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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료 교수진들이 집단휴진을 시작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서 환자가 병원을 바라보고 있다. 윤웅 기자


17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있던 환자 백남선(77)씨가 허공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지난 10년간 이 병원에서 심장질환 치료를 받아온 백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 휴업을 하면 다른 병원들도 따라갈 것 아니냐. 환자 목숨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어떻게 이러느냐”고 소리쳤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이날 병원 곳곳에선 충돌과 혼란이 이어졌다. 정문 앞에선 의사 집단 행동을 옹호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남성을 향해 행인이 “이게 지금 맞느냐”고 소리쳐 소란이 일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찰차 1대를 본관 근처에 배치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이날부터 휴진에 들어갔다. 수술실 가동률은 전공의 집단사직 후 62.7%에서 휴진으로 3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대학교병원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이날 병원에는 휴진에도 예약이 취소되지 않은 중증질환자가 주로 방문했다. 이들도 언제 휴진 여파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토로했다. 항암치료차 병원을 찾은 박기영(54)씨는 “암병동은 아직 연기 통보가 없었지만 언제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몰라 병원에서 문자라도 오면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진료 일정이 변경돼 지방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북 영주에 사는 김전희(79)씨는 “다음 주 진료가 갑자기 17일로 당겨져 숙소를 잡느라 고생했다”며 “지방에선 미리 올라와 병원 근처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데 일정이 바뀌니 곤란하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가 예약돼 있던 80대 여성도 지난 15일, 갑자기 다음달로 진료를 미뤄야 한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병원은 통상 여분의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환자는 당장 먹을 약이 없는 상황이 됐다. 그의 딸 50대 조모씨가 약이라도 타기 위해 급히 병원을 찾았다. 조씨는 “병원이 보낸 문자에 첨부된 링크로 방문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데, 혼자 사는 어르신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진료나 검사를 미루는 병원 측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일부 진료센터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도 없어 텅 빈 상태였다. 지난 1일 부정맥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강원구(76)씨는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진 않았는지 확인하려 병원을 찾았다. 강씨는 “정부와 의사가 서로 대치하는데 병원에서 수술 안 해준다 하면 환자는 죽을수 밖에 없는 처지 아니겠느냐”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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