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해병대 부사령관 '혼동' 주장했으나 유재은 '장관 지시' 여지 남겨
정종범, 과태료에도 군사재판 불출석…공수처 수사 대상 될듯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2023년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이도흔 기자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의 출처를 둘러싸고 군 관계자들의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시킨 직후 주재한 회의에서 작성된 이 메모는 수사 외압 의혹을 풀 핵심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전 부사령관은 당초 군검찰에서 메모 속 발언자가 이 전 장관이라고 진술했다가 논란이 생기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말과 혼동했다고 번복했다.

반대로 자신의 진술이 아니라며 선을 긋던 유 관리관은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군사재판에서 이 전 장관의 발언이었을 가능성을 일부 열어두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런 가운데 메모를 직접 작성한 정 전 부사령관은 군사재판에 과태료 처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출석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다.

'누구 수사 언동 안 됨' 메모…정종범 "장관 말씀" → "이종섭 아냐" 번복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부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오후 2시 17분께 이 전 장관 집무실에서 열린 현안 토의에 참석해 문제의 메모를 작성했다.

흩날리는 필체로 적힌 메모에는 10개의 지시 사항이 담겼다.

그중에는 '5.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7. 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없는 권한 행사). 우리가 송치하는 모습이 보임'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정 전 부사령관은 지난해 8월 4일 군검찰 조사에서 "장관님께서 크게 4가지를 말씀하셨다"며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 '법적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 조치하면 안 된다' 정도의 말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자신의 이런 진술을 근거로 이 전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박 전 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전 장관의 '거짓 해명' 논란이 일자, 정 전 부사령관은 입장을 바꿨다.

그는 보도 직후인 지난해 9월 8일 군검찰에 출석해 "장관님께서는 '누구누구 수사 언급'이라거나 '혐의자 특정'에 대한 워딩으로 말씀하신 것은 없고 그런 부분은 법무관리관이 당시 장관님께 법적 검토를 하고 보고드린 내용이었다"고 진술했다.

회의 참석자였던 유 관리관이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이 가능하다고 한 것을 이 전 장관이 지시한 것처럼 혼동해 잘못 진술했다는 취지다.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장관님이 직접 말씀하신 내용처럼 잘못 언론에 나오고 있어 바로잡기 위해서"라며 강압이나 회유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향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과천=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6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2024.4.26 [email protected]


이종섭 지시 모른다던 유재은, '결국 장관 지시냐' 재판장 질문에 "예"
정작 정 전 부사령관이 발언자로 지목한 유 관리관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방식을 확인하고, 이첩 방법에 대한 군사법원법상의 원론적인 해석만 해병대 측에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 유 관리관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당시 현안 토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 속 발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 29일 군검찰 조사에서 유 관리관은 "(정 전 부사령관이) 현안토의가 거의 끝나가는 와중에 회의에 들어왔다"며 "장관님께서 해외 출장을 나서기 위해 일어나기 시작한 상황이라 어수선해 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를 하는지 주의 깊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제가 현안토의 때 발언한 것 말고는 장관님께 따로 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를 하는 데 있어 법적 조언을 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유 관리관은 지난달 17일 박 전 단장의 군사재판에서는 미묘하게 달라진 입장을 취했다.

그는 당시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정 전 부사령관에게 군사법원법상의 이첩 해석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라고 이 전 장관이 지시했고, 이에 자신이 다시 설명하는 과정에 이 전 장관이 설명을 보탰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에 대해 "어구로 봤을 때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아니다"라며 "장관님께서 제가 무슨 설명을 하면 중간중간에 본인 말로 설명을 같이 했는데 그에 대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본인의 설명을 이 전 장관이 부연해서 얘기했다는 취지냐. 결국 이 전 장관 지시인 것 아니냐'고 묻자 유 관리관은 "예. 뭐"라며 긍정하기도 했다.

메모를 볼 때 결국 이첩 내용에 관한 것이 지시됐던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이첩 방법을 보다 보면 이첩 내용과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실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이첩 방식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설명한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되, '혐의자 특정 제외'는 이 전 장관의 지시로서 전달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모 작성한 정종범은 군사재판 연속 불출석…공수처 수사 불가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이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이 '말을 보태는 식'으로 발언했을 수 있다는 유 관리관의 입장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 셈이다.

결국 정 전 부사령관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발언을 듣고 해당 메모를 작성했는지, 혹은 회의에 나오지 않은 말을 적은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 전 부사령관은 박 전 단장의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두 차례 연속으로 불출석해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군사법원은 지난 11일에도 정 전 부사령관이 출석하지 않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고, 다음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구인·구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메모 속 정확한 발언자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의 이첩 보류 및 회수·재검토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메모 속 내용이 정말 이 전 장관의 지시가 맞느냐에 따라 윗선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363 BTS 진에 '기습뽀뽀' 시도한 팬…경찰, 성추행 사건 내사 착수 랭크뉴스 2024.06.19
36362 엔비디아, MS 제치고 시총 1위…S&P500·나스닥 역대 최고 마감 랭크뉴스 2024.06.19
36361 푸틴, 19일 새벽 북한 도착…김정은은 포옹하며 환대 랭크뉴스 2024.06.19
36360 ‘24년 인연’ 기자 질문에 울어버린 박세리…응원 쇄도 랭크뉴스 2024.06.19
36359 [메드테크]⑥ 4명 중 1명 걸리는 뇌졸중…세계 최다 종류·최고 정확도 AI로 잡는다 랭크뉴스 2024.06.19
36358 푸틴, 새벽 평양 도착…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랭크뉴스 2024.06.19
36357 올해 들어 가장 더워…밤부터 제주 첫 장맛비 [출근길 날씨] 랭크뉴스 2024.06.19
36356 훠궈 내장, 소변 본 하수관서 건졌다…中도 경악한 中식재료 공장 랭크뉴스 2024.06.19
36355 휴진 대신 1200명 생명 지킨 분만병원들 “산모·아기 건강이 더 중요” 랭크뉴스 2024.06.19
36354 미 “대러 지원 차단…한반도 문제 해법은 정치·외교뿐” 랭크뉴스 2024.06.19
36353 할머니 몰던 차, 주차장 벽에 ‘쾅’…10개월 손자 숨져 랭크뉴스 2024.06.19
36352 광역버스 준공영제 재정 부담에… 정부, 노선 통폐합 검토 랭크뉴스 2024.06.19
36351 “저·고가 제품만으론 안돼”… 삼성, 스마트폰·워치 FE 모델로 점유율 사수 나서 랭크뉴스 2024.06.19
36350 "김호중 구속될 일인가" 팬에…법조계 "징역 30년형 수준 중범죄" 랭크뉴스 2024.06.19
36349 [OK!제보] 질겨서 안씹힌 유명 햄버거…기름종이도 같이 조리 랭크뉴스 2024.06.19
36348 오늘 새벽 도착, 당일치기 일정…“김정은과 9시간 이상 대화” 랭크뉴스 2024.06.19
36347 새벽2시 北 도착한 ‘지각대장’ 푸틴…김정은 공항 영접 랭크뉴스 2024.06.19
36346 미분양 많은 대구서도 분양권 신고가… “공사비 오르면서 기분양 단지 관심” 랭크뉴스 2024.06.19
36345 "매출 3천만 원 약속"‥백종원 점주들 뿔났다 랭크뉴스 2024.06.19
36344 뉴욕증시, 일제히 상승하며 S&P500·나스닥 역대 최고…엔비디아 시총 1위 랭크뉴스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