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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때문에 수술 일정 조정될 수 있어"
집단휴진에 의사·환자·병원 측 긴장감 고조
병원 관계자 "취재진, 화장실만 사용 가능"
환자단체연합회 "집단 휴진 이해 어려워"
17일 오전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장형임 기자

[서울경제]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중요한 수술 일정을 앞둔 중증 환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들의 심경을 묻는 취재진을 팔로 밀치며 퇴장을 요구하는 등 병원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7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서울대병원. 지난달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아내와 함께 다음주 수술을 위한 사전검사를 받으로 병원을 방문한 이 모(45) 씨는 “파업 전에 수술 일정이 25일로 확정됐는데, 그 이후에 담당 의사로부터 ‘파업 때문에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응급, 암 쪽은 휴진 대상 아니라지만, 수술이 지연된다는 말을 듣게 되니 불안하다. 설령 수술이 진행되더라도 추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절차가 많이 남았다”라며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 뻔한데, 정부나 의료계나 서로 한 발 씩만 양보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간암 진단을 받은 70대 모친과 함께 병원을 찾은 50대 배 모 씨는 “당초 아산병원으로 갔다가 몇개월 간 진료가 연기돼 종양 크기가 첫 발견 당시 2cm에서 지금은 5cm까지 자랐다”라며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 진료가 잘 진행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곳까지 무기한 휴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언제 변화할 지 모르는 환경 탓에 예비로 삼성병원에 진료 예약을 잡기도 했다.

17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진료실 앞이 텅 비어있다. 이승령 기자


같은 날 분당 서울대병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접수 창구 앞 의자는 절반 이상이 빈자리였고, 평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진료 예약이 가능한 키오스트 앞도 비어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지난 주에 비해 환자들이 절반도 안 온 것 같다”면서 “환자 본인들이 사전에 작은 병원들로 이동하기도 하고 파업의 여파가 나타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멀리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진료 일정의 일부 차질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해당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후 첫 방문을 한 이현호(69) 씨는 “의사 두 분을 보기로 했는데, 불안해서 이틀 전에 전화를 했더니 집도의는 자리를 지킨다고 했지만 다른 한 분은 휴진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라며 “재차 방문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서든 와야하는데, 제주에서 여기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수납을 담당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심경을 묻고 있는 취재진을 팔로 밀치며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보안 관계자는 “취재진은 화장실 사용 외에 출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앞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들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서울대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소식에 즉각 비판에 나섰다. 17일 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무기한 전체 휴진이라는 선택을 꼭 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공의 9000여명이 4개월 이상 의료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마저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안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며 환자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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