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업부에 최종 승인 권한 있어
대통령 눈치 보느라 검증부실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1차공 시추를 포함해 최소 5공 시추가 필요하다는 것을 승인한 것.”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유전 시추 승인은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뜻하는 것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16일 설명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시추 승인 권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추는 구멍을 뚫을 때마다 한국석유공사가 계획을 세운 뒤 산업부가 최종 승인하도록 검증 절차가 구축돼 있다. 이 절차를 건너뛰고 대통령이 향후 5공 시추까지 미리 ‘승인’을 하면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17일 정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석유·가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 시추 탐사의 최종 승인 권한은 산업부에 있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대통령이 시추를 승인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시추 탐사 절차는 조광계약상 석유공사가 잠정 계획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시추 30일 전 세부계획을 산업부에 보고한 뒤 최종 승인을 받게끔 되어 있다. 이 절차대로면 올해 말 1차공 시추뿐 아니라 향후 최소 5공의 시추도 뚫을 때마다 석유공 이사회 의결과 산업부 최종 승인이라는 검증 과정을 매번 거쳐야 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미 최소 다섯 차례 시추에 대해 ‘승인’을 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산업부는 지난 16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통령은 금년말 1차공 시추를 포함하여 앞으로 최소 5공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산업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추 승인 권한이 없는 윤 대통령이 각각의 검증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최소 5개의 시추공을 승인해 버린 모양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산업부 보고를 받고 계획대로 하라는 의미이며, 행정 절차상 산업부의 ‘시추 승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승인’ 발언을 해버린 상황에서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석유공사와 산업부 입장에선 향후 시추 여부를 결정할 때 대통령 발언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의 유전개발 사업 집행절차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 승인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며 “권한도 없는 대통령이 갑자기 개입하면서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이 됐기 때문에 이후 검증 절차가 부실해질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779 DL이앤씨, 수장 교체·조직 개편… ‘LG맨 기용 원칙’ 성공할까 랭크뉴스 2024.04.03
37778 ‘사고쳤네’ 편견에도…‘어린 엄마’는 “행복 육아 중” 랭크뉴스 2024.04.03
37777 尹, 일정 비우고 기다렸는데…전공의 단 1명도 안 나타났다 랭크뉴스 2024.04.03
37776 검찰, ‘민주노총 탈퇴 종용’ 허영인 SPC 회장 구속영장 청구 랭크뉴스 2024.04.03
37775 내일부터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20대 무당층 표심 어디로? 랭크뉴스 2024.04.03
37774 바람 불면 뒤바뀌는 '경합지' 50여 곳, 일주일 뒤 총선 결과 좌우한다 랭크뉴스 2024.04.03
37773 YTN, 김건희 여사 비판 보도에 '대국민 기습사과'...문 전 대통령 '돌발영상'은 불방 랭크뉴스 2024.04.03
37772 김진 “젊은이가 망친 나라 노인이 구해야”… 청년 비하 논란 랭크뉴스 2024.04.03
37771 조국 “한동훈, 4.10 총선 이후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냐” 랭크뉴스 2024.04.03
37770 수성새마을금고, 양문석 대출금 환수 결정… “내일부터 절차 착수” 랭크뉴스 2024.04.03
37769 양문석 후보 ‘편법 의혹’ 대출금, 전액 회수된다 랭크뉴스 2024.04.03
37768 타이완 규모 7.2 강진…9명 사망·8백여 명 부상 랭크뉴스 2024.04.03
37767 "쫄리나" "칵 쎄리마" PK 공략하는 조국, 부산 사투리 총공세 랭크뉴스 2024.04.03
37766 금감원, 양문석 편법대출 의혹 새마을금고 공동 검사 착수 랭크뉴스 2024.04.03
37765 ‘노조파괴’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영장 청구 랭크뉴스 2024.04.03
37764 文, 날선 이재명 지지자들 향해 담담하게 "비가 와도 산은 늘 그 자리" 랭크뉴스 2024.04.03
37763 비 맞으며 짐 싣는 남성에 우산 '쓱'… 꼬마 선행 '감동' 랭크뉴스 2024.04.03
37762 투표하러 산넘고 물건너…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4.7명만 투표 [특파원 리포트] 랭크뉴스 2024.04.03
37761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7석까지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4.04.03
37760 한동훈 "박빙 55곳", 이재명 "격전지 50곳"‥D-7 각당 판세 분석 랭크뉴스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