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업대출은 차주 재확인 안 거쳐
대출금 용도 점검도 예외사항 많아
금감원 “감리 관련 사실관계 파악 중”

그래픽=손민균

우리은행 직원이 위조된 문서 등으로 기업대출을 일으켜 100억원대 횡령을 한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돌입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은행이 기업대출을 내줄 때 거치는 차주(돈 빌리는 사람) 신분확인과 사후 대출금 운용을 점검하는 사고 방지 시스템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다. 금감원 역시 은행이 겹겹이 마련한 안전장치에 어떻게 구멍이 났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내부통제 시스템 이상 여부 등을 점검 중이다. 이번 검사는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해당 지점 직원인 30대 A씨는 올해 초부터 기업대출을 반복해 일으켜 100억원 수준의 돈을 빼돌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대출에 대해 사후감리(감독·관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본사 여신심사부서에서 직접 감리를 진행했는지 아니면 영업점에 전결권을 위임해 영업점 자체적으로 감리했는지 확인하는 게 이번 검사의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설명처럼 이번 검사의 핵심은 A씨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을 심사할 때 법인인감증명서 등 각종 자료를 요구한다. A씨는 기업대출에 필요한 자료들을 위조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러스트=손민균

특이사항 없는 대출로 윗선 속였을 가능성
이번 사건은 실무자가 여러 차례 허위로 대출을 신청한 뒤 소위 윗선의 승인까지 뚫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차주 확인 시스템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A씨가 허위 자료를 구비했더라도 실제 대출이 발생하려면 결재권자의 심사 및 결재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특이사항이 없는 대출에 대해선 결제권자가 자료의 진위 및 차주 신분까지 세세하게 파악하지 않아 무난히 대출이 통과됐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여신업무 경험이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억원 정도의 기업대출이면 본사가 아닌 영업점이 대출 결제권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지점장이 기업대출 한 건을 두고 일부터 백까지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없으니 A씨가 계획적으로 특이사항이 없는 대출을 일으켜 결재권자를 속였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대출을 할 때 차주 신분 재확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피해금액을 키운 요소다. 조선비즈가 확인한 결과, 우리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법인 대출 실행 후 차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대출 사실을 재확인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기업대표가 직접 은행에 방문해 각종 증빙 서류를 제출하기에 개인대출과 달리 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발생 후 차주 측에 문자로 대출 사실을 통보해 재확인 절차를 갈음한다. 우리은행도 문자 공지 시스템을 갖췄으나 차주가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실제 존재하는 기업을 통해 대출을 집행했더라도 본인이 문자 공지를 비신청으로 전환하면 그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뉴스1

대출금 용도 점검에서 빠져나갈 구멍도
아울러 대출 집행 후 자금용도 관리에 빈틈이 있었는지 여부도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금융사는 여신금융협회에서 정한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에 따라 대출 취급 후 대출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점검하는 매뉴얼을 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여신협회 기준을 바탕으로 대출 목적 운용을 확인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는 고액의 기업대출에 대해 대출금이 목적에 맞게 운용되는지 현장에 나가 점검하곤 하는데 여기에도 예외사항이 있다. 여신협회 기준에 따르면 차주가 법인인 경우 건당 5억원 이하이거나 3개월 이내 단기 여신 등에 대해 사후점검을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A씨가 해당 매뉴얼을 숙지하고 자금용도 점검을 피했기에 수개월 동안 횡령을 반복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통상 3개월 미만의 단기 대출에 대해선 은행 본사 차원의 감리를 하지 않기에 A씨가 이런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내용은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검사 대응 및 계획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관련 직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전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641 [영상][하이라이트] ‘황금막내’ 박상원, 금메달 후보 잡고 사브르 16강 진출 랭크뉴스 2024.07.27
30640 文 "요즘 듣도보도 못한 일 많아…정부여당, 왜 그리 갈라치나" 랭크뉴스 2024.07.27
30639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 첫판 승리… 박상원도 16강행 랭크뉴스 2024.07.27
30638 이재명, 부·울·경 돌며 싹쓸이…누적 90.89% 랭크뉴스 2024.07.27
30637 50시간 넘긴 '방송4법' 필리버스터‥내일 새벽 또다시 격돌 랭크뉴스 2024.07.27
30636 [영상][하이라이트] "땀도 안 나고 끝났네요" 펜싱 오상욱 16강 진출 랭크뉴스 2024.07.27
30635 조태열,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동…리영철 북한 대사는 무반응 랭크뉴스 2024.07.27
30634 [올림픽] 바흐 IOC 위원장, 오후 8시에 윤 대통령에 사과 전화(종합) 랭크뉴스 2024.07.27
30633 런던 때도 실수하더니‥IOC "깊이 사과" 랭크뉴스 2024.07.27
30632 이재명, 부울경 경선서 김두관에 압승… 누적 90.89% 득표 랭크뉴스 2024.07.27
30631 남자 자유형 400m 김우민, 결선 진출... 평영 100m 최동열은 준결선 진출 실패 랭크뉴스 2024.07.27
30630 IOC 위원장, ‘한국=북한’ 윤 대통령에 전화해 사과 랭크뉴스 2024.07.27
30629 파리의 '은빛 총성' 첫 메달 쐈다 랭크뉴스 2024.07.27
30628 바흐 IOC 위원장, 오후 8시에 尹 대통령에 사과 전화 랭크뉴스 2024.07.27
30627 7위로 결선 오른 김우민의 여유 “결선에선 어떻게 될지 몰라” 랭크뉴스 2024.07.27
30626 ‘24살 동갑내기’가 일냈다… 금지현-박하준 10m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 랭크뉴스 2024.07.27
30625 이숙연 딸 '아빠 찬스' 논란되자…37억 상당 비상장주식 기부 랭크뉴스 2024.07.27
30624 ‘나’를 프린트하다…여름철 벌어진 ‘이상한 티셔츠’ 대결 랭크뉴스 2024.07.27
30623 [올림픽] 사격 박하준·금지현, 우리 선수단 첫 메달 랭크뉴스 2024.07.27
30622 허웅 전 여친 "돈 안 주면 임신 폭로"…공갈인지 모호하다고?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랭크뉴스 202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