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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4시 반쯤 대구에서 예천으로 가자며 택시를 탄 한 30대 남성이 갑자기 안동으로 행선지를 바꿉니다.

연신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손님.

선글라스를 낀 택시 기사는 몇 차례 룸미러로 손님을 흘깃 쳐다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운전을 합니다.

잠시 뒤 안동의 한 교회 앞에 도착한 손님이 내리자, 무슨 일인지 택시 기사도 주변을 살피더니 손님을 따라 내립니다.

손님이 목적지인 교회 사진을 찍더니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뭔가를 확신한 겁니다.

[김상오/택시 기사(112 신고)]
"택시 기사인데요. 예, 대구에서 지금 안동을 왔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같기도 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30대 남성을 검거했는데, 이 남성은 조금 전 한 50대 남성에게 현금 5천만 원이 든 쇼핑백을 넘겨받은 직후였습니다.

그러나 택시 기사 김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변을 돌면서 5천만 원을 건넨 50대 남성까지 찾아냈습니다.

피해자일 수도, 또 다른 공범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경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김상오/택시 기사(112 신고)]
"나도 뒤에 따라가고 있어요."

다른 택시를 잡아탄 남성의 뒤를 쫓은 김 씨는 경찰과 실시간으로 통화하며 현재 위치를 알렸습니다.

[김상오/택시 기사(112 신고)]
"사거리, 사거리 신호 받고 있어요. 사거리, 사거리 1차선에…"

김 씨 말대로 따라온 경찰은 잠시 뒤 남성이 탄 택시를 멈춰 세울 수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5천만 원을 건넨 남성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로 확인됐고, 이로써 추가 피해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경찰과 정밀한 공조를 펼친 이 택시 기사.

알고 보니 32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사건을 보고받은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은 경찰 선배이기도 한 김 씨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감사장과 함께 신고 보상금을 전달했습니다.

김 씨는 "범인을 직접 검거한 건 아니지만, 현직 후배들과 힘을 합쳐 누군가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며 "오랜만에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몸은 퇴직했지만 마음은 아직 청년 경찰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화면 제공 : 경북경찰청)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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