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녹음 증거
게티이미지뱅크

Q. 제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채증하려고 녹음기를 지니고 있는데요. 이게 불법 녹음으로 문제가 될 수 있나요?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당사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 불법 녹음에 해당되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하네요.(2024년 5월, 닉네임 ‘화나서 방방 뛰는 튜브’)
A. 당사자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은 불법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참여한 대화의 녹음은 합법입니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부정확한 내용이 많네요.

직장 내 괴롭힘이나 해고 등 직장에서 당하는 갑질을 신고하려면 입증 책임이 신고자에게 있기 때문에 증거가 필요합니다. 사장이 “야,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했을 때, 녹음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상사가 욕을 했어도 녹음이 없고 상사가 부인하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쉽지 않겠죠.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이라고 내 목소리가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대화’는 당사자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중 한명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은 듣기만 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5년 1월22일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훈시, 업무 지시, 회의, 교육, 회식 등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녹음한 대화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어요.

상사가 사무실에서 부하직원 두명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했을 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를 녹음했다면 불법일까요? 아닙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는 지난 4월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한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실제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피고인의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에 비추어보면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피고인은 해당 대화 참여자라고 충분히 예상된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녹음기를 본인 없는 곳에 놔두고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합법적으로 녹음했더라도 신고 등의 목적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다수에게 공개하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어요. 따라서 ①녹음기를 반드시 몸에 지니고 녹음하고 ②녹음 내용을 신고용으로만 사용하며 ③불법 녹음 협박에 당당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불법 아니니까 ‘쫄지’ 마시라고요.

오늘도 직장갑질119 단체대화방에는 직장인들이 볼펜, 손목시계, 사원증, 유에스비, 초소형, 부착용 등 각양각색의 녹음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참 서글픈 일이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여전히 걸레를 입에 물고 다니는 상사가 적지 않잖아요. 사장님들, 녹음하는 직원 비난하지 말고, 제발 막말하는 상사 입 좀 어떻게 하세요. 사장님에게는 법적으로 직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748 AI 사진 편집, 5.5세대 이동통신 지원… 갤럭시Z플립·폴드6 맞서는 中 폴더블폰 랭크뉴스 2024.06.28
35747 [2보] 5월 생산 0.7%↓…소비·투자까지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 랭크뉴스 2024.06.28
35746 ‘꿈의 비만약’ 위고비, 뇌 신경회로 자극해 포만감 높인다 랭크뉴스 2024.06.28
35745 흑인 아동 5명 입양한 백인 부부, 창고에 가둔 채 노예처럼 부렸다 랭크뉴스 2024.06.28
35744 묘 빼앗긴 부친 숨지자, 두 딸 처절한 복수혈전…왕도 감동했다 [이숙인의 조선가족실록] 랭크뉴스 2024.06.28
35743 '가족이라고 못 봐줘'… 유류분 이어 친족상도례도 손질 랭크뉴스 2024.06.28
35742 아리셀 분향소 앞 "나라 지키다 돌아가셨나"…경찰 "깊이 반성" 랭크뉴스 2024.06.28
35741 팔짱 끼고 사과하더니…“망하게 한다고 말한 적 없어”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28
35740 석탄 49% 캐낸 88살 탄광 문 닫는다…내후년엔 1곳뿐 랭크뉴스 2024.06.28
35739 [인터뷰] 나토 수장 "韓 우크라 무기지원 합법…북러와 동일시 시도 틀려" 랭크뉴스 2024.06.28
35738 볼리비아, 쿠데타 시도 관련 17명 체포…“3주 전부터 모의” 랭크뉴스 2024.06.28
35737 당대표 후보에 줄서기?‥'러닝메이트' 논란 랭크뉴스 2024.06.28
35736 서울 아파트 거래량 2년 9개월 만에 5000건대… 악성 미분양은 ‘여전’ 랭크뉴스 2024.06.28
35735 마약류 씨앗·장비 해외직구... 대마·양귀비 직접 키우는 '마약 농부' 폭증 랭크뉴스 2024.06.28
35734 ‘나스닥 상장’ 김준구 웹툰엔터 “우린 웹툰계의 넷플릭스…지적재산권이 무기” 랭크뉴스 2024.06.28
35733 “CG인 줄”…미 축구장 집어삼킨 너비 30미터 싱크홀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6.28
35732 28일 낮 최고기온 33도 무더위··· 곳곳에 소나기 랭크뉴스 2024.06.28
35731 “매물로 거론되는 곳들은 딱히”… SK그룹 구조조정 관망하는 사모펀드들 랭크뉴스 2024.06.28
35730 네이버웹툰 나스닥 등판 첫날 10% 급등…기업가치 4조원(종합) 랭크뉴스 2024.06.28
35729 美유권자 40%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TV토론 더 잘할 것" 랭크뉴스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