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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동해 유전 미스터리, 그들은 왜?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발표 이후 관련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의혹을 받는 주체별로 보면 대통령, 한국석유공사, 액트지오, 이렇게 크게 세 항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대통령은 왜?

우리나라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데 싫어할 국민은 없습니다. 오히려 환호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환호는 찾아보기 어렵고 의심과 걱정이 넘쳐납니다. 많은 전문가는 그 이유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무진 발표라면 모를까,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말했으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줬다.”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한겨레)
“석유공사 사장이 시추 계획을 발표했다면 아무런 논란이 없었을 텐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주목도가 커진 거 같다” (물리탐사 전공 서울 주요 대학의 한 교수, 한겨레)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프로젝트를 부적절한 방식의 발표와 표현들로 논쟁의 대상으로 만든 대통령에게 깊은 유감을 느낀다. (…) 이번 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후배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김태형 남캘리포니아 에디슨 전력회사 선임과학자·전 셰브런 선임데이터과학자, 뉴스버스)
시추도 하기 전의 물리탐사 결과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관심과 의혹이 동시에 커졌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막대한 양”이라는 최상급 표현을 썼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안덕근)은 경제적 가치가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말하는 등 정부 최고위 책임자들이 앞장서서 부풀리니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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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천연가스(LNG)를 생산했던 동해 가스전과 비교해도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동해 가스전은 이번 정부 발표에도 포함돼 있는 ‘제6-1 중부 및 동부 광구’의 남쪽에 있는데요.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58km 지점에 있는 이 가스전을 ‘시추탐사’한 것은 1998년이고, 매장량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평가시추’를 통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1999년입니다. 유전개발은 지질조사→물리탐사→시추탐사→평가시추→유전개발기획→생산의 순서로 이뤄집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유전개발을 공식 선언한 것은 2000년입니다. 이때 처음 산업부 장관이 나섭니다. 대통령은 나서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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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줄 알았던 우리나라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나라였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몰랐던 건 당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출량이 적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17년 동안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한 뒤 문을 닫았는데, 총 매출 2조6천억원에 1조4천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추탐사도 안 했는데 최대치만 부각하는 대통령

문제는 윤 대통령이 시추탐사도 하기 전에 탐사자원 추정량의 최대치만 부각해 과장했다는 점입니다. 석유공사가 자문을 맡긴 미국의 자원탐사업체 액트지오는 동해 일대에 석유 환산 기준으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소와 최대의 격차가 큰 이유는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 자료만으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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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 (…) 이는 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6월 3일 국정브리핑)
21세기에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인 가이아나 유전과 비교하며 장밋빛을 덧칠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비판합니다.

“110억~120억 배럴로 추정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매장량’은 실제 시추를 통해 추정된 양이다. 반면 한국 정부가 동해에서 추정한 ‘탐사자원량’ 35억~140억 배럴은 시추 전 물리탐사 자료만을 해석해 도출해 낸 거라 둘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중앙일보)
자문 업체인 액트지오조차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추해봐야 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대통령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좋은 점만 강조합니다. 국민의 불신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입니다. ‘바이든-날리면’을 비롯하여 이미 숱한 거짓말이 탄로 났고, 잼버리 파행과 엑스포 유치 실패 등으로 무능이 입증됐습니다. 그런데도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며 반성을 모르고 폭주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4월 총선 참패와 20~30%대의 국정 지지율은 그 결과입니다. 본인과 부인이 모두 특검 수사를 받게 될 날이 멀지 않아 임기단축론과 탄핵론이 공공연히 나옵니다. 이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유전 개발을 서둘러 홍보하니 역효과가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별도로 특정 정책에 국한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정책브리핑’을 신설해서 제1호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동해 유전인데, 정작 기자들에게 브리핑 시간을 알린 것은 불과 8분 전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제목도 없이 시간만 알렸습니다. 동해 유전을 발표하려고 정책브리핑이라는 형식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동해 유전을 정치적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도 자연스레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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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대통령을 믿지 못해서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포레스트 검프처럼 모든 역사적 순간에 나타나는 천공은 그 한 예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도 천공은 대통령 발표 2주 전 관련 영상을 올렸습니다. 우연의 일치처럼 대통령이 중요한 발표를 하면 역순으로 천공이 앞서 말한 영상이 발견되니 너무 공교로워 괴이하게 느껴집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조문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지만 정작 참배를 하지 않아 말이 많았는데, 그 직전 천공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조문을 가면 악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다”고 강의한 영상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갑작스런 R&D 예산 삭감 때도 천공이 ‘우리나라에 과학자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비선라인이 석유공사와 산업부를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모든 미스터리가 윤 대통령 스스로 만든 ‘신뢰 위기’의 결과입니다.

