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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관광객 감소·인구 유출에 번화가도 한산
제주 상가 공실률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
상업시설 경매 물건, 평균 60→100건으로 ‘쑥’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내 아파트 미분양과 상가의 공실 증가, 읍면지역의 빈집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제주 현지 관계자들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제주살이’ 열풍을 탄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외지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침체된 제주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11일 제주시 연동 메종 글래드호텔 사거리 인근. 빈 상가가 줄지어 있다. /오은선기자

“연동도 이제 구시가지가 된거죠. 지난해 12월부터 매출이 3분의1 이상 줄었어요. 거리엔 내국인 관광객이나 제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중국인들밖에 없어요. 요새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음식이 뼈해장국인데, 상가는 점점 비어가는 와중에 뼈해장국 거리가 생겨 버렸어요.” (연동 의류매장 운영 A씨)

지난 11일 오후 찾은 제주시 연동의 누웨마루 거리 일대 상가는 두집 걸러 한집 수준으로 ‘임대문의’가 붙어 있었다. 메종글래드 제주 사거리 인근에서 시작되는 거리 초입부터 삼무공원 사거리 방향으로 이어진 상가들 중 비어있는 1층 상가만 약 17개. 누웨마루 거리가 끝나고 큰 도로로 나오자 중국어 메뉴판이 붙여진 감자탕 가게만 7~8개가 들어서 있었다.

제주도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업종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고금리 등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경매 물건도 크게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도내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일대. 빈 상가가 줄지어 있다. /오은선기자

”메종 글래드 사거리, 제일 북적였는데”… 텅 빈 상가만
13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평가 및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제주 상가의 공실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지고 권리금은 하락하는 등 침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월평균 420건에 달하던 도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인 214건으로 급감했다.

지난 1분기 중대형 상가와 집합 상가의 공실률은 전년도보다 올랐다. 1분기 제주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8%로 전년 동기(8.4%) 대비 0.4%p 늘었다. 임대료는 ㎡당 1만4300원으로 동일했다. 집합상가 역시 같은 기간 임대료는 ㎡당 1만2000원으로 동일했지만 공실률이 11.7%에서 15.9%로 올라갔다.

반면 소규모 상가는 오히려 공실률이 5.5%에서 3.8%로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배달 고객이 증가하면서 선호하는 매장 크기가 작아진 탓이다. 중대형 상가와 집합상가의 공실률이 늘었다는 것은 거리에 나와 직접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동 인근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코로나19 3년을 거치면서 결국 버티지 못한 가게들이 지금 임대시장에 많이 나왔다”며 “이제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해외 관광객들은 연동보다 면세점이 있는 제주 드림타워 쪽에 많이 가기 때문에 이쪽 상권은 이전보다 가라앉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상업시설 경매물건은 100건 훌쩍…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기대”
제주 상권이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 상업시설 등 도내 상업용 부동산의 경매 물건도 크게 늘어났다. 경·공매 데이터업체지지옥션에 따르면 제주도내 업무와 상업시설 경매 건수가 지난해 12월부터 100건대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한달 평균 60건 정도였다. 지난 4월의 경매 건수는 165건으로 3월에 비해 34%나 늘었는데, 2009년 11월 한달간 207건의 상업시설 경매가 진행된 이후 두번째로 많다.

11일 방문한 제주지방법원 경매법정에는 입찰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발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부동산 경매 스터디나 학원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입찰자와 논의하던 학원 관계자는 “오늘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입찰)금액을 조정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일 개찰이 시작된 제주지방법원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오은선기자

이날 경매법정 안에서 만난 A씨(45)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진 틈을 타서 상가를 입찰받으려고 하는데, 원하는 물건이 없어 아직 입찰은 안하고 분위기를 보러 왔다”며 “올해 초부터 종종 오는 편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이 오는 것을 보고 경매 물건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상업시설 물건 7개 중 낙찰된 물건은 응찰자가 유일하게 4명이나 몰린 1건 밖에 없었다.

도내 상인들은 그동안 침체돼있던 제주 상권 분위기에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4월 제주공항·제주항구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38만2천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5.6%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7% 많았다.

제주시 연북로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누웨마루 거리 근처는 임대가 많이 붙은 것을 알고 있지만 연북로 인근은 또 빈자리가 없을 만큼 잘 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제주 시내 일대에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광객들이 얼마나 올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1일 제주지방법원 경매법정. 입찰자들이 매각 물건들을 표기해 놓은 게시판을 보고 있다. /오은선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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