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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주필
영국에서 첫 화석이 발견된 200주년인 올해는 ‘공룡의 해’다. 대형 공룡은 인간 비슷한 뇌 크기를 가졌고, 영화 ‘쥬라기 공원’에선 공룡들이 기민하게 협동 사냥하는 장면을 상상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공룡은 원숭이(IQ 50~70) 버금가는 지능으로 추정됐었다. 올 4월 영국·독일 대학의 합동 연구는 그러나 그들의 지능이 “도마뱀이나 악어 정도의 낮은 파충류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공룡 팬 어린이들의 창의적 상상엔 실망스럽게도, 그저 남 잡아먹으려 닥치는 대로 싸우는 생존과 투쟁 본능이 그들의 진실이었다.

탄핵·특검 ‘사냥’이 일상 된 민주당
이젠 사법부·언론 겁박, 장악 시도
성과내는 정책 지능은 지극히 의문
멸종 생사는 민심의 생태계에 달려

국회 170석 더불어민주당(범야권 191석)의 요즘이 딱 여의도를 주 서식지로 종일 사냥하러 어슬렁 두리번거리는 거대 육식 공룡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들만 옳고 남은 다 악이라는 ‘확증 편향’을 넘어, 이젠 적을 잡아먹어야 우리가 산다는 ‘투쟁 편향’의 집단최면에 빠진 듯하다. “국회 운영에 몽골기병의 속도전으로 나서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신호탄이었다. 항복 않는 나라들은 아이까지 무자비 학살과 약탈을 일삼던 그 속도전이었다. “지나간 자리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았다”는 그들의 잔혹함은 유럽엔 ‘Yellow Peril(黃禍)’의 심리적 공포를 남겼다. 아니 정치를 공룡의 속도전처럼 하겠다는 건지…. 그냥 생각 없이 꺼낸 비유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니 날 새면 묻지 마 탄핵과 특검으로 대통령·장관·검사·여당 사냥이다. 정권 견제야 야당의 책무다. 그런데 이젠 감시와 견제를 넘어 ‘절멸’에 나선 듯하다. 벌건 21세기 대낮에 1980년대 타도·투쟁의 금단현상이 도진 걸까. 대권 가도의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고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 국회도 철벽 방탄막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이 거대 의석이 뭐가 아쉬운지 장외 집회로 호객까지 하나. 개딸 빼면 누가 그리하라고 총선 때 한 표를 줬겠는가. 정치 권력의 사법부·언론 겁박과 장악 시도는 ‘권력분립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릴 레드라인이다. 이 대표와의 대북송금 연결고리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중형을 받자 “법관 탄핵법도 만들자”“심판도 선출해야”“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 등의 낙인찍기가 한창이다.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이란 이 대표의 극언에선 다급함마저 느껴진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염치(廉恥)’다. 법원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때 “준엄한 판결마저 부인하니 법원 위로 군림하려는 게냐”며 여당을 맹공하던 이들은 누구였나.

가장 큰 실망은 정의감으로 민주화 여정에 헌신했던 이들이 이 대표에게 줄 서느라 바쁜 민망함이다. 민주화 장정에 아무런 경험·기여도 없던 이 대표의 친명횡재 계보 아래 달콤함만 누리려는 변신말이다. 자기 보호를 위해 1인 통치자에게 스스로의 권리와 영혼들을 넘겨 만들어진 ‘괴물’ 리바이어던 같은 당이다. 왜 86세대 좌장인 우상호 전 의원조차 “86세대 상당수가 선배 정치인의 계파에 들어가 당내의 계파적 질서에만 기여한 게 첫 번째 과오다. 여당 때 역시 대통령·청와대에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민주당 1999-2024』)고 성찰했을까.

싸움과 포식의 습성은 그렇다 치자. 궁금한 게 이 공룡의 지능이다. 진보의 책무는 부의 불평등 완화와 서민 등 약자 보호다. 그런데 그 구호 말고 도대체 무슨 성과를 냈는가. “다시는 불로소득 용인 않겠다”던 부동산 징벌은 그저 집값만 올려놓고 말았다. 양도세 겁나 팔지도 못하고, 추가 공급도 없게 한 ‘저능’의 귀결이다. 공급과 수요라는 가장 기초적 연산 지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약자 보호라며 최저임금 크게 올리니 같은 약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통만 배가시킨다. 표 되는 대기업 노조만 싸고 돌다 자영업·비정규직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이뿐인가. 기본소득부터 대출·주택·아동·청년·학자금·양곡·카드수수료에서 생리대, 탈모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한껏 퍼주겠단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중 시행 첫 5년 간 1조원 넘는 세금을 쓰거나 깎아줘야 할 게 최소 52건을 넘어섰다. 땀 흘려 돈 벌어 남 월급 한 번 준 적이 없던 운동권 주축인 이 당의 일상이 돈 풀기, 나눠쓰기 생색이다. 청구서? 다 국민에게로. 재원? 따져보거나 만들 능력도 별반 없다. 과연 대한민국 전체 국부(國富)에 무슨 기여를 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라면 앞서 눈 돌려야 할 게 산업정책 전쟁에 돌입한 각국이 국가시스템의 개혁과 개방, 규제 철폐에 올인하는 세계적 흐름 아니겠나. 공부라곤 없으니 “오래전 멸종됐을 3류 진보” 소리나 듣는다. “낡은 교조적 진보론 최고의 권력이 된 시장엔 백전백패”라는 건 퇴임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추였다.

국회 의석의 단독 57%를 장악한 민주당의 국민 지지는 27%(한국갤럽, 6월 13일)다. 의석 비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들이 그리 욕해 온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26%)와 고만고만하다. 누가 누구를 쉬이 거꾸러뜨릴 민심의 생태계가 아니다. 이 호전적 포식자의 생사 운명은 결국 침묵의 다수 국민이 가를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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