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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가해자 신 모 씨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 모 씨가 지난 13일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신 씨에게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투여한 혐의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병원에 온 환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KBS는 염 씨의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 "의사가 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불신 갖게 돼"

염 씨는 2021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병원 수술실과 회복실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성폭행과 유사 성폭행, 강제추행, 카메라 불법촬영 등의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1심에서 인정된 성폭행은 1건, 유사 성폭행은 6건, 강제추행은 96건, 카메라 불법촬영은 544회였습니다.

확인된 피해자는 16명,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미용 시술 목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해 수면 마취 상태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했습니다.

염 씨가 운영한 병원 간판

재판부는 "2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범행을 지속했고, 범행 장소와 촬영물 등을 보면 피해자 인격과 존엄에 대한 무시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 "환자는 안전할 것이라 믿고 오른 수술대 위에서 의사가 자신에게 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염 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 A 씨는 몸만 찍혀 특정이 안 된 피해자들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훨씬 많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A 씨
"염 씨가 조사받을 때 (사진들) 분리를 해놨더라고요. 몸만 나온 사진은 너무 많아서 자기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그런 사진까지 포함하면 (피해자가) 몇 명인지 아직도 모르죠."

"범행이 굉장히 오래됐기 때문에 피해자가 16명이 절대 아니에요. 그건 제가 정말 확신해요."

[연관 기사] [영상/단독] “피해자 16명 아니에요”…‘롤스로이스’ 마약처방 의사 피해자 인터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8391

■ "프로포폴 등을 사용한 돈벌이만 급급"

염 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가해자 신 씨에게 지난해 8월 2일 하루에만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 등 마약류를 9회 처방했습니다.

염 씨는 신 씨 말고도 수면과 환각 목적으로 병원에 온 사람들에게 돈을 건네받고는 마약류를 투여했습니다.

피해자 A 씨는 병원과 병원 위층 공간에 마약류를 투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염 씨가 운영한 병원 모습.

피해자 A 씨
"(병원이) 2층만 운영을 하는데 3층이 공실이에요. (공실을) 병원 입원실처럼 1인실 침대 하나 놓는 공간으로 그렇게 방이 몇 개가 있어요. 2층과 3층까지 다 누워서 약을 맞고 있었고요. 시술한 사람은 못 봤고요."

"그 약(마약류)이 준비된 주사기가 항상 엄청 많이 준비돼서 쌓여 있었어요.
몇십 개가 항상 그렇게 준비가 돼 있어요. 미다(미다졸람) 케타(케타민) 포폴(프로포폴) 이렇게 세 가지가 몇십 개씩 (있었어요.)"

"아침에 온 사람이 저녁까지 있었고요. 그러니까 '롤스로이스 남자'만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밖에 없는 병원이었고요. 저는 몰랐고요."

신 씨의 교통사고가 언론에 보도되자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했던 환자들 진료기록부를 폐기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프로포폴 의존과 중독을 도외시한 채 염 씨가 적극적으로 투약에 관여했다"면서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자로 규정한 것을 악용해 프로포폴 등을 사용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고 꾸짖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10년 가까이 다닌 병원 의사가…“얼굴부터 나체사진까지 다 있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7331

■ 재판부,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

검찰은 염 씨에 대해 성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다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염 씨에 대해 보호관찰 5년은 명령하면서도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염 씨의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된다"면서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행적을 감시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조사 결과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중간' 수준 ▲병원에 방문해 수술과 시술 등을 위한 마취약을 투여받은 피해자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특성 ▲스스로 범행을 멈춘 정황이 엿보이고, 교화를 기대하는 게 불가능한 정도라고 단정하기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염 씨 성범죄의 일부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김은정 변호사는 재범 위험성과 교화 가능성을 관대하게 판단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변호사 (해바라기 법률사무소)
"염 씨는 재판에서 스스로 자책하며 범행을 멈췄고, 자신이 캠핑장에 가서 저장장치(SD카드)를 불태우기도 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성범죄는 신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발견됐고, 염 씨는 범행 관련 자료를 다수 인멸했습니다. 또한, 범행이 2년간의 결과물일 뿐 이전부터 반복됐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염 씨는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도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이어왔기 때문에 사회 복귀한 후 같은 내용의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자장치 부착 기각은 아쉽습니다."

■ 선고 전 '기습공탁'…양형에 반영

피해자들은 재판 내내 염 씨 측으로부터 합의는커녕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염 씨 측은 선고기일 이틀 전부터 법원에 기습적으로 공탁했습니다. '형사 공탁'은 실질적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입니다. 형사 사건의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어도 법원에 돈을 맡길 수 있습니다.

염 씨의 성범죄의 일부 피해자를 대리하는 신진희 변호사는 기습적인 공탁으로 이에 대한 피해자 의견을 법원에 전달할 기회가 없었고, 판결에선 염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피해 회복을 위한 금전을 일부 공탁한 점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진희 변호사 /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
"선고 직전에 공탁이 있어서 피해자가 공탁과 관련한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염 씨는 지난 1월에 기소됐고, 구속 기간 만료 등으로 6개월 안에 선고가 돼야 하는데 염 씨 측이 이를 계산하고 공탁했다는 생각이 됩니다."

"공탁금 수령 여부에 대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는 재판부 절차도 없었고, 일방적으로 염 씨에게 유리하게 반영됐습니다. 공탁 제도가 감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자 16명 가운데 한 명은 피해 사실 등을 비관했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비통해하신다고 피해자 변호사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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