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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도 낚시 잘돼 올라갈 수밖에”
지난 12일 낮 12시쯤 제주시 도두동의 방파제용 테트라포드위에 낚시객이 위태롭게 서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2일 낮 12시 제주시 도두동 한 방파제. 낚시객 10여명이 낚싯대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방파제 측면에 쌓인 테트라포드 위에 위태롭게 선 채 낚시를 했다. 일부는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테트라포드를 오르던 한 70대 낚시객은 “점심시간 짬을 내 제철 맞은 자리돔 낚시를 하러 왔다”며 “위험한 줄은 알지만 낚시가 잘되기 때문에 안 갈 수 없다”고 말했다.



3년간 사고 20건…4명 사망
지난 12일 제주시 도두동의 한 방파제 테트라포드. 낚시객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낚시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테트라포드와 관련한 낚시객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낚시객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면서 매년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테트라포드 사고는 모두 20건이다. 2021년 5건, 2022년 4건, 지난해 11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5월까지 1건이 발생했다. 1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4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1일 오후 12시42분 서귀포시 표선면 한 포구에서 지인 낚시를 구경하던 70대 A씨가 3.5m 테트라포드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엔 제주 서귀포시 새연교 인근에서 40대 남성 B씨가 실종된 지 3주 만에 테트라포드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낚시하는 것을 구경하러 갔다가 테트라포드에서 미끄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로 추락하면...자력 탈출 불가능
지난해 8월 21일 오후 7시38분쯤 제주항 서방파제 테트라포드 지역에서 발을 헛디뎌 부상한 낚시객을 제주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제주해경
테트라포드는 파도나 해일을 막는 용도로 바다에 쌓아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949년 프랑스에서 개발했는데 사방으로 뿔이 뻗은 형태로 서로 얽히는 구조가 장점이라 세계 여러 나라 해안 공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길이 3~5m 크기에 큰 것은 개당 70t이 넘는다. 테트라포트 구조물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표면이 매끈한 데다 바닷물이 수시로 닿으며 해조류가 달라붙어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지면 손으로 붙잡거나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자력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추락 시 타박상과 골절 등 상처를 입거나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게 되면 신고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구조물 사이 공간이 ‘바다의 블랙홀’이라 불린다.



정부·지자체 “과태료 물린다”
제주시 도두동의 한 방파제에 설치된 테트라포드 사이로 바닷물이 보인다. 최충일 기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파도의 직접 영향을 받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한 방파제 등을 출입통제 구역으로 정하고 어기면 과태료 100만원을 물리도록 했다. 특히 테트라포드가 쌓여있는 구역은 항만 내 위험구역으로 분류돼 출입이 통제된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제주도)는 연안 사고예방법과 낚시관리 및 육성법 제55조에 따라 출입통제 구역을 지정하고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제주해경은 연안사고 위험예보제를 도입해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등 해안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낚시객·관광객, 올라가지 마세요…제발”
제주시 도두동의 한 방파제 앞에 설치된 '낚시금지' 알림판. 최충일 기자
제주 소방 관계자는 “테트라포드가 바닷가에서 비교적 흔히 보이는 만큼 올라서는 것을 만만히 보는 낚시객이나 관광객이 있다”며 “홀로 추락하면 정신을 잃어 구조신호를 보낼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절대 올라서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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