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말레이시아에 사는 에릭 찬은 15년 전 위성 및 로봇용 컴퓨터 코딩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두리안을 수출하는 회사를 세웠다. 그때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보수가 높은 직업을 그만두고 두리안을 판매하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당시만 해도 두리안은 길거리 트럭에서 판매하는 값싼 과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억 인구의 중국이 두리안 맛에 눈을 뜨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에릭 찬은 7년 전 두리안 쿠키, 아이스크림, 피자용 페이스트를 생산하는 회사 지분을 450만 달러에 매각했다. 초기 투자액의 50배에 해당한다.

태국 찬타부리 두리안 가공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두리안을 포장하고 있다. / 신화 연합뉴스

중국인의 두리안 사랑 덕분에 동남아에서 신흥 부자가 탄생하고 있다. 태국의 한 두리안 관련 회사는 올해 기업 공개(IPO)를 계획하고 있고, 일부 두리안 농장주는 백만장자가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에릭 찬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9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라웁(Raub)에서 한때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두리안 농부들이 이제는 돈을 벌고 있다”며 “나무집을 벽돌로 다시 짓고,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낼 여유가 생겼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소개했다.

지난해 동남아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두리안은 67억 달러로 2017년(5억5000만 달러)보다 12배 증가했다. 동남아 최대 두리안 수출국은 태국이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이 뒤를 따른다. 유엔(UN)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 두리안의 대부분을 구매할 정도로 막강한 소비력을 자랑한다.

두리안은 지구에서 가장 비싼 과일 중 하나다. 두리안 한 개는 10달러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된다. 중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두리안 가격은 15배 올랐다. 중국 내 두리안 인기 상승과 더불어 동남아 내수 시장은 오히려 줄었다. 두리안은 과거 동남아 곳곳의 야생, 과수원에서 자라던 과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출용 사치품으로 변했다.

중국의 두리안 사랑 덕분에 두리안 공급망도 재편 중이다.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방콕과 같이 동남아 인근 지역으로 수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중국 광저우와 베이징 등으로 배송하는 데는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이도 있다. 전직 승무원이었던 안나 테오는 극저온 냉동 기술을 이용하면 두리안 냄새가 약해지고 유통기한도 연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사업화했다. 안나 테오는 쿠알라룸푸르 교외에 회사를 설립하고 냉동 두리안과 기타 두리안 제품을 수출 중이다. 해당 공장에는 200명의 직원이 일한다.

두리안 포장 기업도 호황이다. 태국 찬타부리 지역에는 20년 전만 해도 두리안 포장 공장이 10개에 불과했다. 지금은 6000개다. 이곳에 위치한 두리안 전문 회사인 ‘888 플래티넘 프루츠’도 두리안 포장을 전문으로 한다. 이 회사는 두리안 관련 회사 중 최초로 올해 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두리안 수출 호황 덕택에 찬타부리 지역도 부촌으로 변화했다. 찬타부리 전역에는 현대식 주택과 새 병원이 들어섰다. 2년 전에는 쇼핑몰이 문을 열었고, 지난 4월에는 자동차 쇼도 열렸다. 영국 출신의 한 자동차 딜러는 두리안 농부를 가리키며 “손과 옷이 더렵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며 “그들은 자동차를 현금으로 구매할 능력이 된다”고 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942 "썩은 걸 튀겼다" 치킨에 구더기 '득실'… 업주는 "그럴 리 없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41 포르쉐 첫 전기SUV 베일 벗었다…마칸 일렉트릭, 하반기 국내 출시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40 “백신 없어요” 영·유아 중심 수족구병 한 달 새 급증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9 박세리, 파리올림픽 KBS 골프해설위원 출격…"열심히 다시 시작"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8 [단독] 원안위, 원전 인근 주민 건강조사 나선다…6년 만에 재추진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7 "당신만 보여" 교총 회장, 제자 편지 논란에… 회원들 “사퇴하라”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6 아리셀 공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3명 입건 수사 착수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5 'GOP 총기사망' 이등병 괴롭힌 간부·선임병들 "혐의 부인"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4 27일 본회의, 7월 2~4일 대정부질문... 여야 국회 일정 합의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3 내일부터 저축보험도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하고 가입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2 여야 내일 7개 상임위원장 선출…다음 달 5일 개원식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1 백종원, 재교육했다더니…"홍콩반점 탕수육, 젤리처럼 굳었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30 "KF94 마스크 쓰라며 화재 현장으로 내몰아"… 경찰 내부 폭로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9 "코치는 때리고 손웅정은 욕설"‥손흥민 아버지도 '피소' 발칵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8 ‘형편 어려운 이재명?’… 지지자들 “김혜경 책 사서 李 돕자”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7 두산에 밀린 네이버, 대기업 집단 지정 3년 만에 10위 밖으로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6 4월 출생아 수 19개월 만에 반등…“코로나 이후 혼인 늘어”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5 연이틀 오물 풍선에 미사일까지‥안보점검회의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4 화성 화재 아리셀 '불법파견' 정황 짙어져…모회사도 의혹 new 랭크뉴스 2024.06.26
43923 대중교통 무제한 '기후동행카드' 내달 1일 본사업 개시 new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