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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등 플랫폼, ‘자체배달’ 점유율 대폭 높이고 운임은 내려
대행사는 “건수 반토막” 위축…거부감에 ‘저가 콜’ 패스하기도
신규 라이더 유입 줄어…요식업주들 “1시간 지연 다반사” 답답


“길면 배차가 한 시간 반 넘게 걸릴 때도 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30)가 13일 말했다. 먹기 좋은 시간 내에 손님에게 가야 할 음식이 배달할 사람이 없어 가게에서 오래 대기해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했다. 디저트류의 특성상 제시간에 배달되지 못하면 녹거나 식거나 심하면 형태가 무너진다. 윤씨는 가게 한쪽에 있는 포장된 제품을 가리켰다. “이것도 지금 40분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최근 배달의민족(배민) 등 배달플랫폼의 배차 지연이 빈번해지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지 오래다. “배민 배달 배차가 30분씩 지연되더니 갑자기 500m 내 거리도 주문이 안 되게 (시스템을) 다 닫아버렸다”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하는데 너무 힘이 든다”는 불만이다.

이는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진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씨(36)는 “퇴근하고 시킨 닭강정이 두 시간이 걸려도 오지 않았다”며 “항의하려고 가게에 전화했더니 ‘배달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배달비 무료’에 혹해 주문을 했다는 사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 시간이 한 시간도 넘어 ‘눅눅한 치킨’을 먹었다”며 “최근에만 벌써 두 번째”라고 사연을 적었다.

요식업주와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은 이런 현상이 배달플랫폼사가 ‘자체배달’을 과도하게 늘리고 저가배달을 도입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할인쿠폰·무료배달 등으로 자체배달 수요를 늘려놓고 배달 운임은 떨어뜨려 배달 지연을 낳았다는 것이다. 자체배달은 배달플랫폼이 배달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라이더를 직접 모집·계약해 운영하는 제도다.

배달플랫폼들은 의욕적으로 자체배달 점유율을 높여왔다.

윤씨는 “지난해 초만 해도 전체 주문의 20% 정도였던 플랫폼 자체배달 비중이 최근엔 90%에 육박한다”며 “플랫폼 업체가 경쟁적으로 할인쿠폰을 나눠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 A씨는 “앱 구성만 봐도 ‘가게배달’이 아니라 ‘배민1’(자체배달)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했다. 가게배달은 배달대행업체와 요식업체를 단순 중개하는 서비스로, 배민이 기존에 하던 서비스 방식이다.

배달플랫폼의 자체배달이 늘면 배달대행업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A씨는 “가게배달로 콜을 받는 배달대행업체는 이제 사양산업”이라며 “올해 들어 배달 건수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배달 수요가 배달플랫폼 쪽으로 넘어가면서 배달대행업체에 속한 라이더도 급감했다.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유모씨는 “지난해보다 배달 건수가 3분의 1로 줄었고, 이에 비례해 라이더 숫자도 3분의 1 줄었다”며 “대부분 라이더들이 배달플랫폼 소속으로 갔다”고 말했다.

자체배달로 라이더를 쓸어간 플랫폼사가 배달 운임은 깎으면서 배달 지연을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운임 하락으로 신규 인력의 배달노동시장 유입이 줄었고, 기존 라이더들은 운임이 낮은 콜은 받지 않는 등 선택적으로 배달 주문에 응한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들 사이에 거부감이 퍼져 2000원짜리 콜은 안 잡는다”며 “이젠 배민을 안 탄다는 라이더도 생겼다”고 했다.

배민 측은 “무료배달 프로모션을 할 뿐, 저가 경쟁은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배민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라이더를 대상으로 배달료를 낮춘 적이 없고, 배달료는 협약에 따라 거리할증·기사할증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줄면서 공급도 줄어 배달시장 자체가 작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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