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모펀드 대해부]
알짜 자산·사업 팔아 투자금 회수
홈플러스 제공

지난 16일 홈플러스 안양점 내 H안경원에는 ‘폐업 점포 정리 전 품목 50~80% 세일’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홈플러스 안양점에 입점해 있는 임대 매장 점주들은 4월 말쯤 “영업 부진으로 폐점할 예정이니 7월 말까지 자리를 비워 달라”는 일방 통보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점주들은 분노하다가 지쳐 반포기 상태로 홈플러스와 보상금 개별 협상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2년여 카페를 운영한 A씨는 “3개월치 매출을 보상해준다는데 다른 곳에서 재개업할 사정도 안돼 폐업할 예정”이라며 “대기업 앞에 무기력한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안양점에서만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한 B씨도 “권리금 1억원에 시설 투자비만 3000만원을 들였는데 몇 개월치 보상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폐점 일정이 7월 말인지 8월 말인지 자세한 설명 한번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토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알짜 자산을 처분해 4조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홈플러스는 어떻게 됐을까. 실적이 악화한 것은 물론 신용등급은 떨어졌다. MBK파트너스로 넘어가기 전인 2014년만 해도 홈플러스는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335억원, 260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초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면서 “연간 5500억원의 임차료와 이자비용 대응 능력이 부족하고 지속된 자산 매각에도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도 크게 쪼그라들었지만 최대 피해자는 홈플러스 직원과 임대 매장 점주들이다. 이들은 연이은 폐점으로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계속 노렸지만 홈플러스 통매각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펀드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알짜 중소형 마켓인 익스프레스부터 쪼개 팔려는 시도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트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져도 사모펀드가 손해 보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873 [속보] 코스피, 장중 2800선 돌파…2년 5개월만 랭크뉴스 2024.06.20
36872 정부 "의사만의 특권은 사람살리는 것…진료거부 의사 복귀해야" 랭크뉴스 2024.06.20
36871 “자식 돈에 어디 숟가락”…박세리 논란에 소환된 손웅정 랭크뉴스 2024.06.20
36870 셀트리온, 프랑스 대학병원 연합 입찰 수주 성공 랭크뉴스 2024.06.20
36869 [단독] 흉기로 위협해 편의점·마트서 강도행각 벌인 50대 검거‥마트 관계자가 제압 랭크뉴스 2024.06.20
36868 “규칙적으로 걷기만 해도…허리통증 재발 2배 늦춘다” 랭크뉴스 2024.06.20
36867 내륙 33도 안팎 가마솥 더위 계속…제주는 시간당 30㎜ 강한 비 랭크뉴스 2024.06.20
36866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 받을 수 있다 랭크뉴스 2024.06.20
36865 오늘도 푹푹 찐다 '낮 최고 35도'…제주는 첫 장맛비 랭크뉴스 2024.06.20
36864 내년 추석엔 1주일 황금연휴…연차 하루면 ‘열흘’ 쉰다 랭크뉴스 2024.06.20
36863 백종원·곽튜브 제쳤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 1위는? 랭크뉴스 2024.06.20
36862 내년 추석은 일주일 쉰다…사흘 이상 연휴만 모두 6번 랭크뉴스 2024.06.20
36861 품질·안전 이슈에도 알리·테무 찾는 이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길 장사 없네 랭크뉴스 2024.06.20
36860 러 외무 “북한과 ‘상호 지원’ 조항은 유엔 헌장 따른 것” 랭크뉴스 2024.06.20
36859 인생 사진 찍으러 기찻길 뛰어든 관광객 논란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6.20
36858 김재섭 "전당대회 출마 않겠다…내 무대 아니라 판단" 랭크뉴스 2024.06.20
36857 국민의힘 김재섭, 당대표 불출마 선언···“내 무대 아니라 판단” 랭크뉴스 2024.06.20
36856 “평소 좋게 본 후배”... 승계 대신 상장 반년된 코스닥사에 매각 택한 AP위성 창업자 랭크뉴스 2024.06.20
36855 '전세포비아'…1∼5월 오피스텔 월세 거래 비중 66%로 늘어 랭크뉴스 2024.06.20
36854 북러 '침공당하면 상호 지원' 협정에… 러 "방어적 입장일 뿐" [북러정상회담] 랭크뉴스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