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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한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포병 7대대의 전 대대장 이아무개 중령이 13일 오후 대전국립현충원 채 상병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울먹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해병대 채 상병 순직의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모면하려는 고위 지휘관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누구보다 명예를 중시한다는 군에서 벌어진 일이라기에는 너무나 치졸해 믿고 싶지가 않을 정도다.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1사단 제7포병대대의 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은 지난 13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차별금지 위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중령 쪽은 진정서에서 “임 사단장은 사건 관련 증거와 사단장의 명령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혀 다른 부대인 군수단으로 위법한 파견 명령을 내려 134일 동안 채 상병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차별하고, 부대원과 인위적으로 만남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따돌림과 억압을 당하다 정신병원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자신의 책임을 고백하고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대대장을 조직에서 매장시키다시피 한 것이다.

이 중령과 달리 윗선의 지휘관들은 거짓말과 궤변을 일삼고 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 2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에서 자신이 박 단장에게 ‘대통령 격노’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며 “박 단장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몰아갔다. 그러나 대통령 격노는 이제 대통령실도 인정하는 상황이고, 김 사령관이 이를 언급했다는 객관적 증거도 나왔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지난 10일 이 중령 등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듯하면서도 이들에게 채 상병 순직의 책임을 미루는 내용의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심지어 임 전 사단장은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고 했다. 군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행위다. 이를 두고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이라니. 안보 위기 상황도 아니고 평시에 비상식적 지시를 이행하다 허망하게 숨진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건 장병의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채 상병이 왜 숨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12일 공개편지를 통해 아들의 1주기인 7월19일 전까지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속도를 내야겠지만 신뢰할 만한 수사 결과를 신속히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에 상정된 특검법이 통과돼 한점 의혹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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