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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IT컨설팅 기업 '블루브릭스' 사내 부지의 휴식공간. 네덜란드 공동취재단

“네덜란드에선 이미 많은 이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시간제로 일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죠.”

네덜란드의 정보기술(IT) 컨설팅 업체 ‘블루브릭스’를 운영하는 로날드 판 스테이니스 최고경영자(CEO)는 네덜란드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사무실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알펀안덴레인 지역에 있다. 로날드 CEO는 “네덜란드는 녹색지역 보호를 위해 회사를 도시 안에 두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이곳에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정부에 특별히 예외 규정을 얻어내야 했다”고 말했다.

창의성이 곧 생산성… 숲속 별장 같은 사무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방문한 블루브릭스는 초록빛 자연에 둘러싸인 별장을 연상케 했다.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자 갈대로 엮은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주위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는 곳곳에 쉼터가 조성돼 있고, 운동시설은 물론 캠프파이어 시설까지 설치돼 있었다. 사무실은 직원들에게 24시간 개방돼 여가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네덜란드 IT컨설팅 기업 '블루브릭스' 사무실 전경. 네덜란드 공동취재단

네덜란드 IT컨설팅 기업 '블루브릭스' 사무실 내부. 네덜란드 공동취재단

네덜란드 IT컨설팅 기업 '블루브릭스' 사내 부지에 조성된 휴식 공간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 블루브릭스 홈페이지

로날드 CEO가 자연친화적 사무 공간을 마련한 건 직원 150명이 다양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의욕적으로 일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는 주어진 근로시간 안에 직원의 업무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현재 블루브릭스에선 직원 21%가 주35시간 이하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다. 여기서 시간제는 주40시간 일하는 전일제 정규직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없고, 근로시간만 줄어든 형태를 말한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35.1%에 달해 ‘시간제 근로자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정부는 법률상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장소 등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시간제 근로가 보편적으로 정착하면서 네덜란드는 2022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적은 국가(1361시간)가 됐다. 네덜란드의 출산율은 최근 30년간 꾸준히 1.5명을 웃돌고 있다.

주 35시간 이하 짧은 근로 정착… 워라밸이 기업 경쟁력
블루브릭스의 경우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보다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근무체계를 운영한다. 직원들은 한 달 전에만 회사에 고지하면 매달 자신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재택근무 횟수의 제한이 없고 전기세 등 명목으로 지원금도 지급한다. 과도한 초과근로가 발생하면 회사가 이를 조절하지만, 근로자가 스스로 근로시간을 기록·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블루브릭스는 글로벌 기업 평가 플랫폼에서 워라밸 평점 4.7을 기록하고 있다.

로날드 CEO는 “경영자 입장에선 시간제 근로자보다 주 40시간 전일제 근로자를 관리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면서도 “근로자의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근로 환경을 조성하려면 전일제 근무만 고수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워라밸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2017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이 4배 이상 올랐다”며 “‘번아웃’(정신적·심리적 탈진)을 막기 위해 적절한 근로시간과 근무환경 등을 제공한 것이 직원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날드 판 스테이니스 최고경영자(CEO). 네덜란드 공동취재단


"하루 8시간 넘으면 과로" 경영진이 주 4일제 결단
블루브릭스가 중소기업 중에서 대표적인 워라밸 기업으로 꼽힌다면, 소프트웨어 기업인 AFAS는 네덜란드 대기업의 워라밸 선두주자다. 약 7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AFAS는 내년부터 주4일제 근무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근로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닌 경영진이 결정한 사항이다.

AFAS는 직원의 20%가 넘는 170여명이 주 40시간보다 적게 일한다. 이 중 대부분은 주 32시간을 근무한다. 지난 11일 뢰스덴 지역 본사에서 만난 바스 판더 펠트 CEO는 “이미 전일제와 시간제 근로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의 워라밸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4일제로 전환하더라도 임금은 줄어들지 않고, 인사고과 기준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네덜란드 소프트웨어 기업 AFAS 전경. 네덜란드 공동 취재단

네덜란드 소프트웨어 기업 AFAS 내 식당과 전시 공간. 네덜란드 공동 취재단

AFAS 본사는 각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시연과 세미나, 콘서트 등이 열리는 문화·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회사 내부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 셰프가 제공하는 점심·저녁 식사와 클라이밍 시설이 갖춰진 실내 체육관 등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남다르다. AFAS 마케팅 담당자는 “직원 복지에 대한 예산은 상한선이 없다”고 강조했다.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고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바스 판더 펠트 CEO가 AFAS 내부 공간을 소개하는 모습. 네덜란드 공동취재단

바스 CEO를 비롯한 AFAS 임원진들에게 ‘어느 정도가 번아웃을 부르는 과한 근로시간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네덜란드는 일 8시간 근로가 ‘맥시멈’(최대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네덜란드에선 주 40시간 이하의 근로시간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바스 CEO는 “많은 이들이 성과와 일에 집중하지만 아이를 갖는 순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낀다”며 “창의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선 운동이나 여가 등 각자 동기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4일제 실현을 위해) 회의 횟수를 줄이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툴을 활용해 생산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더 많은 여가가 창의성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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