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신안·목포·나주 등재 공동추진
“소금 없이 삭혀 먹는 유일한 음식”
홍어 삼합과 막걸리. 한겨레 자료

홍어는 “한민족이 선사시대부터 섭취해온 어류”였다. 선사시대 패총, 고려 난파선 출토 유물 중에 홍어류 뼈가 나왔다. 홍어는 문헌으론 ‘경상도지리지’(1425)에 울산군 토산 진상품으로 처음 등장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1814)에 전라도 흑산도 홍어의 생김새와 습성, 생활 상태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홍어탕이 (아픈) 배를 낫게 하고 술독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썼다.

전라남도 신안군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홍어 식문화 국가무형문화재 및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본계획 수립용역’ 보고서를 보면, 우리 민족과 홍어의 인연은 오래됐다. 홍어는 세계적으로 모두 32속 287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엔 4속 11종이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참홍어’는 겨울에 제주도 남쪽으로 갔다가 산란을 마치고 이듬해 봄 전라도 홍도를 지나 멀리 전북 군산 어청도 해상까지 이동한다. 식용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홍어는 노랑코홍어와 주형바닥가오리다.

홍어잡이. 한겨레 자료

다른 나라에선 홍어를 잘 먹지 않는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홍어를 말려서 먹고, 중국에서도 일부 튀겨 먹는다. 서양에선 아이슬란드에서만 홍어를 소금 뿌려 말린 뒤 먹는다. 남아메리카에선 쓸모없는 생선으로 취급받던 홍어가 최근 한국에 수출되면서 ‘돈’이 되고 있다. 최근 8년간(2015~2022년) 한국이 홍어를 수입한 27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수출량 1위를 차지했고, 2위가 미국이다.

신안 흑산도에선 홍어를 생으로 썰어 회로 먹지만, 나주에선 삭혀 먹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1470년 나주와 무안에 우리나라 최초로 ‘장시’가 열린 뒤, “시간이 지나도 홍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민들이 생홍어를 배에 실어 나주로 향했다. 생홍어는 뱃길로 영산포까지 오는 사이 푹 삭아 독특한 맛을 냈다. “푹 삭은 홍어를 눈물 흘리며 먹는 맛이 일품이며 이곳에서는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와 함께 3합”이다. 홍어 음식은 회, 탕, 찜, 애국, 구이, 무침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전라도에선 “잔칫집에 홍어 없으면 잔치를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홍어는 전라도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소금을 뿌리지 않고 삭혀 먹는 ‘홍어 식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싣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한국 음식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장 담그기’에 이어 두번째다. 김치는 김장 문화로 인류무형문화유산(2013)으로 등재됐다. 신안군은 지난 4월 초 전라남도에 홍어 식문화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라남도는 국가유산위원회를 거쳐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에 신안군 요청을 전달할 방침이다. 신안군은 “홍어 식문화를 국가무형유산으로 먼저 추진한 뒤 최종적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홍어의 생산(신안), 유통(목포), 조리(나주) 분야를 대표하는 세 지방자치단체도 지난 13일 목포에서 ‘홍어 식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전라도를 넘어 전국으로 퍼진 홍어 식문화의 고유성과 역사성, 문화적 가치를 후세에게 물려주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491 "알리·테무, 싼게 비지떡 이었나"…韓고객, 토종 이커스로 발길 돌린다 랭크뉴스 2024.06.30
36490 "현 대통령직도 내려놔라" 미 공화당, 바이든 '고령 논란' 총공세 랭크뉴스 2024.06.30
36489 트럼프, 공화당 정강정책 간소화 추진 랭크뉴스 2024.06.30
36488 "살 빠지니 이게 골치"…美 성형외과에 '금광'된 비만치료제 [세계한잔] 랭크뉴스 2024.06.30
36487 재사용 발사체에 손 뻗는 중국…‘우주굴기’ 어디까지 랭크뉴스 2024.06.30
36486 소형부터 고성능까지… 하반기 전기차 경쟁 치열 랭크뉴스 2024.06.30
36485 교차로 황색신호엔 무조건 세워라?…운전자 60% '절레절레' [car톡] 랭크뉴스 2024.06.30
36484 "설탕 빼고 돌아왔다" 달라진 죠스바·스크류바, 석 달 만에 2천만 개! 랭크뉴스 2024.06.30
36483 16강 시작부터 이변···‘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 스위스에 0-2 완패[유로2024] 랭크뉴스 2024.06.30
36482 문해력 키워야 한다는데···어휘력 향상이 문해력의 전부일까? 랭크뉴스 2024.06.30
36481 돈보다 도파민?···IT 발달이 여가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경제뭔데] 랭크뉴스 2024.06.30
36480 최종면접 불합격 메일이 '취뽀' 무기가 된다고요?[일당백] 랭크뉴스 2024.06.30
36479 [Why] 미국에서 일본산 중고 미니트럭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 랭크뉴스 2024.06.30
36478 크렘린궁 "김정은이 푸틴에 선물한 풍산개, 모스크바서 적응중" 랭크뉴스 2024.06.30
36477 "바이든 사퇴 여부는 아내가 결정"…美언론 영부인 역할 주목 랭크뉴스 2024.06.30
36476 [법조 인사이드] ‘몰래 녹음’도 증거가 될까? 사건마다 제각각 랭크뉴스 2024.06.30
36475 “나오면 또 하겠네”… 6번째 음주운전에 징역 1년 랭크뉴스 2024.06.30
36474 '싼 게 비지떡'…C-커머스서 발길 돌리는 한국 고객들 랭크뉴스 2024.06.30
36473 "아빠도 카카오뱅크 쓴다"…인뱅 이용자 4명 중 한 명은 50대 랭크뉴스 2024.06.30
36472 '장인' 아닌 시급 4,000원 불법체류자가 만든다... 명품 브랜드의 노동 착취 랭크뉴스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