2. 석유공사는 왜?

석유공사에 대한 의혹의 핵심은 왜 액트지오에 자문을 맡겼느냐입니다. 왜 하필이면 가정집에 본사를 둔 사실상 ‘1인 회사’, 그것도 4년이나 세금을 내지 않아 법인 자격이 박탈(몰수)된 회사를 골랐느냐 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선 사소한 정부 입찰 하나 받으려고 해도 납세증명서(세금완납증명서)가 필요한데, 시추공 하나에 1천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에 이런 무자격 회사를 참여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비선실세 배후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나씩 풀어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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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15년 동안 못 찾은 걸 1인기업이 1년 만에

액트지오 이전에 포항 영일만 일대 8광구와 6-1광구 북부지역을 탐사한 업체는 오스트레일리아 최대의 석유 및 가스 회사인 ‘우드사이드 에너지’입니다. 우드사이드가 2007년부터 약 15년 동안 찾지 못했던 ‘유망구조’를 액트지오는 단 1년 만에 7개나 찾았다는 겁니다. 유망구조란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을 말합니다. 액트지오는 우드사이드가 탐사한 지역에 더해 동해가스전이 있는 6-1 중동부 지역에 대한 자료 분석을 추가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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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액트지오와 달리 우드사이드는 현장에서 탄성파탐사(지표 또는 해상에서 탄성파를 발사하여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해 지층 구조를 분석하는 작업)도 하고, 시추공 3개(주작·2012년, 홍게·2015년, 방어·2021년)를 뚫었는데도 석유·가스가 없거나 상업적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 세 곳의 현장이 모두 물리탐사 단계에서는 수억 배럴의 탐사자원량이 산출된 곳들이었습니다. 결국 우드사이드는 2022년 철수 의사를 밝힙니다. 주간지 ‘시사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철수 이유는 “더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드사이드는 20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며 기술력도 제공하는 조건으로 석유공사와 조광권(해저광구에서 해저광물을 탐사·채취 및 취득하는 권리)을 50대 50으로 나눠 가졌는데요, 철수 과정에서 2019년 확보했던 영일만 일대 조광권 지분 50%마저 포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박사와 산업부는 우드사이드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산개발업체 BHP와의 합병을 앞두고 자산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동해 유전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드사이드가 기존 투자와 노력을 남김없이 청산할 만큼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가총액 약 48조원(530억 호주달러) 규모의 대형 업체가 15년 동안 자기 돈 200억원 이상을 써가며 탐사하고 시추했는데도 찾지 못한 유망구조를 연평균 매출 약 3800만원(2만7700달러)짜리 1인 회사가 자료 분석만으로 1년 만에 7개나 발견한 것입니다. 액트지오가 분석한 자료는 우드사이드와 석유공사가 함께 한 작업이 대부분일 텐데 대체 어떤 신묘한 기술이 있었길래 가능한 일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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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단 3명 모두 텍사스대 교수

정부와 액트지오는 시추해서 성공할 확률, 그러니까 석유나 가스가 실제로 있을 확률이 20%라고 밝혔는데요. 산출 근거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액트지오의 자문 결과를 검증한 검증단 역시 아브레우 박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객관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석유공사의 자료(‘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 평가 해외 전문가 자문계약’)에 따르면, 아브레우의 평가를 검증한 전문가 3명 가운데 리더격인 데이비드 모리그 텍사스대 교수가 지난 2003년 아브레우와 공동으로 앙골라 연안 심해광구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모리그 교수를 포함해 3명 모두 텍사스대 오스틴 본교의 지질과학대학 소속 교수들이어서 교차 검증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석유공사에 아브레우 박사를 추천한 것도 텍사스대 출신의 석유공사 직원이라는 증언이 나온 상태입니다. 실제로 이 대학 출신의 석유공사 소속 지질 과학자 ㄱ씨는 모리그 교수의 제자로 2018년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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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말씀드린 팩트를 토대로 이렇게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이후 동해 유전 탐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석유공사는 해당 지역의 사업성이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고, 내부 직원의 추천을 통해 아브레우의 액트지오에 자문을 맡겼다는 겁니다.

3. 액트지오는 왜?

