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대 무기한 휴진 시작일 오전 상황]
교수·전임의·전공의·의대생 모여 피켓시위
아직까지 큰 혼란 없지만 환자들 불안감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내에 교수들의 휴진 방침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17일 오전 8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이른 시간이라 진료 접수 창구가 열리지 않은 곳이 다수 있었지만, 혹시나 접수하지 못할까
근심 어린 표정의 환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 의대교수들이 휴진을 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불안한 이들은 환자와 그 보호자. 이들은 텅빈 접수창구에 직원들이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내장 치료를 위해 안과를 찾았다는 백모(72)씨는 "불안정한 시기에 요즘말로 병원에서도 오픈런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접수는 할 수 있다고 미리 이야기를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병원 복도 곳곳에는 교수진들의 휴진 방침을 비판하는 빨간색 배경의 대자보
가 곳곳에 나붙었다.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며 일제 조선총독부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문구도 있었다. 대자보를 지켜보던 한 환자는 "환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사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문구"라고 일갈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의대 앞에서는
서울대병원 비대위 소속 교수 80여 명
이 '현장의견 무시하는 불통정책 철회하라' '필수의료 중증진료 기피원인 외면말라' '사직금지 자유박탈 전공의가 노예인가'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
를 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진료 후 초록색 가운을 입고 급히 현장을 찾은 의사들을 비롯해 병원을 떠난
전임의, 전공의, 의대생들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채 집회에 동참
했다. 곽재근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자신이 진료한 아이와 부모를 향한 편지를 읽어내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을 향한 악화한 여론 탓인지, 보안 업체 관계자들은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온 기자들을 통제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곳곳에도 집단 휴진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17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휴진 관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각지 서울대병원 교수진들은 이날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의 휴진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외래 휴진이나 축소, 수술 연기 등에 동참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대란이 우려됐지만 이날
오전까지 현장에서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 실질적으로 예정된 진료가 진행되는 경우가 다수였던 데다, 사전에 일정을 통보받은 환자들도 병원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한 직원은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진료 규모 축소를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예 휴진을 하는 것은 아닌 의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집회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18일부터 의사협회 차원의 전체 휴업이 예고돼 있는 만큼,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혈액종양이 있는 6세 딸아이를 데리고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박모(40)씨는 "한 달에 한번 진료를 받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데 불안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교수님들이 전향적으로 생각해 하루 빨리 의료 정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날부터 전국 단위 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를 실시하고, 대학병원장들에게는 집단 휴직으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00 ‘영상 유포·협박’ 황의조 형수, 징역 3년…피해자 “엄정 수사 촉구”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9 2만명 돌파한 마약사범…10대·여성·외국인 급증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8 [속보] 해병대 “서북도서에서 K-9·천무 등 290여발 해상 사격 실시”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7 50대 노동자 작업 중 5m 맨홀 아래로 추락해 숨져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6 ‘안전이 제일’ 구호 외치는 게 교육…외국어 자료도 희귀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5 윤 대통령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 착수…심리상담 서비스 100만 명에게 제공”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4 이지스운용, 獨 부동산 펀드 도산 절차 신청… 현재 기준 투자자 3000억원 손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3 양산 돌입한 한국형 전투기… “가격·유지비·확장성 강점”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2 [단독]소방당국, 석달전 화성 공장 화재 위험 정확히 지목···“급격연소로 인명피해 우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1 산책로서 쓰러진 70대 남성, 3분 만에 도착한 경찰과 시민이 구해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90 “가장 지적인 나라”?… IQ 기준 1등 일본, 한국은 5등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9 ‘상속세 부담 과도’ 재계 주장에 공감한 이복현 “하반기가 개선 골든타임”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8 "김혜경 책 사서 이재명 재판 비용 보태자"... 하루 500권 팔려 10배 폭증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7 복지차관, '의새' 발음 지적에 "의협 인사도 같은 발음 실수"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6 고금리에 역대급 '이자 잔치'...은행권, 작년 이자 수익만 34조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5 [단독] 소방당국, '화성 참사' 아리셀 공장 화재안전영향평가 검토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4 한동훈 만남 거절한 홍준표 “총선 쫄딱 망해놓고 또 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3 56년 만에 주름진 손 맞잡은 남매… 6·25 때 생이별 후 극적 상봉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2 조국 "윤 대통령의 북한 비판 메시지, 고해성사인가"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81 “비싼 집값 때문에 못살겠다”...‘탈 서울’ 급증 new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