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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올여름 시원한 실내에서 연극 한 편 보시는 거 어떨까요.

고전 연극작품들이 대극장에 대거 오릅니다.

특히 7, 80대 원로배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데요.

최선을 다한 연기가 곧 숙명이라는 배우들을 임소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절구를 찧듯 한 마디씩 주고받는 대사에,

"단추나 채우시지. <아 그렇구나. 아무리 작은 거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되지.>"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고목 한 그루만 덩그러니 놓인 무대.

신구, 박근형 두 노장 배우의 대사와 움직임이 140분간 무대를 오롯이 채웁니다.

[신구(88) / 배우, 고고 역]
"진짜로 힘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걸 소화해 내지 못하면 연극이 안 되니까."

작년 말부터 6개월째 계속되는 전국 공연은 80회 넘게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근형(84) / 배우, 디디 역]
"형님 혹시 우리가 늙은 아이돌 아닐까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 두 배우 연기 경력이 도합 130년이지만 이번 작품은 처음입니다.

언제 올지 모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처럼, 연기만 보고 달려갑니다.

[신구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중]
"우리 모두는 미치광이로 태어난다. 그중에 몇몇은 죽을 때까지 미쳐 있다."

[박근형(84) / 배우, 디디 역]
"천 가지 역할을 다 하고 싶죠. 도전하고 싶고‥ 나이 먹어간다는 게 조금 서운하죠."

---

시작과 끝을 여닫는 묵직한 외침.

"<어두워!> 춥다! 뼈가 시리도록 추워!"

'배우 1,2' 역의 박정자, 손숙 배우입니다.

400년 된 고전 <햄릿>.

연극 경력 60년의 원로들이 조연과 앙상블을,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47년 전 햄릿으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정동환은 조연 클로디어스 역할로 78년생 햄릿과 마주 섰습니다.

[정동환(75) / 배우, 연극 <햄릿> 클로디어스 역]
"작고 큰 역할은 없다. 여기서 보면 그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단 말이죠."

'값어치'가 아닌 '가치'를 위해 반세기 넘도록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노장들.

관객들이 그들에게 기꺼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박정자(82) / 배우, 연극 <햄릿> 배우1 역]
"새롭게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게 연극의 숙명이고 또 배우들의 책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늘 살아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전인제 / 영상편집: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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