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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해 경계서 시추, 중국은 서해에 구조물"
'액트지오 논란'엔 "결정은 석유공사가 한다"


인터뷰하는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4일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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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14일 "유망구조를 발견해 이름 붙일 때 가장 큰 구조에서 많은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대왕고래'로 지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에서 발견한 7개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 중 가장 큰 곳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또 일본과 중국이 각각 동해와 서해에서 경쟁적으로 석유, 가스 등 자원개발에 나서는 동향이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이 '광개토'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해양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인 셸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다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원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김 사장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보바이오융합 학장을 거쳐 석유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문답.

-- 동해 심해 가스전의 발견 과정은.

▲ 광개토 프로젝트 진행 배경을 말씀드리고 싶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원안보가 부각됐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자급자족이다. 그 시점에 일본이 동해 경계 바로 옆에 시추를 했다. 동해가스전 바로 옆이다. 서해에서는 중국이 어업 실험용으로 쓴다면서 해상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 두 사건이 2022년의 일이다. 광개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해양주권, 석유·가스 개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대비 세 목표를 세웠다. 우선 해저 데이터를 많이 모아야 나중에 자료가 되든, 중국·일본과 분쟁 과정에 쓰일 수도 있다. 둘째, 대륙붕을 개발했으니 심해로 가보자. 셋째는 옛날 탐사 시추는 기름이 없으면 '꽝'이라고 했는데 미래는 이산화탄소 저장소까지 목적으로 해 보자는 것이었다. 광개토 프로젝트의 하나인 석유·가스전 개발을 하다가 결과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

-- 대통령 직접 발표가 적절했냐는 지적도 있다

▲ 정무적 판단이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나 한다. 개발에 우리 실력과 재원으로만은 어렵다. 어느 시점인지 몰라도 해외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면 영업적으로도 잘 알려지는 게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 과거 대규모 자원 개발 실패 경험도 있다. 이번 사업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 지금껏 모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봤고, 심해 전문가 의견을 받았다.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해석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지만 굉장히 고무적이다. 프런티어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반응은 흥분과 회의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 제 키워드는 '차분히, 꾸준하게'다. 과학적이고 기술적 토대에서 나온 것은 바뀌지 않는다. 돈도 많이 들 것이고 업앤다운(등락)이 있을 것이다. 성공돼 우리나라에 정말 가스가 들어올 때까지 꾸준하고 신중하게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질학적으로 괜찮은 구조가 발견된 것이, 가망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힘을 합쳐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역사 앞에서 부끄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함께 가도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을 모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비밀로 할 부분이 있고, 협상도 있어 말 못하는 게 있지만 성실하게 궁금증을 풀어드리겠다.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 해외에서 프런티어 지역인데도 관심이 있다. 제게 단도직입적으로 (관심 표현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가스 소비국이다. 해안선에서 38∼100㎞ 거리에서 가스가 나오면 파이프라인만 있으면 된다. 수조원이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LNG 수송선도 필요 없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해외에서) 관심 기울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어드밴티지다.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전경
[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접촉해오는 메이저 개발사들이 있나

▲ 발표만 못 하지 접촉은 꽤 많다. 중동에서도 관심이 있고, (글로벌) 메이저들도 관심을 보인다.

- 개발이 성공하면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경제적인가?

▲ 당연하다. 러시아에서 몇개국을 거쳐 독일까지 가스가 가는데 리스크가 커도 싸서 하는 것이다. LNG 플랜트는 그냥 쓰면 될 가스를 많은 에너지를 들여 액화해 옮긴 다음 기화시켜서 쓰는 것이다. 가이아나에서 LNG가 많이 나도 거기는 팔 데가 없어 항구도, 플랜트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경제성에서 큰 도움이 된다.

-- 7개의 유망구조 중 가장 큰 곳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 동해 가스전 구조 이름도 '돌고래'였다. 이번에 유망구조를 발견해 이름을 붙일 때 가장 큰 구조에서 예전 돌고래 구조에서 발견된 것보다 훨씬 많은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대왕고래로 지었다. 네이밍은 해당 팀에서 했는데 듣고 바로 좋다고 했다.

-- 정부가 동해 심해 광구를 재편하기로 했는데 방향은.

