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92개 환자단체 “정부·의료계 무책임에 환자만 고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원인 불명 감염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는 이번 사태로 임상시험 약물치료를 위한 첫 단계도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이슬 한국프로스(PROS)환자단체 대표는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조직검사 일정이 4월에서 5월로, 다시 8월로 밀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 대표의 아이는 유전자 변이로 혈관 등에서 과성장이 발생하는 희소 질환을 진단받았다. 정식 품목허가 전인 임상시험용 약물이라도 쓰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진행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조직검사도 받지 못해 치료도 미뤄지고 있다. 서 대표는 “그 큰 병원에서 전공의가 없어 조직검사도 못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현실”이라고 말했다.

92개 환자단체들은 이날 “정부도, 의료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고통받는 건 환자”라며 의료계에 “무기한 휴진, 전면 휴진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환자들에게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진료를 미뤄주기를 부탁한다’고 썼는데, 부탁은 제자이자 후배인 전공의들에게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단체들은 또 의사들이 집단 휴진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 분야는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과 시행령에선 응급의료와 중환자 치료, 분만·수술·투석 등을 병원 사업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해 쟁의행위 때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장 등 사용자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닌 의대 정원 증원 반대 등을 위한 진료 거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한겨레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환자단체 간 간담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얘기하고, 민주당에도 입법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사 외 병원 노동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진료 예약 문의와 항의 전화에 콜센터는 난리가 났고, 추후 진료·수술 일정을 교수 일정에 맞춰 세부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업무 부담은 결국 간호사들이 떠안는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병원과 분만병원은 18일 예고된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을 예정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중증 아동 환자들이 계속 아동병원으로 내려오는데, 환자를 더 볼 여력이 안 될 정도로 지금 진료를 보고 있다”며 “지금 갑자기 손을 떼면 위중해지는 아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에는 전국 130여곳의 아동병원이 소속돼 있다. 이들 병원은 1차 동네의원과 3차 대학병원을 잇는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 의료 공백으로 위중한 아이들도 찾아오고 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도 “자칫 산모와 태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측할 수 없어 휴진은 사실상 어렵다”며 “응급분만이나 제왕절개는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176 ‘압구정 롤스로이스’ 가해자, 2심서 징역 20년→10년 감형 랭크뉴스 2024.07.26
30175 '상임위원 0명' 된 기이한 방통위...여야 'MBC 내 편 만들기'가 원흉 랭크뉴스 2024.07.26
30174 의료계 "전공의 수련 국가가 책임져야… 지도 전문의 보상 필요" 랭크뉴스 2024.07.26
30173 “김우민 메달권 기대” 응원했다가… 호주 코치, 징계 위기 랭크뉴스 2024.07.26
30172 [단독] 野, 금투세 유예 대신 절충안… “건보료 산정시 금투소득 뺀다” 랭크뉴스 2024.07.26
30171 [속보] 파리 올림픽 개막 앞두고 전국 고속철도 방화…“조직적 공격” 랭크뉴스 2024.07.26
30170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잡으면 승산…해리스는 '선벨트'서도 이겨야 랭크뉴스 2024.07.26
30169 최재영 목사 “김건희 여사, 장·차관 인사 개입” 취지 증언 랭크뉴스 2024.07.26
30168 추경호 "특검법 이탈표, 4명 중 3명은 단순 실수"‥김재섭 "이탈표라고 봐야" 랭크뉴스 2024.07.26
30167 티몬 "환불 1000명까지만"…사옥서 대기하는 사람만 '2500명'인데 랭크뉴스 2024.07.26
30166 'HBM 1등'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9.4조 투자 랭크뉴스 2024.07.26
30165 [현장] “티몬, 내 돈 어디로 빼돌렸어!”…부상자 병원 이송도 랭크뉴스 2024.07.26
30164 기아 2분기 3조6000억원대 영업이익 ··· 역대 분기 최대 실적 랭크뉴스 2024.07.26
30163 KBS, 기자 노트북에 있던 ‘세월호 리본’ 모자이크 처리 랭크뉴스 2024.07.26
30162 4살에 티파니 목걸이, 교복은 몽클레어···외신, 한국 어린이 명품 소비 조명 랭크뉴스 2024.07.26
30161 "티메프 겨우 탈퇴했는데 바로 삭제 안 된다고요?"…개인정보 유출 불안 '확산' 랭크뉴스 2024.07.26
30160 검찰, 김건희 여사 디올백 실물 확보‥동일성 등 검증 랭크뉴스 2024.07.26
30159 티메프 피해 지원 나선 숙박 플랫폼... 야놀자 350억 규모 보상 랭크뉴스 2024.07.26
30158 권상우·손태영 부부, 유튜브서 최초 공개한 한국집은 어떤 곳일까[스타의 부동산] 랭크뉴스 2024.07.26
30157 폭염·호우 동시에…주말에도 거리는 마치 ‘습식 사우나’ 랭크뉴스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