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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국제 가격 급등에, 대체제 주목받는 토종기름
같은 깨이지만, 함유 지방산은 달라
참기름은 실온 보관, 들기름은 냉장 보관 ‘필수’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참기름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이 유럽을 덮치면서 올리브유 시세가 폭등했다. 16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은 2020년 톤당 2628달러(한화 360만원)에서 2021년 4185달러(573만원)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만88달러(1381만원)까지 치솟았다. 4년여 만에 값이 4배로 뛴 셈이다.

올리브유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9 지방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재 찾기가 한창이다. 올리브유처럼 오메가 지방산이 많은 기름은 토종 기름 중에도 있다. 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참기름과 들기름 모두 깨가 원료이다. 참기름은 참깨, 들기름은 들깨로 만든다. 깨로 만든 기름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영양 성분과 효능은 차이가 있다. 참기름의 지방산은 오메가-6 계열인 리놀레산이 40%, 오메가-9 계열인 올레산이 40%를 차지한다. 반면 들기름은 오메가-3 계열의 알파리놀렌산이 60% 이상 들어 있다.

올리브유 대체재로 쓸 수 있는 참·들기름
참깨와 들깨는 어떻게 다를까. 일단 깨알의 크기가 다르다. 참깨가 좀 더 길고 굵다. 한국인이 쌈채소로 즐겨먹는 깻잎은 들깻잎이다. 참깨는 잎이 너무 써서 쌈채소로 먹기 어렵다.

참깨와 들깨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지난 13일 경남 밀양에 소재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를 찾았다. 이날 남부작물부에선 들깨 종자를 파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업연구사를 비롯해 근로자 4~5명이 햇빛을 피하기 위한 완전무장을 하고 파종 작업장으로 모였다.

13일 경남 밀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의 파종작업장에서 한 농업연구사가 팔레트에 들깨 종자를 심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파종은 팔레트에 흙을 채운 다음 홀 하나에 씨앗을 3~4개 담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2줄이 하나의 유전자형으로 구성된다. 팔레트에는 품종명이 아닌 6자리 숫자만 적혀있었다. 유전형질이 비슷한 형제들끼리 한 팔레트에 채워진다. 팔레트에서 싹을 틔운 후 밭에 이앙돼 성장성을 확인하거나, 온실 등에서 병저항성 실험 등을 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품종 개량의 최종 목적은 수확성이 좋고, 병에도 강한 깨 품종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름을 짤 목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인만큼, 알곡의 지방 함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남부작물부 밭작물개발과의 이명희 농업연구관은 “올리브유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깨로 만든 기름에 대한 수요가 반사 효과로 늘고 있다”면서 “올리브유의 대체 식품으로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래의 사용 목적이나 특성을 봤을 땐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대체재”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한 대형 치킨프랜차이즈가 올리브유를 튀김유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튀김이나 부침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 고온을 내야 하는 튀김유로는 부적합하다. 이 때문에 올리브유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샐러드드레싱이나 파스타면의 윤기를 더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나물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13일 경남 밀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에서 김성업 농업연구사가 병저항성 실험 중인 종자를 설명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고소한 맛의 대명사 ‘참기름’… 암 예방 ‘리그난’ 풍부
올리브유처럼 깨기름 역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여기에 참기름과 들기름은 특유의 고소한 향을 품고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이 이처럼 고소한 향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깨기름을 짜기 전 볶는 과정 때문이다. 깨는 볶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기름 내 알데하이드류와 피라진류, 퓨란류의 함량이 높아진다. 이중 알데하이드류는 과일의 숙성향과 버터의 풍미를 낸다. 피라진류는 고소한 냄새를 내고, 퓨란은 설탕을 가열할 때 생기는 달콤한 향을 낸다. 이러한 성분들이 결합해 참기름과 들기름의 풍미를 좌우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금실이 좋은 부부나 연인을 향해 ‘깨 볶는다’고 표현할 때, 이 때 깨는 참깨일까, 들깨일까. 김성업 남부작물부 밭작물개발과 농업연구사는 “그건 참깨”라고 했다. 참깨만 12년 이상 연구한 김 연구사는 “참깨가 들깨보다 고소하거나 달콤한 풍미가 더 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들기름의 건강적 효능이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참기름은 ‘좋지 않은 기름’이라는 편견이 퍼지기도 했다. 김 연구사는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들기름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 참기름에 많은 오메가-6 지방산보다 좋은 지방이라고 알려지면서, 참기름은 건강에 안 좋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기름의 오메가-6 지방산은 혈액 응고의 기능과 함께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염증반응을 일으켜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9 계열인 올레산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했다.

참기름 항산화 물질인 ‘리그난’도 풍부하다. 리그난은 암을 예방하고 동맥경화나 뇌졸중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폴리페놀 성분이다.

이런 건강 효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선 기존 품종 대비 리그난 함량이 1.7배 많은 ‘밀양74호’를 개발하기도 했다. 수확성과 리그난 함량, 지방 함량을 늘린 ‘밀양80호’도 남부작물부 밭작물개발과의 작품이다. 이 두 품종은 아직 공식 명칭이 부여되진 않은 ‘파일럿 품종’이다. 종자의 우수성 평가가 완료된 후, 공식 명칭이 붙은 후에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13일 경남 밀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에서 이명희 농업연구관이 참깨와 들깨의 기름을 추출하는 기계를 소개하고 있다. 식량과학원에서는 개발한 종자의 착유성과 가공 식품의 특징도 함께 연구한다. /윤희훈 기자

웰빙 기름은 그래도 ‘들기름’… 빠른 산패는 단점
참기름이 맛과 향을 앞세운다면, 들기름은 건강함을 더 내세운다. 이명희 연구관은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이 가장 많은 기름”이라며 “항염증은 물론 항비만에 뇌 건강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들기름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 계열인 ‘알파-리놀레산’은 동물성 오메가-3(DHA, EPA)와 대등하게 기억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파-리놀레산은 치매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의 활동을 저해하는 효과도 크다. 치매 유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알파-리놀레산은 혈관 벽에 붙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혈전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

최근 들기름은 볶는 방식이 아닌 생들깨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냉압법 방식’으로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냉압법 방식으로 추출한 생들기름은 들기름 특유의 향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해 수출 유망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농진청에선 들깨 품종으로 가공 특성이 우수한 ‘수연’과 들기름 향기 성분이 풍부한 ‘들샘’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 중이다. 2022년 개발한 수연은 생산량이 10a(아르, 300평) 당 137㎏으로, 기존 품종인 ‘다유’보다 6% 정도 많다. 종자 크기가 크고 껍질이 연해 기름을 추출하는 데도 유리하다. 알파-리놀렌산 함유량도 64%로 기존 품종보다 우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개발한 들샘은 조지방 함량과 착유율이 42.7%, 39.4%로 가공적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진청 관계자는 “신품종을 심고 싶다면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자광장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들기름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들기름은 상온에 보관하면 빨리 상한다.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반면, 참기름은 리그난 성분 덕분에 상온에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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