석유공사는 애초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가 4개라고 했다가 3개로 정정하면서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는데요. 업체 선정 방식은 ‘지명 경쟁입찰’이었다고 합니다. 지명 경쟁입찰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를 미리 지명한 뒤 경쟁시키는 걸 말합니다. 후보 업체로 5곳을 물색했고, 이 가운데 액트지오를 포함해 3곳을 직접 방문했다고 석유공사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수의계약이 아닌지 의심되는 증거는 도처에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사안은 지난해 석유공사와 계약 체결 당시 액트지오가 4년째 법인세를 내지 않아 법인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 자격 박탈(forfeits the charter, certificate or registration of the taxable entity)’ 상태였다는 사실이 주간지 ‘시사인’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분석을 맡긴 2023년 2월, 액트지오는 법인 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석유공사가 이 회사에 자문을 의뢰하고 지급한 돈은 약 129만달러(17억8000만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버스가 확인한 결과, 연방정부에 보고된 액트지오의 연평균 매출은 2만7701달러였는데, 지난해 연간 매출은 530만달러(약 70억원)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석유공사 계약의 결과로 보입니다. 액트지오는 현재 법인 자격을 회복한 상태입니다. 이런 무자격 업체에 일을 맡길 만큼 석유공사가 급한 사정이 무엇일지는 상상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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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지오(ACT-GEO)를 설립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2015년 미국 정유사 엑손모빌에서 지질그룹장을 맡아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에 참여하는 등 40년 가까이 활동해온 브라질 출신 컨설턴트라고 산업부는 소개합니다. 액트지오를 설립한 것은 2016년입니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셰브런 출신의 김태형 박사는 엑손모빌의 지질그룹장이라는 직책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고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경력이나 근거도 부족하다”는 건데요. 아브레우가 회장을 지냈다는 미국 퇴적학회는 소규모의 이른바 ‘특화 학회’라는 게 김 박사 주장입니다. 반면 최경식 서울대 교수는 “아브레우 박사는 지질 탐사 분야의 석학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 경험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경력까지 모두 거짓으로 몰아붙일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1인 회사인데 직책이 고문?

하지만 아브레우 박사가 자신을 고문이라고 소개한 점은 대단히 이상합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기업 정보를 확인한 결과, 액트지오의 직원은 이 회사를 창업한 아브레우 박사 1명이었습니다. 자신이 회사 설립자이고 혼자 근무하는데 대표가 아니라 고문이라니요. 회사 규모가 커 보이게 하려는 의도일까요? 아무튼 이상합니다. 한 교포가 SNS에 올려 화제가 됐던 사진 속의 주택이 이 회사 본사였다는 주장도 사실이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텍사스 휴스턴 자택이 회사 주소지가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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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인 회사이고, 자택이 곧 회사라 해도 탐사 자문을 맡길 수는 있다고 봅니다. 아브레우 박사 말대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 따라 자료를 분석할 수는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계약직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아브레우 박사는 포항 앞바다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석유공사에서 넘겨준 자료를 분석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명박 자원외교로 9조원 손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실 텐데요. 석유공사에 대해 말하려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라는 이름 기억하실 겁니다. 초기 인수 자본 4조1천억원을 들였는데 정유부문이 파산해 900억원에 되팔면서 1조5천억원의 손해가 나는 등 지금까지 7조원의 누적 손실을 내는 골칫덩어리죠. 특히 1달러짜리 자회사를 1조원에 함께 사들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팔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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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라크 중앙정부와 상의도 없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은 쿠르드 유전 개발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성사시켜 ‘자원외교 1호’라고 자랑했던 사업인데, 당시 대다수 언론은 “10억 배럴 이상 원유 확보!”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유전 개발 투자비 1조원뿐 아니라 SOC 건설 연계사업 명목으로 투자한 또 다른 1조원마저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유전 개발 사업은 실패로 끝나 2019년 모두 종료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사업의 정치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석유공사가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 건 조직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 유전 사업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석유공사보다 더 중요한 건 윤 대통령과 산업부의 역할과 책임입니다. 정부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대통령의 개입으로 판이 커졌고, 국민적 의혹 역시 커졌으므로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처럼 공개 상태였던 자료마저 비공개로 돌리면서 국회의 자료 요구를 틀어막으면 불신과 의혹이 더욱 커질 뿐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단으로 동해 유전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판을 불식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업 진행 절차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부족한 게 있었다면 보완해서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무슨 일이든 손만 대면 망쳐버리는 ‘파괴왕’이라는 오명을 윤 대통령 스스로 씻어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논썰이었습니다.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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