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이 대표와 800만 달러를 대납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주된 혐의가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북한에게 뇌물을 주게 했다는 ‘제3자 뇌물’인 만큼 검찰은 법적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와 ‘대가 관계에 관한 공통의 인식·양해’를 밝혀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알았다는 점을 법정에서 드러내야 한다.



①이재명-김성태 공통 인식…측근 보내 상호조문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4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3월 이재명 대표 모친상 당시 방용철 부회장을 보내 조의금 100만원을 내고 조문했다. 검찰은 이를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알았다는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을 “모를 수가 없었다”면서 크게 3가지 정황 증거를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의 모친상 때 측근을 보내 상호 조문한 일이다. 2019년 5월 김성태 전 회장 모친상 당시 이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지난해 3월 사망한 전모 당시 도지사 비서실장을 보내 각 30만원과 5만원의 부조금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 역시 2020년 3월 이 대표의 모친상 때 방용철 부회장을 보내 100만원의 부조금을 전달했다. 방 부회장은 2019년4월 송명철 조선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300만 달러를 전달한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방 부회장은 13일 중앙일보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조문 당시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방 부회장은 “이 대표 모친상 당시 이 대표와 직접 일대일로 조문을 했고, 그때 ‘이 대표의 체구가 생각보다 작구나’라고 느꼈었다”며 “당시 이 대표가 ‘쌍방울을 안다. 내가 고맙게 생각한다. 조만간 자리 한번 만들고 김(성태) 회장을 만나겠다’라고 한 말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검찰 소환조사 당시 ‘조의금을 내가 관리하지 않아 누가 얼마를 냈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조의금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하진 않았다고 한다.



②이재명-김성태 통화 당일 사진, 이화영 보고서 첨부
2019년 1월17일 이화영(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송명철(가운데)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김성태(왼쪽 두 번째)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왼쪽 첫번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쌍방울-조선아태위간 경제협약식 당시 만찬장에서 양주를 마시고 있다. 이 사진은 공개된 이 전 부지사의 국외출장 보고서에 첨부됐다. 독자 제공.
검찰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할 때 촬영한 사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사진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과 함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 등이 나란히 술자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전 부지사는 귀국 이후 이 사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하는 국외출장보고서에 첨부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지난해 9월 2차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사진이 촬영된 날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 통화하고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날이다.

검찰 관계자는 “평화부지사의 보고 대상자는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유일하고, 이 대표는 이날 김 전 회장과 통화까지 한 만큼 사진 속 김 전 회장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는 김대중 정부 2000년 대북송금 당시 실무 역할을 한 현대아산 역할로 쌍방울을 낙점했고, 이를 통해 북한 실세와 대북사업 라인을 구축했다는 성과를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의 존재가 이 전 부지사에겐 실적이었을 수 있다는 점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도 강조됐다고 한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 당시에도 이 전 부지사의 주선으로 2번째 통화를 했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 서울 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통화를 지켜본 참석자가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③ “쪼개기로 2억여원 정치후원금…제1후원자는 쌍방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장경태 최고위원이 준비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전과 내역, 주가조작 의혹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검찰은 별도로 수사 중인 쌍방울·KH그룹 관계자의 쪼개기 후원 의혹도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의 존재를 인식했을 수 있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7~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와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1억8000만~2억1000만원을 쌍방울과 KH그룹 임직원 등 명의로 ‘쪼개기 후원’ 받았다고 보고 후원금을 보낸 임직원을 소환해 진술을 받은 상태다.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쌍방울 주요 계열사 CEO(대표)들이 1000만원대 후원금을 나눠냈고, 이를 합치면 이 대표의 제1후원자는 쌍방울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알았고, 이 대표의 승인 아래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대북사업 우선권을 부여했다고 보고 있다. 쌍방울이 스마트팜 500만 달러 대납의 대가로 대북사업 우선권 및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 등을 이 전 부지사로부터 보장받았고 이를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442 곳곳 차량 통행 재개…잠수교는 통제 계속 랭크뉴스 2024.07.19
31441 '칩거' 바이든, 주말 결단 내리나…오바마·펠로시도 사퇴론 가세 랭크뉴스 2024.07.19
31440 “나, 우리 자식의 일”···해병대 장병·3040 엄마들·장년층이 본 ‘채 상병 1주기’ 랭크뉴스 2024.07.19
31439 “군인 손님 재룟값만 받았더니”… 식당 사장님 울컥한 사연 랭크뉴스 2024.07.19
31438 올림픽 코앞인데…파리 샹젤리제서 경찰관 흉기 공격 부상(종합) 랭크뉴스 2024.07.19
31437 뉴욕증시, 기술주 다음엔 우량주 순환매도…다우 1.29%↓ 마감 랭크뉴스 2024.07.19
31436 ‘뻥튀기 IPO’가 갉아먹는 코스닥… 최근 5년 새내기주 시총 18조원 날아갔다 랭크뉴스 2024.07.19
31435 전남 최고 100mm 비‥이 시각 기상센터 랭크뉴스 2024.07.19
31434 "제 고향, 제 관할, 제가 지킵니다"… 발로 뛰며 '홍수 지도' 만든 경찰관 랭크뉴스 2024.07.19
31433 "누가, 왜, 구명조끼도 없이 물에 넣었나"... 채상병 어머니는 외치고 외친다 랭크뉴스 2024.07.19
31432 해병대 수사외압, 결정적 순간들[인터랙티브] 랭크뉴스 2024.07.19
31431 그날 물살처럼 바뀐 그들의 말···채 상병 사건 핵심관계자들의 바뀐 말들 랭크뉴스 2024.07.19
31430 '칩거' 바이든 거취에 촉각…오바마까지 후보사퇴론에 가세(종합) 랭크뉴스 2024.07.19
31429 "유재석 만나고 죽을 뻔 했어예"…빵식이 아재에 무슨일이 랭크뉴스 2024.07.19
31428 트와이스에도 안 밀렸다…'킬러 본능' 이예원의 두 얼굴 랭크뉴스 2024.07.19
31427 회장님 왔는데 "차 문 열지 마"…47년 '전설의 도어맨' 비결 [더 인터뷰] 랭크뉴스 2024.07.19
31426 남부지방 중심 많은 비…수도권 오후까지 소강상태 랭크뉴스 2024.07.19
31425 "멧돼지인 줄 착각" 돼지열병 확산에 끝없는 오발사고… 대책 없나 랭크뉴스 2024.07.19
31424 하반기 전공의 8천명 모집한다는데…'복귀 진통' 계속될 듯 랭크뉴스 2024.07.19
31423 [단독] 尹정부, 상속세 대대적 손질…최고세율 50%→40% 인하 랭크뉴스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