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10일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만찬에 초대받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품종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3국 순방 과정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을 선물받았습니다.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통상적 선물이라지만, 동물을 물건처럼 선물로 주고받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11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가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인민의사회 의장으로부터 ‘알라바이’ 품종 강아지를 선물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알라바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강아지를 선물받기 전날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알라바이 강아지 3마리를 만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부인 김건희 여사는 한국의 진돗개를 소개하며 두 국견이 모두 강하고 용감하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는 알라바이를 선물받은 뒤 “투르크메니스탄의 보물을 선물받아 매우 영광”이라며 “양국 협력의 징표로 소중히 키워나가고 동물 보호 강화를 위해 더 힘쓰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가 정상 간 동물 선물’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대통령이라면 감응력이 있는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게 동물보호, 생명 감수성에 반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정상 간 선물은 사전에 조율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때 정중하게 거절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받았다. 사진 속 풍산개들은 선물받은 풍산개의 새끼들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제공


정상 간 동물 선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받았을 당시에도 비판 여론이 있었습니다. 녹색당은 이에 대해 논평하면서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 행정 발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을 직접 선물하기보다 생명 존중의 의미를 담은 특별한 선물을 전하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빈 방문할 당시, 빈 시의 대표 동물원인 쇤브룬 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 후원자로 문 전 대통령을 지명했습니다. 한국의 상징인 호랑이를 양국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데 적극 활용한 사례입니다.

2021년 문 전 대통령이 오스트리아에 방문할 당시, 오스트리아 총리는 방문을 기념해 문 대통령을 쇤브룬 동물원 시베리아 호랑이의 후원자로 지명했다. 이는 동물을 선물로 보내는 외교 관례에 비해 동물복지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준 행보로 평가받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페이스북


선물로 받은 동물의 지위가 불문명한 점도 문제입니다. 이미 문 전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 두 마리는 법적으로 반려동물이 아닌 ‘대통령선물’인 관계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 논의됐지만, 개정이 지지부진해지며 결국 풍산개는 대통령기록관에 반환됐습니다.

연관기사
• ‘곰이’와 ‘송강이’는 어쩌다 평산마을을 떠났나.. 엇갈리는 쟁점 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222230002106)

현재 풍산개들은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지내는 중입니다. 풍산개를 어디에 둘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어받아 키우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김대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 (윤 대통령이) 한 10마리 정도 키우는 것 같다”며 “애완견을 더 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입양해 반려동물 11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에 있었던 절차적 문제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물 선물을 또 받아 오는 게 제대로 된 외교 행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이번에 선물 받은 강아지는 한국에서 어떤 삶을 보내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740 검찰, ‘이재명 대선공약 지원 의혹’ 대선캠프 정책자문 소환조사 랭크뉴스 2024.06.30
36739 [사설] ‘이태원 조작설’ 윤 대통령, 침묵으로 덮을 문제 아니다 랭크뉴스 2024.06.30
36738 검찰, 이재명 캠프 인사 소환 조사…‘선거법 위반’ 혐의 랭크뉴스 2024.06.30
36737 '모낭군 이식수술법'개발한 모발이식 권위자 김정철 교수 별세 랭크뉴스 2024.06.30
36736 "'은둔형 외톨이' 자녀 이해하려는 韓부모들 '감금 체험' 자처" 랭크뉴스 2024.06.30
36735 상반기 개인 투자자 채권 23조 순매수…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6.30
36734 신강서 계란 배달 안되면 탈락…요즘 '찐 강남' 여기다 랭크뉴스 2024.06.30
36733 검찰, 이재명 캠프 인사 조사... 대선공약 개발 의혹 공범 지목 랭크뉴스 2024.06.30
36732 의료계 걸핏하면 휴진, 대화 못뚫는 정부…전공의들은 요지부동(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30
36731 사람 동작 그대로 모방…‘아바타 로봇’이 온다 랭크뉴스 2024.06.30
36730 강한 바람에 물폭탄‥잠기고, 무너지고 날아가 랭크뉴스 2024.06.30
36729 밤새 남부지방에 물폭탄‥장마전선 내일 밤 다시 북상 랭크뉴스 2024.06.30
36728 "잘 몰라서"…여성기업인 1.9%만 수출 경험 랭크뉴스 2024.06.30
36727 세수 결손 경보 울려놓고 ‘감세 보따리’ 내놓는 정부 랭크뉴스 2024.06.30
36726 나경원 "대통령 망가뜨리고 혼자 잘났다고 하면 당 망해" 랭크뉴스 2024.06.30
36725 시공사 못구해 ‘사전청약’ 단지 사업 취소… 초역세권도 소용없어 랭크뉴스 2024.06.30
36724 전국 모든 초1 '늘봄학교' 이용…학자금 대출·이자면제 확대 랭크뉴스 2024.06.30
36723 바이든 TV 토론 후폭풍···‘기부 멈출까’ 고민 빠진 고액기부자들 랭크뉴스 2024.06.30
36722 신차 홍보영상에 여성 손가락이…이 회사 '남혐 논란' 발칵 랭크뉴스 2024.06.30
36721 병원들 “사직 전공의 9월 복귀 열어 달라”…정부 이르면 이번 주 결정 랭크뉴스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