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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강동구청 새내기의 누나가 겪은 ‘그날 이후’
순직 처리 동분서주 과정서

민원 피해 키운 ‘문화’ 목격

“사고 후 동료들 진술 비협조

따돌림당할까봐 그랬을 것

조금만 더 따뜻한 조직 되길”


윤모씨(47)의 늦둥이 동생은 공무원이 된 지 1년 만이던 2021년 1월6일 한강에 몸을 던졌다. 누나인 윤씨의 생일 다음날이자 아버지의 생신날이었다. 유서도 없이 사라진 동생의 시신은 투신 두 달 만에 발견됐다.

동생은 “민원이 많아서 힘들다”고 윤씨에게 종종 말했다. 동생은 악성 민원이 많기로 유명했던 서울 강동구청에서도 유독 기피하는 부서인 주차관리팀이었다. 주차단속에 걸린 민원인들은 동생에게 폭언·욕설을 하거나, 주차 딱지를 내던졌다. 동생은 악성 민원 응대 업무를 ‘독박’으로 맡았다.

입사 초부터 동생은 바빴다.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윤씨는 알고 있었다. 동생은 시들어갔다. 통화하는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동생은 우울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윤씨가 끈질기게 물은 끝에야 털어놨다. 동생은 투신 전날 밤 사무실을 찾아 맡은 일을 모두 마쳐두고 사라졌다.

윤씨는 동생의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 싸웠다. 동생이 숨진 지 3년 지난 지난달 23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재해보상위원회)는 동생의 순직을 인정했다.

윤씨와 유족에게 지난 3년은 내내 상처받는 시간이었다. 윤씨는 악성 민원 스트레스를 ‘별것 아닌 일’로 만드는 시선과 싸워야 했다. 사망의 원인을 ‘개인적인 요인’으로 돌리는 말들과 싸워야 했다. ‘2심’ 격인 재해보상위원회에 앞서 동생의 순직을 심사한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민원 업무를 하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정도이며, 자살의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순직을 불승인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악성 민원의 피해를 더 키운다고 윤씨는 봤다. 윤씨는 “처음에는 구청에서 연락이 없다가 기사가 나가고 나서야 연락을 받았다”며 “함께 일했던 분들이 진술을 잘해주지 않아 힘들었는데, 아마도 조직 특성상 따돌림을 당할 수 있기에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직문화가 너무 폐쇄적이고 군대식이라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못 들어줬을 것”이라고 했다.

윤씨는 “어렵게 공무원이 돼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며 “동료들이 좀 더 챙겨줬으면, 민원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좀 더 인원을 보충해줬다면, 조금만 따뜻하게 말해줬다면, 시스템을 조금만 더 바꿔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북 남원시 한 면사무소에서는 마을 이장이 민원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공무원들에게 책상을 집어던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 대표가 시의원 등을 언급하며 폭언·협박해 고발됐다.

악성 민원과 업무 부담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지만 순직 인정 비율은 낮다. 권인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을 보면,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일반공무원 순직 신청자 69명 중 30.4% 21명만 순직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상황은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러시’로 이어진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면 5년차 미만 공무원 퇴직자 수는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3321명으로 늘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친절하라, 친절하라’라고 강요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입을 막은 것”이라면서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며 머슴처럼 부리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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