 접수가 마감됐다는 게 이상했다. 조금 전 목이 갑자기 부어올라 찾아간 이 동네의 유일한 이비인후과에선 "보청기 맞춤 예약이 꽉 찼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터였다. "
희한하게 오늘 다 오후 진료를 안 받네요."
’ 노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나선 첫날, 상급종합병원은 물론이고 일부 동네 의원까지 업무 중단에 동참했다. 보건소에 정식으로 신고를 하고 쉬는 경우도 있었지만, ‘절반 근무’ 등 꼼수를 쓰면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곳도 발견됐다. 어렵게 걸음한 환자들만 발을 동동 굴렀다.

사전 신고 없이 휴진...환자들 '헛걸음'



보건복지부에 집계된 이날 휴진 신고율은 약 4%(전체 3만6,371곳 중 1,463곳)로, 휴진 비율 자체로는 진료에 큰 차질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서울시만 봤을 때도 사전에 ‘18일 휴진’을 신고한 동네 의원은 총 239개소(17일 기준)에 불과
했다. 전체 자치구 중 강남구가 25곳으로 제일 많았고, 강북구(24곳)가 뒤를 이었다. 휴진을 신고한 기관 대부분이 ‘개인사’나 ‘해외여행’ 등 의협과 무관한 사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단 휴진'이 의심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날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에는 ‘헛걸음’을 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평소 화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곳이지만, 이날만 휴진 공고가 붙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공개하는 ‘문 여는 병의원’ 누리집(https://www.e-gen.or.kr)에는 '정상 운영'으로 표시됐다. 시스템이 틀렸거나 사전 신고 없이 휴진한 셈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와 이 의원을 찾은 김순진(47)씨는 “별도로 안내받은 적도 없고, 똑닥(병의원 예약진료 앱)에서 접수만 안 되길래 직접 왔는데 휴업이라니 큰일”이라며 “아이 감기 기운이 더 심해지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야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4세, 3세 아이의 중이염 치료를 위해 온 박수정(34)씨도 “일대에 아이를 봐주는 병원이 많지 않아 원래 다니던 곳”이라며 “이렇게 무작정 문을 닫아버리면 환자들은 미칠 노릇”이라고 걱정했다.

의료계 집단 휴진이 시작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출입문에 '2,000명 의대정원확대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 반대하여 휴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다빈 기자


오전만 운영·개인 사유...'꼼수' 공유도



일부 의원은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조하는 것을 숨기려 꼼수를 쓰기도 했다. 앞서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는 ‘오전 진료 후 휴진’이나 ‘개인사정으로 인한 휴진’ 등 조언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 정부는 사업자단체인 의협이 개별사업자인 개원의를 담합에 동원한 것은 '부당한 경쟁 제한'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 소재 의원 여러 곳에 전화를 해보니 “18일은 오전만 운영하니 늦어도 11시까지는 오셔야 한다”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한 자치구 보건소 관계자는 “지침상으론 오전만 운영하는 것도 휴진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도 “구 내 의료기관만 수백 곳인데 오전·오후 모두 정상 운영 중인지를 확인해 절반 진료를 적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꼼수 휴진을 보는 여론은 싸늘했다. 한 지역 기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날 휴진에 들어간 관내 개원의들의 정보가 공유되며 “평생 가지 말자”는 식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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