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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음식점, 현장 대기등록 안 받아
줄서기 앱 이용자 90%가 2040세대
디지털 약자 또 소외… 대안 마련해야
한 노인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모습. 이 모습은 연출된 장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사는 김선숙(62)씨는 최근 유명 식당에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맛집인데 줄을 선 사람들이 없어 기쁜 마음으로 들어간 김씨는 직원의 안내에 당황했다. 직원은 대기자가 15팀이 넘는다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기 예약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식당을 방문하면서 이런 앱까지 써야 할 줄은 몰랐다"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 왠지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 퇴직자 김동하(80)씨는 최근 지인 모임을 위해 식당을 예약하려다 실패했다. 식당에 전화해 예약을 문의했는데, 자동응답시스템(ARS)에서 앱으로 예약하라고 반복했다. 앱 사용 방법을 몰랐던 김씨는 자녀에게 예약을 부탁했다. 김씨는 "매번 자녀에게 말하기도 어렵고, 앱 사용도 서툴러 식당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크다"며 "젊은 사람들이 가는 식당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지난해 4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테이블마다 태블릿형 셀프 결제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 식당과 카페 등에서 휴대폰 앱 예약 문화가 확산하면서 고령층 불편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주문하는 방식(키오스크)에서 나아가 휴대폰 앱으로 대기 예약하는 '모바일 줄 서기', QR코드로 메뉴를 주문하는 '모바일 주문하기'까지 보편화하고 있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앱 예약·주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식당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고객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명 고깃집은 전화나 방문 예약을 받지 않고 앱으로만 예약 가능하다. 대기자가 많아 앱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식당 이용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맛집들은 과거에 2~3시간씩 손님들이 기다렸지만, 앱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난 뒤에는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손님들 불만이 줄었다"고 전했다.

직원 호출 없이 앱 메뉴 주문·결제 서비스도 일반적이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해당 식당 메뉴가 뜨고 이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천천히 주문할 수 있고, 자리에 앉아 결제까지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분석한 지난해 5월 기준 웨이팅 앱 사용자 비중. 와이즈앱


하지만 앱 이용에 친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60대 이상 고령층은 식당 이용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주요 식당 예약 앱인 '캐치테이블'과 '테이블링' 사용자 비중은 2030세대가 64.5%로 절반이 넘었고, 40대까지 포함하면 87.3%였다. 반면 60대 이상은 2%대다. 주부 권모(68)씨는 "디지털 기기가 원체 많아 식당에 들어가기가 겁난다"며 "직원이 주문받을 때는 양은 얼마나 되는지, 추천 메뉴는 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물어보곤 했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디지털 약자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 전화 예약을 받거나, 디지털 취약층에 한해 현장 대기를 별도로 허용하는 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일상에서 IT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고령층 등의 정보소외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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