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휴진 신고율 4%뿐…개인사유 내건 휴진병원 곳곳
학회참석·자신 병치료 사유 휴진 써붙여…환자 허탕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원장님 치과진료’를 이유로 휴진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소아과 의원. 고경주 기자

의과대학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정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나섰다. 이날 서울 곳곳 동네 병원들에선 휴진 소식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가 허탕을 친 환자들의 모습이 적잖았다. 상당 수 병원은 집단휴진 참여가 아닌 ‘원장님이 아파서’ ‘원장님 학회’ 등 개인적 사정을 휴진 이유로 설명하기도 했다.

“오늘 무릎이 너무 아파서 바로 집 앞에 신경과 의원에 왔는데 휴진이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신경과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기도 휴진이면 어떡하죠? 잠깐 여기 벤치에서 쉬었다 가야겠어요.”

이날 오전 11시께 김정희(57)씨는 퇴행성 관절염이 도진 아픈 무릎을 이끌고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 신경과 의원을 찾았으나 병원이 문을 닫아 헛걸음을 했다. ‘네이버지도’ 등 온라인에는 이미 전날부터 휴진 소식이 공지됐지만, 온라인 검색에 익숙치 않은 김씨는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옆 동네 병원에 가려면 버스 타야 하는데 타고 내릴 때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이왕이면 가까운 병원으로 오고 싶었다”며 “병원 휴진 뉴스는 봤지만 큰 병원들만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정아무개(40)씨도 이날 콧물감기에 걸린 4살배기 딸을 데리고 동네 소아과 의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평소 다니던 소아과가 이날 ‘집단휴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제가 다니던 소아과가 닫아서 다른 소아과로 왔는데 여기도 오전만 진료한대요. 얼른 약 받아서 애 유치원 보내려고 했는데 사람이 몰려서 30분은 더 기다렸어요.” 대형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이 상가에는 소아과 2곳을 포함해 내과·이비인후과·안과 등 동네 의원이 11곳인데 이 중 7곳이 이날 전일 또는 오전 휴진에 나섰다.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원장님 정형외과 진료’를 이유로 휴진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소아과 의원. 고경주 기자

동네 병원까지 덮친 집단 휴진 흐름에 환자들의 우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만난 방양일(73)씨는 “뉴스에서 병원들 휴진한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왔는데 다행히 열려있어서 내과 진료를 받았다”며 “이게 확산될까봐 우리 딸아이가 계속 아프지 말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지만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9개월 난 아들을 둔 박선영(35)씨도 “원래 다니던 소아과 원장님이 휴진하는 이유를 설명해줬는데 그분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도 “아기들은 예고하고 아픈 게 아니니까 동네 병원까지 휴진을 하는 건 걱정된다”고 말했다.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원장님 학회’를 이유로 오후 휴진에 나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 김채운 기자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병의원들도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오전 단축진료에 나섰다. 이지혜 기자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휴진율은 4%에 불과했지만, 실제론 오전에 2시간만 진료를 하는 식으로 단축 진료를 하거나, 휴진 사유로 개인 사정을 드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의협 주도의 집단행동이 아니라 ‘원장님이 아파서’, ‘원장님 정형외과 진료’ ‘원장님 학회’ 등을 다른 이유로 휴진한다고 밝히는 식이다.

정부가 전국 모든 병·의원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황이라 추후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한 변칙 휴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례까지 합하면 실제 휴진율은 더 높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078 與도 野도 단통법 없애자는데…100만원 넘는 스마트폰 싸질까 랭크뉴스 2024.07.27
35077 IOC, SNS 한국어 계정 통해 사과 “대한민국 선수단 소개 실수” 랭크뉴스 2024.07.27
35076 사무실에 갇힌 티몬 직원들 눈물 호소…“대표님 연락 안돼” 일부는 들것에 실려나가 랭크뉴스 2024.07.27
35075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영구실명... '주의의무 위반' 캐디, 2심서 집행유예 감형 랭크뉴스 2024.07.27
35074 [올림픽] 나이지리아 여자농구 대표팀, 개회식서 배 탑승 거부당해 랭크뉴스 2024.07.27
35073 ‘티몬·위메프’ 난리인데...구영배는 여전히 '두문불출' 랭크뉴스 2024.07.27
35072 호남고속철 터널 공사현장서 작업자 낙석 맞아 사망 랭크뉴스 2024.07.27
35071 티몬 직원들 “8억∼9억만 환불, 대표 연락두절”…현장 눈물바다 랭크뉴스 2024.07.27
35070 의대생 보이콧 현실화…내년 의사 국시에 11%만 접수 랭크뉴스 2024.07.27
35069 트럼프, 네타냐후 만나 해리스 비판… "휴전 촉구 발언 무례" 랭크뉴스 2024.07.27
35068 월 수입 2천만원·송승헌 닮은 꼴이지만 결혼 꿈 접은 '이 남자의 직업' [강홍민의 굿잡] 랭크뉴스 2024.07.27
35067 '김건희 수사' 후폭풍에…검찰, 사위 특채 의혹 文조사 고민 랭크뉴스 2024.07.27
35066 [게임위드인] 한·중만 하는 게임물 사전심의…민간 이양 언제쯤? 랭크뉴스 2024.07.27
35065 [영상] 개막식 달군 셀린 디온 ‘사랑의 찬가’ 열창 랭크뉴스 2024.07.27
35064 관습 거부한 혁명의 도시, 통합·성평등·친환경 깃발 들고 ‘축제의 시작’ 랭크뉴스 2024.07.27
35063 [영상]이미 쓰러졌는데도 발길질 안 멈춰…英 공항서 벌어진 '과잉진압' 논란 랭크뉴스 2024.07.27
35062 한국 선수단 북한으로 소개…장미란 차관, 바흐 IOC 위원장 면담 요청 랭크뉴스 2024.07.27
35061 정보사 내부망의 대북요원 정보, 군무원 개인 노트북 거쳐 유출 랭크뉴스 2024.07.27
35060 미셀 오바마 등판?···오바마, 해리스 지지선언 "할 수 있는 모든 것 할 것" 랭크뉴스 2024.07.27
35059 스스로 굶어 죽는 '단식 존엄사'...의사의 어머니는 왜 그 방법을 택했나 랭크뉴스 202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