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 번만 봐주세요.”

얼마 전 온라인에 남겨진 아홉 줄짜리 글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꼭 읽어 달라는 간절한 부탁으로 말이죠. 서른세 살의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다음 문장에서 삶에 대한 고민을 적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성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묻고 있었습니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어쩌면 답이라는 게 없을지도 모르는 질문을 익명의 타인들 앞에서 꺼냈습니다.

사고를 당했고, 그래서 1년 동안 일을 쉬었고, 현재는 아르바이트 3년 차. 글쓴이가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는 “계속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정신 차리고 뭐든지 해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다고 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 볼까 싶은데 내성적인 성격과 낮은 자존감이 걱정이라고, 아는 게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쓴소리’와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죠.

딱 아홉 줄. 열 줄도 채 되지 않는 글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온라인에 남긴 진위를 알 수 없는 글. 그 글에 13일 오후 11시53분 기준 96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의 대부분은 글쓴이를 격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업을 추천하는 등 현실적인 조언도 있었습니다.

한 댓글 작성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라며 “지금 하는 방황은 기나긴 인생에서 짧은 시간일 테니 항상 힘내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다른 작성자는 “목표가 생겨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꿈을 이룰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작성자는 “쓴소리는 무슨. 이렇게 열심히 사시려 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한다” “너무 젊은 나이이니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저도 대학교를 28세에 들어갔다” 등 응원의 댓글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댓글들을 보고 어떤 이는 “여러분들이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주는 걸 보니 감동이다”라는 감상을 남겼습니다.

낯선 타인의 글에 수십명의 또 다른 타인들이 보낸 진심 어린 격려. 이 글이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의 ‘동네생활’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것, 그러니까 글쓴이와 댓글 작성자들이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동네 주민’이라는 것 외에 이들에게 특별한 인연이나 공통점은 없습니다.

지나칠 수 있었고, 어쩌면 비난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들여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겼습니다. 만나본 적 없는 이의 고민일지라도 그것에 공감하고, 위로 한마디쯤은 건네줄 수 있는 사회에 우리는 아직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참 다행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836 우산도 소용 없는 폭우…“이런 날 쉬어도 될까요?” 랭크뉴스 2024.07.20
31835 폭우에도 거리는 일터…위험한 출근 멈추지 못하는 이유 랭크뉴스 2024.07.20
31834 오늘부터 출생통보·보호출산제…‘그림자 아이’ 사라질까 랭크뉴스 2024.07.20
31833 승진 후 폭군 돌변한 동료…'뇌'에서 발견된 충격 현상 랭크뉴스 2024.07.20
31832 과기정통부 “MS 서비스 장애… 국내 기업 10곳 시스템 복구” 랭크뉴스 2024.07.20
31831 '청탁 폭로 논란' 마지막 토론도 난타전‥당원투표 시작 랭크뉴스 2024.07.20
31830 러 법원, '간첩 혐의' WSJ 기자에 징역 16년 선고 랭크뉴스 2024.07.20
31829 “한-쿠바 수교 늦추려 노력…황당한 지시 거부했다 죽을 뻔” 랭크뉴스 2024.07.20
31828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몸싸움·고성’ 여야 충돌 랭크뉴스 2024.07.20
31827 합참, ‘대북 확성기 방송’ 지속 송출키로…북한, 추가 풍선 부양 움직임 랭크뉴스 2024.07.20
31826 해병 카톡방 ‘삼부’가 골프 용어? 유상범 주장에 임성근 “3부 없다” 랭크뉴스 2024.07.20
31825 군, 당분간 매일 대북확성기 방송…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맞대응’ 랭크뉴스 2024.07.19
31824 ‘글로벌 IT 대란’ 보안 패치가 원인… 클라우드 위험성 드러나 랭크뉴스 2024.07.19
31823 임성근, 청문회 도중 ‘현직 검사’에게 문자로 조력 구해 논란 랭크뉴스 2024.07.19
31822 [단독] 이진숙, 대전MBC 사장 때 서울 집 근처서 법인카드 87건 사용 랭크뉴스 2024.07.19
31821 롯데 신동빈 회장 “혁신하지 않으면 선두지킬 수 없어” 랭크뉴스 2024.07.19
31820 ‘MS발 먹통’에 전세계 마비…항공기 결항에 수술 취소도 랭크뉴스 2024.07.19
31819 마지막 토론회서도 ‘공소취소 청탁’ 두고 충돌···한동훈 “개인 차원 부탁” 나경원 “나와 동료 명예 훼손” 랭크뉴스 2024.07.19
31818 "02-800-7070 대통령이냐" 묻자‥"기억 안 나" "답 못해" 랭크뉴스 2024.07.19
31817 이종섭 “내 사의 표명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탄핵’ 언급” 랭크뉴스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