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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소송

최태원 회장, 아버지 증여금 주장
입출금 5개월 시차에 금액 달라
2억여원 석관동 지점서 인출 뒤
7분 만에 광교지점 수표 들어와
지난 4월16일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위쪽 사진)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각각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지난달 말에 있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넘겨줘야 할 재산분할액을 1조3800억원으로 판단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4조여원 가운데 35%를 노 관장 몫으로 인정한 것이다. 1심 결정액은 660억원에 불과했다.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액이 20배 넘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에스케이 지분 17.7%(6월12일 종가기준 약 2조4천억원)를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 회장이 과거 친족들에게 증여했던 에스케이 지분(약 9천억원)도 포함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 지분을 모두 분할 대상에서 배제했다.

두 재판부는 에스케이 지분을 이른바 ‘특유재산’으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 완전히 견해를 달리했다. 특유재산은 쉽게 말해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가지고 있었거나 혼인 이후 각자의 집안으로부터 상속·증여로 물려받은 재산을 말한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이혼 시 분할 대상에서 배제한다. 그러나 부부 생활 과정에서 특유재산 가치 증가에 다른 배우자가 오랫동안 기여한 사실이 인정되면 분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재판부, 불특정 계좌 소명 요구했지만

최 회장은 지금의 에스케이 지분이 아버지(1998년 작고한 최종현 회장)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매수한 대한텔레콤 지분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텔레콤은 1991년 에스케이그룹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했던 회사다. 에스케이그룹은 3년 지난 1994년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경쟁입찰에 참여해 이통사업에 진출했다. 이때 구성된 에스케이그룹컨소시엄에 대한텔레콤은 빠져 있었다. 그해 최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돈 2억8천만원으로 유공이 보유한 대한텔레콤 지분 70%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대한텔레콤은 4년 뒤인 1998년 에스케이컴퓨터통신과 합병한 뒤 사명을 에스케이씨앤씨(SK C&C)로 바꿨다. 에스케이씨앤씨는 2001년까지 에스케이(유공이 사명을 변경한 회사) 지분을 10.8%까지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에스케이는 그룹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 사실상 지주사였다. 이로써 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에스케이씨앤씨→에스케이→주요 계열사’라는 고리를 형성하게 됐다. 이후 에스케이씨앤씨와 에스케이가 합병했고, 합병 회사는 사명을 에스케이로 정했다. 2015년부터 지배구조는 ‘최태원→에스케이→주요 계열사’로 정립됐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최 회장 쪽은 아버지 증여금 2억8천만원으로 사들인 대한텔레콤이 결국 지금의 에스케이 지분을 형성하였기 때문에 특유재산 성격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노 관장이 이 과정에 관여하거나 이후 에스케이 지분 가치 증가에 구체적으로 직접 기여하지 않았으므로 재산분할에서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1994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최종현 회장의 조흥은행 계좌에서 2억8690만원이 인출됐고 최태원 회장의 제일은행 계좌로 2억8697만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은 조흥은행 유공 계좌로 2억8천만원을 송금해 대한텔레콤 주식 대금을 결제했다. 최태원 회장 쪽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을 주장하면서, 에스케이그룹 경영기획실 직원들이 실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현 계좌의 인출금과 최태원의 주식 대금 결제액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종현 계좌 인출(5월)과 최태원 계좌 입금(10월) 사이의 5개월 시차, 그리고 금액 차이(7만원)를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 쪽은 “최종현 회장 지시에 따라 인출 자금은 최초에 에이(A)은행 계좌로 보내졌다”며 “여기서 5개월 머물렀던 이유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간 비상장주식(대한텔레콤) 거래에 대한 시비 소지를 없애기 위한 추가 평가 작업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불특정 계좌(에이은행 계좌)에 대한 정보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 쪽은 30년 전 일시적으로 활용된 계좌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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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8천만원 현금 계수와 7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자금 동일성을 재판부가 부인한 두번째 이유는 이른바 ‘7분 논란’ 때문이었다. 1994년 11월21일, 최태원 회장이 제일은행 서울 석관동 지점에서 2억8697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시각은 오후 4시27분이었다. 그리고 7분 뒤 조흥은행 서울 광교지점에서 유공 계좌로 자기앞수표 2억8천만원이 송금됐다. 재판부는 지폐 계수기의 능력을 고려하면 이 과정이 7분 만에 이뤄질 수 없다고 봤다. 거액의 현금을 입출금할 때 은행이 사용하는 지폐 계수기는 분당 1800매 이상을 셀 수 없고, 당시 5만원권 지폐도 없었기 때문에, 11㎞ 떨어진 두 지점에서 거래가 7분 만에 완료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은행에서 30년간 창구출납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을 내세운 최 회장 쪽의 항변 논리는 이랬다.

“석관동 지점에서 현금 해약을 한 뒤 계수 없이 비(B)은행 광교지점으로 무통장 송금을 하고, 비은행에서 대기 중인 직원이 자기앞수표를 발행받는다. 이어 조흥은행 광교지점으로 이동하여 유공 계좌로 수표 송금할 경우 7분이면 충분하다.”

재판부는 비은행 계좌를 특정해 제출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최 회장 쪽은 30년 전 특정 목적으로 일시 사용한 계좌에 대한 정보가 에스케이그룹이나 은행에도 남아 있지 않아 계좌 정보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좌 특정이 어렵다면 자금의 동일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제일은행 계좌로 입금받은 2억8697만원의 근원은 어디일까? 노 관장은 이 재판에서 최초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를 주장했다. 1991년쯤 당시 아버지 노태우 대통령이 300억원의 비자금을 최종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명으로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 중인 메모 내용(선경 300억원)과 당시 선경그룹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 50억원권 6장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300억원이 에스케이그룹 사업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일부는 최태원 부부의 생활 자금으로 지원됐다고 판단했다. 대한텔레콤 지분 매수 대금은 최종현 회장의 조흥은행 계좌에서 나온 증여금으로 단정할 수 없고, 부부의 공동 생활 자금이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가치가 증가한 에스케이 지분에 노 관장의 내조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재산분할 대상 지분으로 결정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자금 동일성 부인 등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의 정확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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