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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30일의 밤’
제이슨은 물리학 교수다. 아름다운 아내와 착한 아들과 함께 산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간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후회는 강력한 감정입니다. 잘 쓰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지만, 잘못 사로잡히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마음을 지혜롭게 다루는 것이야말로 잘 살아가는 기술이 아닐까, 종종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한 번 해볼까요. 만약 ‘그때 그 길’을 택한 내가 될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생의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각각 다른 길을 간 수많은 ‘나’가 다중우주(멀티버스)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중 원하는 버전의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다면요.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30일의 밤>은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SF 스릴러입니다.

제이슨(조엘 에저튼)은 물리학 교수입니다. 아내 다니엘라(제니퍼 코넬리), 아들 찰리(오크스 페글리)와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불만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내와 사이는 예전처럼 뜨겁지 않고, 학생들은 학구열이 바닥입니다. 한때 나보다 못하다 여겼던 동료는 학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사건은 그날 밤 일어납니다. 동료의 수상 축하 파티에 갔다 씁쓸하게 귀가하던 길,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 납치를 당한 것인데요. 남자는 그에게 의문의 약물을 주사하곤 대뜸 묻습니다. “넌 사는 게 행복해?”

물리학 교수 제이슨은 어느 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납치된다. 남자는 제이슨에게 “사는 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제이슨은 가면을 쓴 남자가 다중우주에서 온 또다른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플TV 플러스 제공


제이슨의 아내 다니엘라는 남편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눈치채고 그의 뒤를 밟는다. 애플TV 플러스 제공


얼마 후 의식을 되찾은 제이슨. 그런데 세상이 비슷한 듯 묘하게 달라져 있습니다. 집안 모습은 딴판이고, 동료가 받았다는 물리학상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들이 없습니다. 혼란에 빠진 제이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됩니다. 아내와 결혼하는 대신 최고 물리학자의 길을 택한 또 다른 세상의 ‘나’가 이 세계로 건너와 내 삶을 빼앗았다는 것을요. 제이슨은 빼앗긴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합니다.

멀티버스는 이제 친숙을 넘어 진부한 소재입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부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멀티버스의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부친 작품도 나왔습니다. 멀티버스 세계관을 많이 봐온 시청자라면 <30일의 밤>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설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도전해볼만 합니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인간과 삶에 관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작품입니다. 저 역시 드라마를 보면서 다중우주의 또다른 나와 삶을 바꾸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궁금하실 겁니다. 제이슨의 자리를 빼앗은 또 다른 제이슨이 행복해졌는지를요. 그토록 후회했던, 가지 않은 길을 택한 다른 내가 됐으니 행복할 것 같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택해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나와 나가 벌이는 이 게임에서 이기는 건 ‘삶은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답다’는 진리를 먼저 받아들이는 쪽이 아닐까요.

미국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2016)이 원작입니다. 크라우치는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조엘 에저튼, 제니퍼 코넬리가 각각 제이슨과 다니엘라 역을 맡았습니다. 멀티버스가 소재인 만큼 배우들은 각자 다른 버전의 ‘나’를 연기해야 했는데, 다들 우수한 연기력으로 매끄럽게 소화해냅니다.

지난달 8일 처음 공개돼 매주 한 편씩 총 7편이 나왔습니다. 시즌 1 완결까지는 2개 에피소드가 남았는데요. 몰아보기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26일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에’ 지수 ★★★★★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해보는 재미

‘독서욕 뿜뿜’ 지수 ★★★★ 원작 소설이 궁금해진다

원작 소설 <30일의 밤>. 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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