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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 ‘기억·소통 공간’으로 옮겨
마지막 24시간 시민에게 고마움 전하는 행사 꾸려
외국인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나눠준 보라선물꾸러미와 보라색 풍선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이날은 분향소 이전을 하루 앞둔 날이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학생, 간식 받아가요. 시민들과 함께 하는 간식 나눔 행사예요”

15일 오후 1시. 10·29 이태원 참사의 상징적 공간이었던 서울시청 앞 분향소가 운영을 마치기까지 꼭 24시간이 남았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보라색 풍선에 바람을 넣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간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분향소에 모여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위로했던 기억과 고마움을 풍선과 간식 꾸러미에 담았다. 분향소 앞 서울광장은 곧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힌 보라색 풍선으로 물들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영정을 모신 분향소가 16일 서울광장을 500일 만에 떠난다. 분향소는 근처에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되는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으로 옮겨진다. 지난달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좀 더 안정된 공간에서 법에 바탕을 둔 특별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진상규명 활동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유가족은 서울시청 분향소의 마지막 24시간을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시간으로 꾸렸다. 시민 집중 조문, 시민들과 나누는 밥상, 기억 문화제, ‘별은 알고 있다’ 영화 상영회, 서울광장 추모행진 등의 행사를 열기로 했다.

서울시청 분향소는 참사 100일을 앞둔 지난해 2월4일, 시민들이 경찰을 막아준 사이 유가족이 울면서 설치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당시 시민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벽을 만들어 설치를 제지하려던 경찰들을 막아줬다”고 분향소가 설치됐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렇게 많은 시민이 우리와 연대하고 있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며 “그 원동력으로 이 분향소에서부터 오체투지와 삼보일배 같은 거리 투쟁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서수빈씨의 어머니 박태월(59)씨가 합동분향소 이전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눈물 흘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희생자 강가희씨의 어머니 이숙자(53)씨는 아이와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가족들이 보일 때마다 한달음에 달려가 풍선과 간식을 건넸다. 그는 “분향소에서 유가족들과 모여 같이 아이들 얘기하면서 울고 웃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거리에서 건물로 분향소가 이전하는 거라 혹시라도 시민들에게 잊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들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 편지를 붙일 수 있는 분향소 천막에는 시민들이 지난 1년 4개월간 유가족들에게 보낸 응원이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24일에 쓰인 ‘고인들을 잊지 않겠다’는 메모, 지난 2월10일에 쓰인 ‘이런 추모의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메모, 지난 4월7일에 쓰인 ‘특별법이 통과되어 고인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기원한다’는 메모가 나란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출장을 왔다가 분향소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하러 왔다는 시민 최광철(59)씨는 “내 아들의 일일 수도, 내 조카의 일일 수도 있었던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문했다”면서 “미국은 911 테러가 일어난 그 자리에 911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어 시민들이 자연스레 추모를 하고 있다. 분향소가 다른 공간으로 이전하는 건 아쉽지만 앞으로 남은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들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가족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나눠준 보라선물꾸러미와 보라색 풍선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이날은 분향소 이전을 하루 앞둔 날이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이날 오후 1시43분께 분향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년4개월 만에 처음 조문을 오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날마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이제 오시면 어떡하냐”, “서울특별시의 제일 어른 아니냐, 얼마나 기다린 줄 아냐”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오 시장은 “여러 가지로 죄송한 게 많다. 서울시는 끊임없이 여러분과 소통하겠다. 무엇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면 그때마다 최대한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그리움 그리고 기억 문화제’에서 희생자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씨는 가수 하림씨 옷에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설 때 곁에서 노래해왔던 하림씨는 “벌써 시간이 속절없이 500일이나 흘렀다.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이날 추모제에서 10·29이태원참사 작가기록 단에 참여해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펴낸 박희정 작가는 “분향소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투쟁의 근거지가 됐고, 시민들은 서로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서 “분향소를 옮기는 날은 무언가를 끝내고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6월 생일 희생자 추모제가 열려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케이크가 놓여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새로 마련된 기억·소통 공간은 진상규명을 위해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한편, 희생자를 기억할 새 추모공간이 된다. 이정민 위원장은 “거리 투쟁 이후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이제 남은 과제는 진상규명 하나다. 특별조사위원회에 전달할 자료들을 유가족들이 이곳에서 함께 수집할 예정”이라면서 “이전하는 공간에는 영정 대신 아이들의 일상 사진과 참사 이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을 두었다. 누구나 와서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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