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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8일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양국의 안보협력을 한 차원 격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개발에 대한 협력에 이어 첨단 무기 협력이 가속화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는 양국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4년 만이자 역사상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재임시절인 2000년 7월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찾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2박3일 일정)과 지난해 9월(8박9일 일정) 러시아를 방문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으로 북·러 안보협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7일 “군사기술을 포함한 경제협력 수준의 관계에서 강한 안보협력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한쪽이 무력침공을 당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적으로 돕는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이 부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자칫 북·러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와 군사협력을 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동 개입조항을 두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아르메니아가 유일하기도 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자동개입 조항은 냉전시대 때나 가능한 조항”이라며 “주변국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미 폐기된 조항을 부활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북·러가 우주개발과 관련한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우주개발 행보를 핵무력 증강 행보로 보고 제재를 가하는 서방과 달리 러시아는 우주개발 자주 국가의 권리라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보도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발사 직후 폭발한 군사정찰위성에 대해 “그것(위성발사체 엔진)은 정확히 러시아의 최신 엔진 기술”이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비행장에서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첨단 무기 협력 여부도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는 북한은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400’, 5세대 전투기 ‘수호이-57’, 극초음속미사일 ‘킨잘’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열등한 제공권을 보강하기 위해 지대공 미사일과 공군력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무기 협력은 북한의 신뢰도를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유세하다. 신 장관은 “러시아가 (최첨단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잃는다”며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방북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지지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로시야1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포석이란 해석을 내놨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해 4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던 것도,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기준 북한이 핵탄두 5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일시적 북·러 협력 증진에 그칠지,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방북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피할 출구를 찾아야 하는 북한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고 태평양으로 진출해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면, 북·러의 밀착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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