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치매노인 병원 못 가고 4살 아이와 아빠 '생이별'…주민 불안 호소


관리사무소에서 도움 청하는 주민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아내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안 움직이니 병원도 못 가.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13일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김모(85)씨는 주름진 손을 휘저으며 관리실 직원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했다.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른 무더위 속에서 김씨는 야윈 몸을 이끌고 9층 자택부터 1층 출입구까지 힘겹게 계단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그는 치매가 있는 아내(81)를 집에서 홀로 돌보고 있는데 1주일 전부터 이곳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곤경에 처했다.

김씨는 "치매 환자 필수품인 기저귀나 경관식을 택배로 시켜도 집 앞까지 배송이 안 되니 내가 계단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방문 요양보호사마저 못 온다고 할까 봐 너무나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 운행 금지'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3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모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운행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준공 후 34년이 지난 이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정밀안전검사 불합격에 따라 8개동 승강기 24대가 지난 5일부터 모두 멈춰선 채 운행을 못하고 있다.

승강기 운행 중단 이후 608세대 주민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단지 곳곳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계단을 걸어 내려온 노인들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고 경비실 안에는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었다.

11층에 거주하는 이모(38)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계단으로 등원시킬 수 없어 가족이 소유한 인근 원룸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이씨는 "계단으로 다니기 너무 위험해서 급하게 집을 나왔다"며 "남편은 집에서 출퇴근해 평일에는 아이들과 거의 못 만난다"고 말했다.

한 70대 주민은 "외출하거나 귀가할 생각만 하면 정말 끔찍한데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공황장애처럼 불안 증상이 나타나 힘들다"고 했다.

계단으로 힘겹게 이동하는 주민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3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모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에 따라 70대 주민이 계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주민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 측에서 사전에 별다른 고지 없이 한순간에 승강기 가동을 중단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게다가 인천 원도심에 있는 이 아파트에는 고령층이 많이 살고 있어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부녀회장 최재숙(72)씨는 "승강기 운행을 중단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5분 후에 바로 전원이 꺼졌다"며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어제도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아파트 측은 과태료를 우려해 승강기 운행을 거부했다"며 "법이 있어도 사람이 먼저 아니냐"고 비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7일에는 아파트 4층에 사는 80대 남성이 의식장애를, 전날에는 13층 주민인 8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승강기 전체가 운행을 멈추자 환자 이송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고층 환자 발생 시 출동 인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중단 아파트서 응급환자 발생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모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4.6.1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응급환자 발생 시 임시로 승강기를 가동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으나 관련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승강기를 가동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된 지 8일이 지났으나 정밀안전검사 재검사를 위한 승강기 부품 교체 작업이 늦어지면서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사무소는 조속히 자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오는 9월까지도 공사를 완료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엘리베이터에 안전 부품을 설치하기 위해 업체와 계약을 했으나 자재 수급 등에 어려움이 있어 공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날 엘리베이터 업체 측에서 승강기 부품 교체를 위한 실사를 나왔다"며 "주민 지원 방안을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172 콩팥에 파고든 조용한 살인자, 초기 증상 없는 신장암 랭크뉴스 2024.06.22
33171 금지령에도 몰래 먹었던 소고기 요리 [休·味·樂(휴·미·락)] 랭크뉴스 2024.06.22
33170 운동하는 여자들 “근육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랭크뉴스 2024.06.22
33169 "애완견에 사과, 힘드냐" 아픈 곳 후빈다…野 때린 매운맛 야당 랭크뉴스 2024.06.22
33168 식당서 밥 먹다 갑자기 쓰러진 30女…'이것' 배운 학생들이 살렸다 랭크뉴스 2024.06.22
33167 "수업 중 진짜 커플됐다" 다른 대학도 광클…난리난 연애강의 랭크뉴스 2024.06.22
33166 [젠더살롱]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태아의 생명권과 대립하는가 랭크뉴스 2024.06.22
33165 한자와 중국 음악[서우석의 문화 프리즘] 랭크뉴스 2024.06.22
33164 채상병특검법, 재발의 22일만에 법사위 초고속 통과…野단독의결(종합) 랭크뉴스 2024.06.22
33163 바이든 '남부 국경 빗장'에 불법 입국 시도 25% 감소 랭크뉴스 2024.06.22
33162 [정여울의 언어정담]‘수퍼카’라는 슬픈 대체물 랭크뉴스 2024.06.22
33161 말레이·태국도 브릭스 가입 추진…中·러 영향력 넓히나 랭크뉴스 2024.06.22
33160 고속도로서 SUV 도로시설물 들이받고 넘어져…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22
33159 깜짝 공개된 북러 조약에 무기 지원 신경전…살얼음판 걷는 한국과 러시아 랭크뉴스 2024.06.22
33158 채 상병 수사기록 이첩날…유재은 “임기훈이 경북청에서 전화 올 거라 했다” 랭크뉴스 2024.06.22
33157 책임 회피 급급한 증인들, 채 상병 특검 명분만 키워 랭크뉴스 2024.06.22
33156 엔비디아 주가 이틀 연속 3%대 하락…차익실현·경계감 커져 랭크뉴스 2024.06.22
33155 美전문가 "韓日 핵보유가 美가 북핵의 인질되는 것보다 덜 나빠" 랭크뉴스 2024.06.22
33154 버스 몰던 기사 갑자기 고개 '툭'…힘 모아 생명 구한 시민 영웅들 '훈훈' 랭크뉴스 2024.06.22
33153 '이것' 든 밀주 마시고 사망한 사람들 50명 육박 '충격' 랭크뉴스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