▲ 굉장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조그맣게 많이 가르면 큰 회사가 안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너무 크게 나누면 미래 가치까지 다 주는 것이 될 수 있어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조건들이 조금만 잘못되면 미래 가치가 조 단위로 쉽게 왔다 갔다 한다. 기밀 유지할 것은 해야 한다. 모든 걸 다 공개하면 협상에서 언발란스가 생길 수 있다.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에 매력적으로 하면서도 국익을 최대화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부터 몇달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 첫 시추지는.

▲ 한번 뚫어 양이 많이 나올 곳을 볼 것인지, 확률이 높은 곳을 볼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분석하고 외부 의견까지 받아 컨센서스를 모아야 한다. 7월엔 지점을 정해야 하지 싶다.

-- 미국 액트지오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보나.

▲ 당연하다. 프로세스를 설명하겠다. 광구를 정해 3D 탐사를 한다. 배가 지나며 음파를 쏴 파장이 돌아온 반향을 해석한다. 노이즈를 포함한 시그널이 굉장히 많다. 데이터 프로세싱을 하고 나면 어느 정도 관계있는 데이터가 나온다. 그럼 이미지 프로세싱을 한다. 결과로 유망구조가 도출되고 시추로 넘어간다. 의학으로 보면 초음파 진단 같다. 장기를 훑다 이상한 점이 암일까 하면 전문가를 찾아가 분석한다.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그 일을 한다. 많은 사람이 필요 없는 일이다. 이 사람의 경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세금 체납을 했다는데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본다. 해석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인터뷰하는 아브레우 박사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가 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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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트지오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자문료 외에도 가스전 사업 성공 시 액트지오는 추가로 경제적 이익을 받나.

▲ 아브레우 박사는 컨설턴트다. 경험이 많으니 그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정은 우리가 한다. 그 사람은 이미지 해석 전문가고 우리는 그 결과를 갖고 계속 도전한다. (사업 성공 여부와 관련해) 액트지오의 추가 수익 구조 없다.

-- 올해 12월부터 진행될 첫 탐사 시추 예산은 확보됐나.

▲ 첫 시추 비용은 1천억원에서 1천300억원 사이로 보면 될 것 같다. 올해는 착수금으로 전체의 10% 정도 필요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들어갈 돈은 내년부터인데 정부 지원이 돼야 한다. 해외 투자를 어떤 형식으로 참여시킬 것인지가 변수다. 해외에서 적극적이면 시추 비용을 댈 것이다. 지금은 해외·국내 투자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시기다. 아주 크리티컬(중요)한 시기로 보면 된다.

-- 탐사시추를 넘어 본격 개발 단계까지 간다면 총투자비는 최대 얼마나 될 것으로 추산하는지.

▲ 개발 단계에 가기 전이라 말하기 어렵다. 꾸준히 일 년에 한두공씩, 몇년간은 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은 기름이 안 나는 나라였는데 1990년대 후반 천해에서 기름이 조금 나왔다. 2004년 생산을 시작했지만 2015년 고갈됐다. 멈추지 않고 2009년 심해 대형 가스전을 발견했다. 지금은 수출국이 됐다. 우리가 심해 1천m 이상 뚫은 것이 2공, 이스라엘은 탐사를 위해 21공을 뚫어 2개의 심해 가스전을 찾았다. 꾸준함이 필요하다.

-- 외국 기업 등 민간 기업의 참여를 받기로 했다.

▲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들어오는 사람은 적은 가격에 일찍 들어오려고 한다. 가스가 난다고 우리가 값을 확 올리면 안 올 수도 있어 미묘한 게임이다. 우리 카드를 안 보여주고, 우리 국익은 지키면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치열한 밸런스 게임이다.

-- 심해 유전 개발 경험이 있는 해외 메이저 업체 외에 국내 민간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 언제든 환영한다. 다만 국내 투자자도 데이터를 보고 협상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은 열려 있다.

-- 최근 부분 공개였던 석유공사의 일부 자료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 착오를 깊이 사과드린다. 개인정보 보호 등 보완이 불가피해 비공개 전환 후 검토를 통해 바로 재분류했고, 법령 범위에서 최대한 공개 원칙을 견지했다.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하에 국민들께 조금의 의구심이 없도록 정보 공개에 노력하겠다. 국회에도 최대한 설명해 드릴 방법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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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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