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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심장병 소년 아옥 로타가 프놈펜 헤브론병원 앞마당에서 축구공을 드리볼하고 있다. 로타는 2022년 1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축구를 할 정도로 심장에 문제가 전혀 없다. 프놈펜=신성식 기자
"이제는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공도 차고 자전거 타고 놀아요."

지난 4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헤브론 병원 회의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아옥 로타(14)가 "이제는 숨이 막히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로타의 큰 형 아옥 나라(39)는 "한국에서 수술 받기 전에는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을 건강하다"고 말한다.

로타는 팔로4징증이라는 희귀 심장병을 앓던 소년이다. 심장의 우심실에서 폐동맥으로 가는 통로가 좁아져 심실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등의 이상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복합 심장기형이다. 이로 인해 뇌에 농양(고름)이 생긴다. 로타는 2018년 1월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후 투약·추적검사 등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 어머니(63)는 치매였고, 나라는 가족 부양에 정신이 없었다. 로타의 병이 악화했다. 숨을 차서 걷지도 못했고, 머리가 아파 잠을 잘 못자고 자주 쓰러졌다. 나라는 "제대로 앉지 못해 누워서 밥을 먹었고, 정신을 잃을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2022년 11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뚝 떨어졌고 혈액 내 헤모글로빈(산소 운반) 장애로 인해 피부가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서울아산병원 전문의와 간호사가 의료기기와 물품을 갖고 현지로 급파됐다. 비행기에 탈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로타는 서울아산병원 윤태진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수술을 받았고, 뇌 농양도 말끔히 사라졌다.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돌아가 헤브론병원에 2주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그간 네 차례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

로타는 "아플 때 친구들과 놀 수도 없었고, 슬프고 속상했다"며 "지금은 뛰어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머리도 안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나라는 "동생이 아파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속상했는데, 수술이 잘 돼서 기쁘다"고 말한다. 수술비·치료비(8200만원)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병원이 댔다.
캄보디아의 심장병 소년 아옥 로타(14)와 형 아옥 나라(39)가 프놈펜 헤브론병원 본관 앞에 섰다. 로타는 김건희 여사 방문으로 딱한 사정이 알려져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 로타가 들고 있는 공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물한 것이다. 프놈펜=신성식 기자

로타는 한국 음식 중 김치가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깍두기를 가장 좋아한다. 로타는 "(동네의) 교회에 가면 김치랑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로타는 "낫게 해 준 의사·간호사가 보고 싶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를 듣고 있던 나라가 눈물을 흘린다.

로타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 알려진 소년이다. 당시 김건희 여사가 집으로 찾아갔고 딱한 사연이 알려졌다. 김 여사는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로타를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축구공을 선물했다. 로타가 그 공을 많이 써서 그런지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로타는 한-캄보디아 친선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달 중순 방한한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가 로타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캄보디아 심장병 소년 아옥 로타가 프놈펜 헤브론병원 회의실에서 중앙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타는 김건희 여사가 방문해 알려졌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프놈펜=신성식 기자

로타의 꿈은 군인이다. 그는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나라는 "동생의 꿈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형편이 좋지 않지만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나라는 10남매의 맏이, 로타는 막내이다. 나라가 어머니(63)를 포함해 아홉 식구를 책임진다. 하루 14시간 주유소 청소일을 해서 월 290달러를 번다. 나라의 큰 아들(로타의 조카)이 공장에 나가 200달러를 번다. 헤브론병원이 심장병 수술환자 지원 프로그램(CAP)으로 월 40달러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나라는 "어머니가 치매를 앓아 기저귀를 쓰는데, 거기에 돈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선우진주 헤브론의료원 팀장은 "로타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 4월 건강검진 때 비타민을 처방했다"고 말했다.

※로타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20일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유료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연재되는 '살아낸 환자, 살려낸 의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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