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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음악학과에서도 교수 채용 비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KBS는 2년 전 경북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2년이 흘러 대구지방법원은 채용 비리 혐의(위계 공무집행 방해, 공무상 비밀 누설)로 음악학과 교수 A 씨와 B 씨에게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습니다.

■이웃 학과 '교수 채용 비리' 수사 중인데도…'심사 비밀' 누설

지난 2022년 4월,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에선 신임 교수 공채가 시작됐습니다. 역사와 전통의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 교수 자리에 수많은 이들이 지원했고 1, 2단계의 서류 심사를 거쳐 최종 3명의 후보가 3단계인 실기 심사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는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점수 몰아주기 양상이 나타났고, 심사 기준표를 지키지 않는 등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수사와 재판 끝에 교수 채용 비리는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판결문으로 본 이들의 범행은 이렇습니다.
최종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시험은 실기심사로 '공개 연주'와 '공개 수업'으로 이뤄집니다. 공개 수업 심사는, 후보자들이 10분 안에 학생들의 연주를 듣고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학생들이 무슨 곡을 연주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후보자는 작곡자와 곡의 배경, 곡의 특성과 연주할 때 중점사항 등을 미리 준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연주 곡명은 '비밀'입니다. 오랜 기간 관례로 굳어지면서 모든 교수가 알고 있는 기본 사실이자 상식입니다.

하지만 A 교수는 쇼팽 2곡과 슈베르트 1곡, 이렇게 연주곡 3곡을 B 교수에게 알려줬습니다. B 교수는 이 정보를 친분이 있던 후보자 C 씨에게 전달합니다. C는 재판과정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세 곡의 악보를 다운로드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C 후보자는 큰 점수 차이로 경쟁자를 따돌리며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A, B는 공무상 비밀인 심사 연주 곡명을 미리 알려줬습니다. 이 비밀을 미리 안 C 후보자는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시점도 놀랍습니다.
음악학과의 이 사건 채용이 있기 바로 1년 전, 경북대학교 국악학과 신임 교수 채용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터졌고 경북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심지어 A, B 교수가 조작을 시도했던 2022년 6월 24일은 국악학과 교수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던 시기였습니다. (국악학과 교수들은 나흘 뒤인 6월 28일 영장 심사를 받고 구속됐습니다.)
음악학과와 국악학과는 같은 단과대학으로 같은 건물을 쓰고 있습니다. 이웃 학과 교수들의 채용 비리로 학교가 오랫동안 시끄럽고 심지어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되는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부터 계속 말을 바꾸고 납득 하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으며 범행 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상당한 의심이 들게 하는바 엄중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확정되면, 이들은 교수직은 물론 연주자로서의 명성도 잃게 될 겁니다.

경북대 예술대학. 교수 채용 비리가 발생한 국악학과와 음악학과 모두 이 건물을 사용합니다.

■국립대 중 교원범죄 1위 '경북대'…학교 위상 추락은 누구 잘못인가?

앞서 KBS가 단독 보도한 국악학과 채용 비리 사건의 경우, 채용 비리를 주도한 교수 1명이 지난 12일 해임됐습니다. (다른 1명은 최종심 선고 전에 정년퇴직했습니다.) 그리고 채용 비리 과정에서 임용된 교수는 3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포함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경북대에서 발생한 교원 범죄는 80건. 이는 전국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교수 채용 비리는 물론, 음주 운전과 대학원생 인건비 착취, 강제추행 등 남부끄러운 일탈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특히 채용 비리는 학교의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개인적 일탈보다 더욱 심각한 범죄입니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한탄이 학교 안팎에서 많이 나옵니다. 한때 최고의 위상을 차지했던 경북대 역시 신입생 합격점수가 많이 내려가는 등 예전의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선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외부 환경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교수와 대학본부 등 학교의 주체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특히 잇따르는 사건·사고에 자정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부 탓을 하는 사이 학교 내부의 시스템은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또 외부 탓만 하고 있을 건지, 환골탈태의 노력에 나설 것인지, 선택은 경북대 구성원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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