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진제공=LS전선

[서울경제]

우리나라 주요 산업 기술을 향한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전선 등까지 유출대상 산업군도 확대되고 있다. 내부 직원이 핵심기술을 빼돌리는가 하면 공장을 준공한 건축사가 기술유출 혐의를 받는 등 수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전선업계 1위 업체인 LS(006260)전선은 경쟁업체인 대한전선과 기술유출 갈등을 겪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11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전담해온 설계업체 가운건축이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에 대한 정보를 빼돌려 대한전선 측에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이 업체는 이달 초 완공된 대한전선의 케이블 1공장을 작업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경쟁사 유출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통해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R&D 등에 약 1조 원을 투자해왔다”며 “특히 500킬로볼트(kV)급 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서 제조 기술 및 설비 관련 사항들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 공장은 일반 공장과 달리 고중량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등의 특수 설비가 필수적이다. 도로로 케이블을 옮길 수 없고 선박으로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LS전선은 이러한 해저케이블 공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설계도면이 새나가면 기술 유출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한전선은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업체 중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며 “해당 업체는 케이블 설비 및 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당사 해저케이블 1공장에 설치한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갱웨이 등의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는 국내외의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그간 기술 유출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던 전선업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 중국 등 경쟁국이 인력을 빼내가는 형태의 기술 유출과 다르게 국내 업체 간의 갈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만큼 기술 경쟁의 전장이 확대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은 최근 늘어난 전기수요에 따라 고부가 가치 기술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최근 몇 달 사이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연달아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중국 국적 직원이 반도체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기술을 중국 화웨이로 빼돌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A 씨는 반도체 설계상의 불량을 분석하는 부서에서 줄곧 일하다가 2022년 6월께 높은 연봉을 받고 화웨이로 이직했다. 문제는 퇴사 직전 핵심 반도체 공정 문제 해결책과 관련한 자료를 A4용지 3000여 장 출력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상무와 하이닉스 반도체 부사장을 지낸 최모 씨가 삼성전자 화성공장 16라인 기초공정데이터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중국 신생 반도체 기업으로 넘기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국 시안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계획하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반복되는 기술 유출 사건에도 개선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검찰청 '기술유출 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5~2020년 산업기밀 유출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835건 중 집행유예 301건(36%), 무죄 191건(22.87%) 등이 절반을 넘는다.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 특성상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부터 계열사, 협력업체까지 유출 경로가 무한하다. 이직을 시도하는 전직 임직원의 경우 유출이 의심된다 해도 소재 파악 자체가 어렵다.

그렇게 기술유출 적기를 놓친 사이 우리 기업들의 피해 규모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93건에 달한다. 피해액만 25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472 삼성전자 임금협상 결렬… 노조 "29일까지 협상안 가져오라" 통첩 랭크뉴스 2024.07.23
33471 해발 1340m 트레킹…워터파크도 즐기는 '카지노 월드' 랭크뉴스 2024.07.23
33470 [단독] "나만 조사하라"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지시에 반발 랭크뉴스 2024.07.23
33469 결국 티몬 돈줄마저 말랐다…'셀러런' 조짐에 큐텐 풍전등화 랭크뉴스 2024.07.23
33468 [단독] 이창수 "당장 협조 못해"‥수뇌부 갈등 격화? 랭크뉴스 2024.07.23
33467 딸에게 준 900만원이 3.8억원 된 마법... 이숙연 '꼼수상속' 리스크 랭크뉴스 2024.07.23
33466 韓 전화 걸어 "당정이 화합해서 잘하겠다"…尹대통령 "고생 많았다" 랭크뉴스 2024.07.23
33465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사실상 확정…트럼프 “무능한 국경 ‘차르’” 맹공 랭크뉴스 2024.07.23
33464 검찰, ‘노무현 명예훼손’ 정진석 비서실장에 2심서 벌금 500만원 구형 랭크뉴스 2024.07.23
33463 '정청래 해임' 7만명…싸움터 된 국민청원 랭크뉴스 2024.07.23
33462 ‘윤심’ 업고도 2위 원희룡, 세 번 연속 당권도전 좌절한 나경원 랭크뉴스 2024.07.23
33461 결국 당심은 ‘정권재창출’… 韓대표 ‘갈등봉합’ 당면과제 랭크뉴스 2024.07.23
33460 '압승' 한동훈 "폭풍 돼 이끌겠다" 변화 의지 천명(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23
33459 류희림, 방심위원장 연임…대통령 추천 몫 방심위원 강경필·김정수 랭크뉴스 2024.07.23
33458 당대표 된 한동훈 "檢 김건희 여사 수사, 국민 눈높이 더 고려했어야" [일문일답] 랭크뉴스 2024.07.23
33457 최고위원 ‘친한’ 2-‘친윤’ 3…한동훈 지도체제 안전판 확보 랭크뉴스 2024.07.23
33456 한동훈 “김건희 여사 결단해 대면조사…검찰, 국민 눈높이 고려했어야” [국민의힘 새 당대표 일문일답] 랭크뉴스 2024.07.23
33455 두 달간 벌써 세번째 노동자 사망…서울 양재역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7.23
33454 [영상] 지단? 소피 마르소? 다프트 펑크? 최종 점화자는 누구? 랭크뉴스 2024.07.23
33453 배달 수수료·요금 전쟁…‘갑 vs 을’ 셈법은? 랭크뉴스 202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