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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가히 '세기의 만남'이었습니다. 2000년 7월,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취임 두 달을 갓 넘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시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강대국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노리던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은 그저 국경 일부를 맞댄 '불량 국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푸틴이 옛소련을 포함해 러시아 지도자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겁니다.

■ 러시아 지도자의 첫 북한 방문,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성대한 만남'이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는 수십만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푸틴을 맞았고, 의장대 사열에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까지, 최고 수준의 환대를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해방탑에 헌화하는 등 성의있게 일정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겉만 화려한 만남었습니다. 러시아의 6.25 전쟁 참전 이후로 북러는 한때 '혈맹' 관계를 이어갔지만, 1990년 소련이 한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이후 1995년 러시아가 이른바 '군사 동맹' 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양국은 특수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국가 관계로 격하됐습니다.

2000년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찾아온 푸틴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푸틴의 첫 방북에선 이 '군사 동맹' 관계를 복원할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결과는 '아니오'였습니다. 양국은 이른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 수립에는 뜻을 같이 했지만, 과거 수준의 동맹 관계 복원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이 아닌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데 합의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2000년 당시 푸틴의 방북 목적은 북한보다는 서방을 향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푸틴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참석길에 북한을 들른 거였는데,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떠보고 이를 서방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푸틴의 방북은 북한을 국제적인 외교안보 지형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대미 압박용 지렛대로 활용하는 차원이었던 셈입니다.

■ 24년의 시간이 흘렀다... 푸틴에겐 북한이 절실해졌다

그후 24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푸틴은 내부적으로는 정적을 제거하며 5기 집권에 성공했고, 북한의 지도자는 김정일에서 아들 김정은으로 바뀌었습니다. 푸틴은 그대로인데, 북한 쪽 파트너만 바뀐 상황. 그리고 바뀐 건 또 있습니다. 양국의 상황이 역전된 겁니다. 2000년에 김정일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대외 행보를 넓히며 '불량 국가'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김정일에겐 푸틴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상황은 다릅니다. 푸틴에게게 김정은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겁니다.

2023년 9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환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달라진 만남'이 될 거란 관측이 쏟아집니다. 24년 전에 비해 북한의 몸값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북한이 아닌 러시아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통일연구원 현승수 선임연구위원은 "반미 국가들을 결속해서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북한처럼 지속적으로 반미 메시지를 내는 나라가 없는데, 푸틴은 그걸 굉장히 위대하게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단기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어서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군사 동맹'이 부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군사 협력이 가능한 관계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로(북한-러시아) 친선 조약에서 유사시 '신속한 협의' 조항이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단 겁니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문구가 상징적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아울러, 경제 협력이나, 우주과학 분야로 포장된 군사 기술 분야 협력도 대북 제재를 감안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선언적인 수준의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그래도 "푸틴의 2차 방북은 '쇼케이스'에 불과할 것" 반론도 나온다

다만, 이번에도 푸틴의 방북은 '겉만 더욱 화려해진 만남'에 그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의 이번 방북은 획기적 전환이라기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정치적 립서비스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산 탄약과 무기류가 러시아로 가고, 러시아로부터는 밀이나 석유 등의 생필품과 일부 군사적 조언 정도가 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몸을 사릴 거라는 건데, 그 이유는 바로 한국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한국과 러시아 교역 규모는 연간 250억~300억 달러인데 반해, 북-러 교역은 1억 달러를 넘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러 간엔 주고 받을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러시아에겐 한국이 훨씬 중요하단 얘기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부활한다면 러시아는 '한국 카드'는 버려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소위 말해서 전략적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그런 차원의 얘기 정도가 가능하지, 옛날처럼 동맹이니 군사 개입이니 그런 거창한 게 나올 만한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이번에 엄청난 환영 행사쇼를 하면서 '두 나라 관계가 진짜 좋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올해 후반기에 가면 북한의 조도(위성으로 조명 밝기를 파악해 경제력의 지표로 삼음)가 더 밝아지고, 공장 가동률도 올라가는 등 경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푸틴은 이제 북한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고, 북한도 환영할 준비를 마친 듯 합니다. 이제는 진짜 '쇼타임'만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북한을 향한 푸틴의 구애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 북한은 이에 어떻게 응답을 할지, 이번에도 '세기의 만남'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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